세상의 모든 ‘여알못’들에게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의 오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감이 잡히지 않는다. 글을 쓰는 나 자신부터 여성의 몸으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과연 이 글을 쓸 자격이 있나 고민도 든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이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부터 흔히 접하고 사실로 믿고 있던 여성의 신체에 대한 정보 중 다수가 왜곡된 사실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나올 내용들 중 자신이 알고 있던 정보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래서 그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여성에게 잘못을 저지르거나 남들에게 그 정보를 퍼뜨린 적이 있다면 가볍게 자신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시면 된다.

여알못1: 핑크핑크~

‘야 당연히 핑크지~’

‘핑크 짱짱맨 하앍하앍’

어릴 적부터 핑크색이라면 ‘기집애 같다’며 남사스럽다 말하던 많은 남자들이, 입을 모아 핑크를 원한다고 부르짖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여성의 젖꼭지와 성기 색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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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핑크에 집착하는 것일까. 어릴 때 핑크색 옷이나 물건을 가지고 싶었으나 ‘남자는 핑크를 가지면 안 돼! 핑크는 여자 거야!’라는 단호한 말에 이루지 못한 꿈이 이런 식으로 발현된 것이 아닐까, 30% 쯤의 진지함을 섞어 생각해본다.

나머지 70%의 진지함은 ‘성관계를 갖지 않은 여성은 특정 부위가 분홍빛이고, 많이 가진 여성일수록 색소가 침착돼 검은색으로 변한다’는 믿음에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 대부분 남성들이 ‘핑보’에 집착하는 이유는 성기가 분홍빛인 여성이 속된 말로 ‘아다’1)일본 말 新しい(아타라시이), 즉 새롭다는 뜻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말로 삽입 성관계를 가져본 적 없는 남/녀를 뜻한다일 확률이 높다는 속설 때문이다. 그들은  ‘핑크보지는 신성함’에 대한 증거로 ‘바닥 닦는 손걸레도 닦으면 닦을수록 더러워지지 않냐. 성기 부분은 피부가 민감해 계속 마찰이 일어나면 멜라닌 색소가 침착돼서 때가 타듯 검은색으로 변하는 거야!’라는 소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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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와 유두의 색이 멜라닌 색소의 영향을 받는 것은 맞다. 그런데 멜라닌 색소는 마찰이나 발열 등 성교로 인해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멜라닌 색소가 생성되는 원리는 중, 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다들 배웠을 것이다. 피부에 자외선이 흡수되면 멜라노사이트에서 멜라노솜이라는 과립이 생겨나 피부에 침착되어 자외선으로 인한 피해를 줄여 준다. 진짜 바닥 닦는 걸레도 아니고, 문지르면 때가 타듯 검어진다니.

멜라닌 색소와 더불어 에스트로겐도 색에 한몫 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엉덩이와 가슴의 크기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색에도 영향을 준다. 즉, 가슴이 크면 유두도 검을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의 성기도 멜라닌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 연한 빛에서 나이가 들면 거무튀튀해진다. ‘핑두, 핑보’를 외치는 남성 여러분. 자신의 아랫도리를 내려다보라. 그리고 말 그대로 ‘좆 잡고 반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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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에 많이 바르는 틴트의 탄생 기원은 사실 유두의 색이 짙은 여성들이 그 색을 가리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한다2)스트립댄서의 젖꼭지를 위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순결한 처녀’를 원하는 사회, ‘짙은 색은 경험이 많은 여자’라는 두 낭설이 낳은 폐해다. 슬프지 않은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순결하지 않은 여자’, ‘더러운 여자’로 여길까 두려워 유두에 틴트를 발라야 하는 여성이라니.

여알못2: 진짜인 듯 진짜 아닌 진짜 같은 너, G스팟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의 착각이라 하면 G스팟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것이 실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G스팟은 이를 최초로 발견한 독일의 산부인과 의사 그래펜베르크(Gräfenberg)의 이니셜을 따 명명된 기관이다. 흔히 여성의 질 내부, 배꼽을 바라보고 11시에서 1시 방향에 존재하고 여성이 흥분할 시 이게 부풀어오르며 이곳을 자극하면 엄청난 쾌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자를 좀 안다’는 남성들은 G스팟에 대한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는다. ‘나의 현란한 스킬로 여자가 껌뻑 죽었다’, ‘G스팟을 자극했더니 여성 사정을 볼 수 있었다’는 무용담.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을 해 봐도 그림과 함께 G스팟에 대한 굉장히 구체적인 설명을 볼 수 있기에 그 신빙성은 커진다. 때문에 거의 100%의 남성이 G스팟의 존재를 믿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여자들은?

신기하게도 G스팟의 존재 자체에 의구심을 품는 여성들이 많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들이 주장하는 G스팟 자극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여성의 몸 프로젝트 중 ‘클리토리스, 그리고 오르가즘‘ 편에서도 이미 이야기했듯이 삽입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는 여성은 8%에 불과하다. 이 8% 마저도 G스팟이 존재하기 때문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식으로의 삽입 오르가즘인지 의학적으로도 증명된 바 없다.

최근 각국의 전문의들이 G스팟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는 점도 G스팟이 허구일 가능성을 높여준다3)현재 학계에서는 G스팟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전반적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위기라 한다.. 그네들이 경험했던 ‘여성 사정’은 사실 질 내부를 통해 느껴지는 강한 자극에 방광이 반응해 소변이 나온 것일 수 있다. 실제로 질 내부를 자극할 시 남성의 전립선과 비슷한 Skene’s gland라는 기관에서 약간의 분비물이 나오기는 하는데, 이는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 아니라고 한다.

G스팟 신화4)그야말로 신화다는 삽입 섹스만으로도 여성을 오르가슴에 이르도록 할 수 있다는 남성 중심적 사고가 반영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남성들 혹은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 모든 이여, 실재 여부가 불투명한 성감대인 G스팟에 집착하지 말고 확실한 성감대에 집중하자. 클리토리스라든가, 클리토리스라든가, 클리토리스라든가(…)

doi:10.1097/01.ju.0000173639.38898.cd

클리토리스도 그 생김새나 위치, 효과에 대해 모르고 넘어가는 남성이 많다. 지난 8월 미스핏츠에 영상, ‘여성의 몸에 대해 말해보자‘ 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남성들이 ‘난 알고 있어!’라고 주장하지만 막상 그 생김새와 위치에 대해 물으면 정확히 모른 채 어물쩍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은근 많다. 클리토리스는 인간 최고의 성감대라고 불리는 만큼 여성 오르가슴에 있어 절대적 위치를 차지한다. 대신 민감한 부위인 만큼 조심해서 살살, 슬금슬금 다뤄야 한다. 야동에 나오는 것처럼 무작정 비벼대면 쾌감이 아닌 통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클리토리스를 지나쳐 삽입만으로 파트너를 오르가슴에 이르게 하려는 것은 더 나쁜 선택이다. 삽입 섹스만으로 오르가슴에 이를 수 있는 여성의 비율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붕가하는 모든 이여. 정녕 섹스를 잘 하고 싶으면 클리토리스를 공략하라. 야동에서 본 격한 손놀림이 답이 아니다. 모두가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는 그 날까지, 붕가붕가붕!

여알못3: 나 생리해

너무나도 많은 남성이 모르는 것5)앞에서는 사람으로 지칭했지만 여기는 굳이 남성으로 칭하겠다. 바로 여성의 생리이다. ‘여알못’인 본인도 들었을 때 경악할 정도로 상식을 벗어난 말을 많이 들었다.

생리혈은 오줌 나오듯이 나오는 건가요?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생리대를 본 뭇 남성들이 기저귀를 연상하고는 ‘아, 아기들이 오줌 싸듯 그렇게 나오는 거구나’라는 망상을 한다. 생리의 느낌에 대해 여성 지인들에게 들은 공통적인 표현은 ‘꿀렁꿀렁 굴을 생산해내는/싸는/배출하는 기분이다’였다. 뭔지 모르겠지만 동시에 바로 알 것 같은 이 오묘하고도 기발한 설명…!

엉덩이가 크면 대형 쓰나요?

생리대에 적힌 ‘중형’, ‘대형’등의 표시를 보고 ‘아 엉덩이가 큰 사람은 대형을 쓰는구나’라고 생각했다는 사람도 봤다. 아니 사실 그런 분 생각보다 많다. 아마 이도 앞서 언급한 ‘생리대는 기저귀 비스무리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생리대의 사이즈 구분은 생리혈 양이 얼마나 되냐에 따라 다르다. 양이 많은 날은 대형을, 적은 날은 소형을 사용한다.

생리는 그날, 하루만 하나요?

‘나 오늘 그날이야’라는 말을 듣고 ‘아 내일은 아니겠구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생리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한 번 시작하면 대체로 나흘에서 일주일 정도 지속된다. 사람마다 그 양과 생리통이 주는 고통의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큰 고통이 없는 사람도 일주일 동안 찝찝한 기분 속에 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혹시 옷에 묻지는 않았을까, 새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신경쓰이는 건 기본이다. ‘헐… 한 달의 25퍼센트나 생리기간이라고? 말이 돼?’ 하시는 분은 위의 핑두남과 함께 반성하길 바란다. 말이 되는 게 아니라 그것이 현실이다.

생리 때 섹스하면 임신 걱정 ㄴㄴ?

생리와 관련된 이야기하면 또 자주 나오는 말이 ‘생리기간에는 체내 사정을 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다’이다. 물론 이 또한 틀린 말이다.

으앙!!! 왜 이렇게 틀린 게 많아!!!!!!!

으앙!!! 왜 이렇게 틀린 게 많아!!!!!!!

모든 여성의 생리주기가 정확히 28일이면 얼마나 편할까. 매번 정확히 28일 주기로 생리를 시작하는 여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생리기간에는 콘돔 없이 섹스를 해도 안전하다’라는 말은 틀렸다. 콘돔을 끼지 않아도 100% 안전한 날이란 없다. 임신 계획이 없거나 아이를 낳아 기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커플들은 생리중이건 가임기가 아니건 무조건 피임 준비를 확실히 한 후 섹스를 하자. 아, 물론 피임을 하지 않고 관계를 가지다 사정만 밖에 하면 된다는 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관계 도중 조금씩 흘러나오는 쿠퍼액에도 정자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3분카레 여러분 콘돔 끼면 삼분 카레가 5분이 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제발 좀..

3분카레 여러분 콘돔 끼면 삼분 카레가 5분이 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제발 좀..

여알못4: 촉촉하면 만사 오케이?

뉴스를 보면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소식이 성범죄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니만큼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이 때 분노를 가중시키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가해자에 대한 너그러운 판결이다. 물론 억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여성의 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입히는 경우가 있다. 바로 ‘피해자가 반항하지 않았기에 참작이 된다/성폭력이 아니다’ 따위의 이유로 가해자가 처벌을 피해 가는 경우다.

사람들은 보통 ‘여성이 흥분할 경우에 애액(愛液)이 나와 성교를 가능하게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큰 열상 없이 성폭행이 성립하려면 어느 정도 피해자도 ‘본인이 좋아서’, 성행위에 ‘동조’해야 한다고 간주한다.

'愛액'이라는 단어부터 고쳐야지 이런 원!!!! 내 참!!!!

‘愛액’이라는 단어부터 고쳐야지 이런 원!!!! 내 참!!!!

하지만 애액은 여성이 성관계를 원하지 않아도, 본인이 좋지 않아도, 동의를 하지 않아도, 흥분을 하지 않아도!!!!!!! 특정 부위에 자극이 계속 전달되면 분비된다. 즉 몸이 무력으로 제압당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자극이 들어올 경우, 여성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애액이 나올 수 있고 가해자가 억지로 삽입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제발 좀

구구절절 많이도 늘어놓았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사례들은 전부 제대로 된 이해가 따르지 않으면 여성에게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끼치게 될 수 있는 잘못된 정보다. 제발, ‘이렇게 하면 좋다더라’, ‘이게 진짜라더라’식의 카더라 통신만 믿고 상대방에게 상처 입히지 말고, 무식 자랑도 하지 말고 기본적 상식과 지식을 탑재한 사람이 되자.

‘여알못’은 절대 자랑이 아니다.

편집 및 교정 / 커밋

글 / 아날로그

   [ + ]

1. 일본 말 新しい(아타라시이), 즉 새롭다는 뜻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말로 삽입 성관계를 가져본 적 없는 남/녀를 뜻한다
2. 스트립댄서의 젖꼭지를 위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3. 현재 학계에서는 G스팟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전반적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위기라 한다.
4. 그야말로 신화다
5. 앞에서는 사람으로 지칭했지만 여기는 굳이 남성으로 칭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