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671.1)2015.11.19 기준 얼마 전 페이지가 외국 해커에게 해킹당하며 팔로워 수가 조금 줄은 것 같다. 무슨 숫자인지 한국의 페이스북 유저라면 대충 감을 잡았을 것이다. 바로 ‘김치녀’ 페이지의 팔로워 수다.

약 17만명의 ‘좋아요’와 구독자 수를 가지고 있었던(그리고 이제 새로운 ‘김치녀 시즌 2’ 페이지로 이전한) 김치녀 페이지의 영향력은 뭇 언론을 뺨칠 만큼 크다. 한겨레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가 18만명이다. 팔로워 수로만 놓고 보면 한겨레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셈이다.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끄는 페이지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방송 영상 등을 불법 다운로드 후 짧게 잘라 재빠르게 올리는 방송전달형, 연예인들이나 예쁘고 멋있는 사람들의 사진, 영상 등을 올리는 안구정화형, 생활정보를 전달하는 생정꿀팁형, 야동과 야한 사진형, 그리고 김치녀 페이지와 같은 여성혐오형.  이 중에 한 가지가 뭔가 이상한 게 끼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

여성혐오라는 ‘트렌드’

‘김치년들 이렇게 패고 싶다’. ‘김치년들은 3일에 한 번 패야 한다. 공감하면 좋아요’와 같은 게시물이 페이스북에서 발견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이 게시물에 불쾌함을 느낀 다수의 유저들이 게시물 혹은 페이지를 신고했지만, 딱히 삭제는 되지 않는다.

해킹 당한 후 새로 만들어진 ‘김치녀 시즌 2’ 페이지를 신고해 봤다. 이 페이지는 커뮤니티 기준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해킹 당한 후 새로 만들어진 ‘김치녀 시즌 2’ 페이지를 신고해 봤다. 이 페이지는 커뮤니티 기준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페이스북은 여성 리더십에 관한 저서 <린 인>의 저자 COO 셰릴 샌드버그를 포함한 경영진을 널리 알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성애를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테러 사건이 일어난 지역에서 안전을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드는 등, 글로벌 커뮤니티가 그야말로 ‘커뮤니티’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이 글로벌 ‘커뮤니티’의 예외인 걸까.

이 글은 최근 페이스북 코리아에서 연달아 삭제한 <메갈리아 1>, <메갈리아 2>, <메갈리아 3>,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페이지와 여전히 건재한 <김치녀> 페이지에 대한 글이다.

유구한 페이지 삭제의 역사

먼저, 사건의 전말을 시간순대로 정리해 보았다.

  1. 2015년 봄. DC 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 그리고 곧 이 갤러리 유저들이 ‘메갈리아’라는 독립 사이트로 이전하면서 페이스북에도 이 메르스 갤러리와 메갈리아의 기조를 공유하고, 다양한 자료와 기사를 알리는 페이지들이 생겼다.
  2. 2015년 6월 9일. <메갈리아 1> 페이지의 관리자 계정이 차단당한다.

     메갈리아 4 측 제공 / 이 당시  페이지는 익명 계정으로 운영되던 상태였다.

    메갈리아 4 측 제공 / 이 당시 <메갈리아 1> 페이지는 익명 계정으로 운영되던 상태였다.

  3. 2015.6.10 <메갈리아 2> 페이지가 만들어진다.
  4. 하지만 <메갈리아 2> 페이지는 3일만에(2015.6.13) 페이지가 비공개 처리된다.
  5. 이 당시, 페이스북 코리아 측은 비공개 전환 사유를 관리자에게 고지하지 않았으며, 다른 유저의 ‘신고 인증샷’을 통해 비공개 전환 사유가 ‘편파적 발언’인 것으로 드러났다.

    메갈리아 4 측 제공.

    메갈리아 4 측 제공.

  6. 2015.6.15 <메갈리아 3>이 만들어졌다.
  7. 그리고 역시나(…) 3일만에(2015.6.18) 페이지가 비공개 상태로 전환된다.
  8. 이후 <메갈리아 4>가 만들어졌다. 메갈리아 4 관리자 측은 “페이지의 연달은 삭제 소식을 들은 변호사가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다”며 “법적 대응 계획을 알린 이후 페이스북 측에서는 어떠한 추가 제재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9. 2015.10.14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페이지가 비공개로 전환됐다. mers_cha
  10. 2015.11.2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페이지 운영자 측의 재고 요청에도 불구, 페이스북 코리아는 페이지를 삭제 처리하고 이를 고지한다.

올해 6월에 메갈리아 관련 페이지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최근까지 페이스북 코리아 측에서는 메갈리아와 관련된 페이스북 페이지 자체를 비공개 전환하거나, 게시물들을 꾸준히 삭제해 왔다. 수많은 사용자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페이스북에서 다수의 사용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게시물이나 페이지가 있다면 서비스 제공자에 해당하는 페이스북 측이 이를 제재하고 삭제할 권리는 있다. 하지만, <메갈리아> 1, 2, 3의 삭제, 그리고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페이지의 삭제까지 연달은 네 번의 삭제 과정은 과연 정당한 것이었을까?

석연찮은 페이스북의 답변

메갈리아 관련 페이지들의 연이은 삭제 맥락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고자 페이스북 코리아 홍보 관계자에게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페이스북 코리아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박상현씨는 “문의 주신 내용의 세부 항목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히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당사는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이유로 당사는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에서 공유가능한 내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다른 분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커뮤니티 표준약관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커뮤니티 표준약관을 위반한 게시물이 신고될 경우 당사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조치하고 있습니다.”

감히 요약해보자면 이 답변의 핵심은 “커뮤니티 표준약관을 위반한 게시물이 신고될 경우, 당사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조치하고 있다”는 마지막 줄이다. 메갈리아를 특정한 질문지의 답변이었음을 고려하면 이는 ‘메갈리아의 게시물이 커뮤니티 표준약관을 위반했고, 이 것이 신고 되어 삭제되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 코리아의 페이지 삭제 기준은 불명확하다”

하지만 페이지 삭제, 그 이후로도 꾸준히 게시물 삭제를 당하고 있는 <메갈리아 4> 관리자와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관리자는 입을 모아 페이스북의 이와 같은 삭제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메갈리아 4> 관리자 측은 “만약 메갈리아 페이지 시리즈가 편파적 발언이었다면 페이스북에 존재하는 수많은 “김치녀” 페이지 시리즈들도 전부 비공개 처리를 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페이스북 코리아가 김치녀 페이지(에 관련된) 신고를 무시하고 메갈리아 페이지를 삭제했을 때부터 페이스북 코리아는 방관이 아니라 여성혐오를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페이스북 코리아 측에서 삭제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밝힌 ‘커뮤니티 표준’은 모호한 단어로만 쓰여 있다.

캡처

커뮤니티 스탠다드 약관 페이지 캡쳐

특히, <메갈리아 4> 관리자 측은 “<메갈리아 2>와 <메갈리아 3>에 올린 자료들을 그대로 <메갈리아 4>에 올렸다. 그러나 그 게시물들은 삭제되지 않았고 <메갈리아 4>는 지금까지 약 4개월간 수명을 유지하고 있다. 콘텐츠의 내용과 방향은 동일하다. 달라진 것은 법적 대응을 선포한 나의 태도일 뿐”이라고 전했다. 그의 발언은 똑같은 자료를 게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멈춘 페이지 운영 제재는 페이스북 코리아의 페이지 및 게시물 삭제 기준이 상당히 변칙적임을 시사하고 있다.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페이지 관리자 역시 “페이스북의 페이지 및 게시물 삭제 기준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여성혐오형 콘텐츠의 건재함을 지적했다. “페이스북에는 <김치녀>, <김치녀와 보빨남을 보면 울리는 사이렌>, <김치녀들 죽이러 갈 파티원 모집> 등 다수의 여성혐오 페이지들과 이주민, 외국인, 성소수자들을 비하하는 페이지들이 존재한다. 특히 ‘김치녀’ 페이지에서는 여성혐오 자료를 생산하고 퍼뜨리며, 김치녀를 단죄한다는 목적 하에 페이지 관리자가 한 사람의 신상을 올려두기까지 한다. 다수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그런 페이지들을 끊임없이 신고해왔지만 그 페이지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실제로 <김치녀> 페이지와 여성혐오, 강간 등의 내용을 포함한 게시물과 페이지, 혹은 계정을 신고해 봤다는 페이스북 유저들은 매우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페이스북 유저는 “신고를 다섯 건 해 봤지만 그 중 받아들여진 것은 한 건 뿐”이라며 “페이스북 코리아가 어떤 기준으로 게시물을 검토하는지 잘 모르겠고, 검토 기준 역시 타당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 유저는 “<김치녀> 페이지에서 “무논리로 덤비다가 극딜당하는 김치녀”라는 코멘트와 함께 올라온 게시물을 신고했는데,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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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유저가 ‘김치녀’ 페이지를 신고한 화면.

페이스북 유저 정모씨 또한 게시물을 신고해 본 경험이 있다. 그는 <김치녀>가 해킹 당한 후 생긴 <김치녀 시즌 2> 페이지를 신고했다. 그는 “<김치녀 시즌 2>를 차별 발언으로 신고했으며, 아무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전부터 여성 차별이나 LGBT 차별, 무단 불펌 이미지 대한 신고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석연찮은 검토 기준은 여성 혐오 게시물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페이스북 유저 유모씨는 “변기에 라면을 부어 먹는 장면 등을 포함해 명백하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게시물을 신고했으나,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꽤 많은 사람들이 이 게시물에 항의하며 신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두 비슷한 답변을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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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씨 제공

페이스북 코리아의 커뮤니티 표준에 의거한 게시물 신고 검토는 그 기준이 불명확하다. 게다가 실제로 제재가 가해져야 할 게시물에는 오히려 허술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유독 <메갈리아> 1, 2, 3과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페이지에만 페이스북 코리아의 대응은 민첩했고, 매서웠다.

삭제, 비공개 조치 이후 소통 창구도 불명확해

또한, 페이스북 코리아 측의 페이지 삭제 혹은 비공개 조치 이후에 게시자 혹은 관리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전혀 안내 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관리자는 “여러 차례 페이지 삭제를 당했던 <메갈리아 4> 측에 문의한 결과, 재고 요청을 제외하고는 페이스북 코리아에게 따로 항의할 창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즉, 페이지의 비공개 전환 이후에 페이지 관리자는 재고 요청을 할 수 있고 이 과정을 공식적으로 안내하고 있는 창구가 없는 것이다.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관리자는 “‘재고요청’ 버튼을 클릭하자 어떤 메시지를 입력할 수 있는 공간도 보이지 않고, 재고 요청이 완료 되었다는 메시지만 받았다. 그리고 결국 11월 2일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페이지가 삭제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메갈리아 4> 관리자 역시 “연달아 페이지가 삭제 혹은 비공개 조치를 당했을 당시, 페이스북 코리아는 비공개 혹은 삭제 결정 사유에 대해 나에게 사전 통지 혹은 사후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페이지 약관2)https://www.facebook.com/page_guidelines.php을 확인해 본 결과, 어느 항목에서도 페이지 혹은 게시물 비공개/삭제 조치 이후의 과정을 안내하는 내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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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문제 해결’ 디렉토리에서만 재고 요청에 대해 다루는 항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공식적으로 밝혀진 소통 창구 역시 재고 요청 버튼 단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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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페이지 관리자 측에서 제기한 페이지 비공개 전환 이후의 소통 창구와 관리 인원, 관리 규정 등에 대해 페이스북 코리아 측에게 서면으로 질의했으나, 페이스북 코리아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기울어진 ‘커뮤니티’

“페이스북의 방침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파적인 발언을 제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설령 페이스북 코리아가 ‘이성혐오발언(여혐, ‘남혐’)‘에 기계적 중립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더라도 여혐혐의 원본인 여혐 게시물에 대한 신고에도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 맞다. 하지만 페이스북 코리아는 여성혐오적인 게시물, 페이지들에 대한 신고에 ’문제가 없어 삭제하지 않았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그저 여성혐오를 방관하고 있으며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세력에게만 탄압을 가함으로써 사실상 여성혐오의 편을 들어주고 있을 뿐이다.”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관리자는 서면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답했다. 진정한 중립성과 커뮤니티의 활발한 공론장 기능은 차치하고라도, ‘기계적 중립’에서조차 페이스북 코리아 측의 조치는 옳지 않다는 것. <메갈리아 4> 관리자는 “(페이지 삭제 조치에 관해)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였다”고 밝혔고,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관리자 역시 “본사의 방침을 따르지 않는 페이스북 코리아에 대응하기 위해 본사에 이 사실을 알리고자 방법을 찾고 있으며, 외신에도 제보할 계획이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페이스북 코리아가 보인 게시물 및 페이지 관리 행보는 사실 명확했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꾸준히 메갈리아 관련 페이지를 삭제했고, 각종 여성 혐오 및 나체 노출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는 페이지와 계정에게는 그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들의 비전대로 페이스북이 진정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되기를 바란다면, 지금과 같이 모호한 ‘커뮤니티 표준’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은 커뮤니티 운영 방식은 조속히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편집 및 교정/요정

글/랫사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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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5.11.19 기준
2. https://www.facebook.com/page_guidelines.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