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너무… 너무 오랜만이야!!!! <꽃보다 베어그릴스> 전편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여기를 클릭!


잉카 정글 트레일의 시작은 새벽 5시였다. 아침 일찍 출발해 안데스 산맥으로 이어지는 도로 입구에서 밥을 먹고, 고산지대에 드넓게 펼쳐진 고속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첫 ‘퀘스트’였다.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나는 첫 퀘스트 때에 차 안에 있었고 나머지 친구 3명만 라이딩을 즐겼다.

안데스 산맥의 고산지대는 구름 반, 도로 반이다. 도로 옆에는 알파카가 풀을 뜯어 먹는 꽤나 목가적 풍경이 보이지만, 구름 반 도로 반이라 그만큼 습했다. 목가적 풍경 옆에선 계곡 물이 떨어지고 비가 오는 풍경이 보인다. 차 안에서는 운치 있지만 자전거를 타는 입장에선 하늘을 ‘죽이고 싶은’ 날씨다. 특히 이게 위험한 게, 자전거가 질주하는 도로는 그야말로 산 위에 꼬불꼬불 펼쳐진 상태라 잘못해서 넘어지면 해발고도 3천 미터에서 떨어지는 셈이다. 실제로 몇몇 사람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페루 정부는 안전용 가드레일을 설치하고 안전장비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여전히 위험하다. 급커브가 많고, 노면이 미끄러워 자칫하면 구름 속에서 자전거 타는 신선놀음하다가 신선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file1 (1) file1 (3) file1 (2)결국, 사달이 났다. 같이 여행간 빠블로가 넘어졌다. 덩치도 큰 빠블로는 민첩하지도 못하고, 가볍지도 못해 미끄러운 노면에 최악이었다. 다행히 절벽 아래로 떨어지진 않았지만 더럽게 아팠다고 한다. 나머지 두 명의 친구도 도로 옆에서 흘러내리는 폭포수 때문에 온몸이 젖었고 설상가상 비까지 와서 그야말로 온몸이 ‘흠뻑’ 젖었다. 자전거를 타지 못해 차 안에서 있기로 한 내 결정이 신의 한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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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출발했다. 차는 우리를 나무가 울창한 산의 입구에 내려줬다. 이제 진짜 지옥 시작이다. 비는 내리고, 짐은 무겁고, 땅은 미끄럽고, 경사는 급하고, 나무는 우거진 숲 속을 지나는 일은 최악이다. 카투사 출신 2명, 양구 출신 1명, 공익 출신 1명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남성 4인팟은 안데스 산맥 앞에서 끔살당했다. 이족보행은 사치라 사족보행으로 산을 기어가면서 산에 열린 산딸기스러운 열매도 먹고, 코카잎도 따서 씹었다. 그래도 너무 힘들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욕설을 하면서 걸어갔지만 힘들었다. 진지하게 여기서 쓰러져 대사관 헬기를 부르면 비용이 얼마 나올까 고민해봤다. 아무래도 수지타산이 안 맞았다. 꾸역꾸역 걸어갔다. 고통을 이기기 위해 일부러 가이드의 뒤에 바짝 붙어 걸어갔다. 뒤처지는 순간 나태해져 낙오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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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비가 내려 산엔 물이 흘렀다. 질척질척한 땅을 밟으며 걸어가니 드디어 1차 휴게소가 보였다. 오늘의 숙소인 에코 하우스 직전에 쉴 수 있는 첫 휴게소였다. 산 중턱에 있는 휴게소엔 재밌는 것들이 많았다. 보라색 옥수수, 남미에 주로 사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쥐, 뱀술 등등. 쥐놈은 냄새가 심했고, 보라색 옥수수 ‘치챠’는 끓이니 단맛이 났다. 휴게소를 지나 오늘의 숙소인 에코하우스에 들어갔다. 말이 좋아 에코하우스지 그냥 산에 있는 나무집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죽은 새끼 푸마 가죽이 우릴 반겼다(..). 설탕 듬뿍 넣은 코카차를 마시며, 팅팅 분 스파게티를 저녁으로 먹으며 우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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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그 쥐(..) 진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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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아침은 1월 1일이었다. 남미에서 맞은 새해는 별 게 없었다. 에코하우스의 주인 가족은 우리한테 새해맞이 술 한 잔을 권했다. 술 한 잔과 시작한 등산은 여전히 힘들었다. 기껏 올라갔더니 다시 내려오고, 다시 내려가더니 다시 올라가고. 그렇게 산을 넘으니 강이 나왔다. 전날 온 비 때문에 물살이 거셌다. 거센 물살 때문에 간이 리프트를 타고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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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니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는 온천이 나왔다. 잉카 정글 트레일 과정 중에 빠지지 않는 옵션이다. 트레일 중에 ‘유일하게’ 따뜻한 샤워를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마추픽추는 고산 지대라 그 근처 숙소는 수압이 세지 않다. 수압이 세지 않으니 샤워를 할 때도 고생이 크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것도 복불복이다. 내 앞 친구까지만 따뜻하게 샤워를 하고 정작 나는 못하는 비상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사진18 사진19 사진20둘째 날 밤은 에코하우스가 아니었다.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꽤 숙소다운 건물에서 잘 수 있었다.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철골 일부가 남아있던 건물에서도 우리는 잘만 잤다. 그리고 우리 일행에 합류하게 된 포르투갈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각자 방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극한 직업 남미 관광객이었던 우리는 곤히 잠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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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라마와 알파카 어느 게 식용인가요?

– 알파카 중에도 어린 알파카는 먹을 수 있다고 하네요!

남미 여행 때 필요한 예방접종은 무엇인가요?

– 제가 간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중 볼리비아만 황열병 예방접종이 필요합니다! 특히 아마존 근처를 가시는 분들은 꼭 맞으셔야 합니다!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비자 발급 시에 요구합니다. 아마존 근처에 가시면 말라리아 예방접종 약도 받으시면 좋아요 :)

 

교정 및 편집 / 저년이

글 및 사진 /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