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터뷰는 즈쉬오덕: 덕후에 대한 오해와 편견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애니-만화 덕후 인터뷰입니다. 모두가 보지만 모두가 말은 꺼내지 않는 애니. 오타쿠의 상징 영역으로 여겨지는 애니! 덕후팀의 일원 ‘몰래’ 님, 그리고 함께 자리한 ‘한탄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해봤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몰래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요정-몰래-한탄수 세 사람의 대담처럼 진행되었습니다.)


요정(아래 요): 안녕하세요,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몰래(아래 몰): 넵 애니를 좀 보기는 하지만 라이트덕인 몰래입니다.

이게 다 투O버스 때문이다.

요:어쩌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게 됐나요?

몰: 사실 애니를 처음부터 엄청 좋아한건 아니었어요. 제가 살던 곳은 문화적으로 되게 척박한 곳이라, 영화관이 당시 하나였고,  만화방도 딱 두군데 있었어요. 지역 특성상 교육열도 무지 심했고요.

그때까지는 애니 자체에 대한 애정보다는 그냥 티비 켜면 나오고, 다들 보는 세일러문이나 천사소녀 네티 이런거 봤거든요. 근데 초등학교 3학년 즉 애니메이션에서 드라마로 넘어갈만한 시점에 했던 드라마들이 허준, 겨울연가, 가을동화 뭐 이런 것들… 너무 재미가 없는거에요. 쟤들은 왜저러지? 싶고. 그렇게 드라마에 흥미를 못 붙일 때쯤에 혜성처럼 ‘투니버스’가 등장했어요. 다다다, 환상게임, 카우보이 비밥! 오오 스피겔오빠 사랑해요. 그 때 KBS에서 원피스를 쭉 방영해오다가 끝날 무렵이었는데, 딱 맞춰서 투니버스가 생겼으니까. 그렇게 원피스를 보는데 오, 재밌다 하고 느낀게 그 ‘아론’편에서 아론의 아지트를 향해 달려갈 때였어요. 아니 그 네 남자가 걸어오는게 너무 충격적으로 멋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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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가 내 마음으로 걸어들어왔다…!

그때부터 소년만화를 본격적으로 봤어요. 게다가 중학교 때 만화방이 생겨서 디그레이맨, 소년탐정 김전일 등등.. 만화방 아저씨가 내 얼굴을 외울 지경이었어요. 만화책 한권 보는데 15분이 걸리거든? 그러면 세시간동안 20권 읽고 가면 아저씨가 아유 저 가련한 영혼..하면서 쳐다보고.

한탄수(아래 한): 맞아요 그러다보면 만화방 아저씨가 시간 좀 넘겨도 봐주고…

몰: 고등학교 가서는 학교에선 만화책 보고 집 와서는 웹툰 보고. 학교에 8시부터 12시까지 있으니깐, 만화 말고는 즐길게 없긴 했죠. 그러다가 덕통사고를 당한 게 바로 강철의 연금술사의 ‘로이 머스탱’. 내 생애 첫 덕통사고에요. 그때는 장난 아니고 ‘꺅!’했어요.

 

몰래가 반한 바로 그 모습

몰: 솔직히 강철이 좀 잔인하긴 하잖아요. 피나오고 뭐 잘리고 머리 뚫고 장난 아니잖아. 그래서 아 뭐야 이거 볼까말까하는데 두둔, 하고 1권 마지막에 로이 머스탱에 덕통사고를. (요: 거의 첫사랑 아니에요?) 첫사랑이지.

아무튼, 그렇게 덕통사고를 당해서 본격적인 덕후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자고로 덕후라면 최애캐 열전을 한번쯤 해야하는 법

요: 근데 로이머스탱 지금도 좋아하시나요?

몰: 어우 그럼요. <강철> 지금도 꺼내서 봅니다.

요: 혹시 최애의 흐름이라던가..?

한: 근데 진짜 남들 덕질하는거 보면 나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좋아하는 건데, 남들이 보면 너 딱 봐도 이런 애 좋아하게 생겼다고 하는 게 있어요.

몰: 맞아요. 흑발에 눈 째진 캐릭터 중에서는 강한 검사 캐릭터 타입이 많잖아요? 근데 2D에서 일단 외모 보고 좋아하게 되니까 히지카타, 로이머스탱, 트라팔가 로우 이런 캐릭터를 좋아하게 되고 현실에서도 이런 남자 찾는 것 같아요. 남자답고 좀 마초스러운. <슬램덩크> 정대만이랑 <강철> 로이 머스탱으로 처음 덕통을 당하니까, 흑발에 삼백안이 취향으로 형성된 것 같고요. 원피스에서 로우가 등장하면서  “내 별장에 무슨 볼일이지?”하는 순간 나는 “당신의 별장에 쳐들어갈래요…” (그리고 배경화면의 로우 사진을 보여주는 몰래)

메모리 용량이 아무리 없어도 오빠 사진을 지울 순 없어

메모리 용량이 아무리 없어도 오빠 사진을 지울 순 없어

요: 역시..‘취향이 소나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그럼 혹시 가히리…히바리..?1)가정교사 히트맨의 인기 캐릭터 히바리 쿄야를 말한다. 네*버 지식인에 여친을 빼앗은 캐릭터로도 유명.  ‘히바리쿄야가 도대체 누구길래

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요: 그럼 학교다닐때는 친구들이 만화보는 거 다 알았어요?

몰: 네! 그냥 보면 보는가보다, 하고. 저 학교다닐때 남자애들은 만화 여자애들은 아이돌 파는 식으로 딱 나뉘어져 있어서요. 어느 무리에 낄수가 없었지. 만화 파는 여자애들은 일단 별로 없거나 갈만한 데도 없었고, 그 와중에 소수인 학교 덕후 애들이랑 별로 안 친해서. 특히나 소년 만화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없었어요. 순정만화 보는 애들은 있었지만. 그러다보니 오히려 남자애들이랑 더 친하게 지낸 것도 같고.

한: 저는 중학교 때 애들이 만화책 많이 보고 소년만화 BL 좋아하는 애들이 되게 많았어요. 여중에서 공학으로 전환된 학굔데.

몰: 서울?

한: 네 노원. 덕원구.

몰: 여긴 경북이야…

생각보다 평온한 덕질을 한 이 사람

요: 그럼 누가 오타쿠라고 놀린 적은 없나봐요?

몰: 딱히…

요: 신기하다. 저는 중학교때까지는 누가 뭐라고 안했는데 고등학교 딱 가자마자 되게 오덕을 탄압하는 분위기라고 할까. 일본어 조금만 잘해도 오타쿠라고 놀리고.

몰: 그거 오덕페이트 때문에 그런거 아니에요?

요: 오덕페이트 전에. 훨씬 이전에.

한: 그 이전에도 은연중에 혐덕, 안여돼2)안경+여드름+돼지=전형적인 오타쿠의 이미지라고 지칭하는 표현 같은 말들이 있긴 했죠.

요: 그렇구나. 저는 만약에 내가 오덕이라는게 판명이 나면 이 작은 사회에서 배제될거라는 생각때문에 태연하게 ‘어, 나 오덕이야’ 이럴수가 없더라고요. ‘뭐, 그렇게까지 좋아하는건 아냐 하면서.’ 이런 분위기도 학교마다 다르지만.

한: 저희도 그런거 있었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좀 예쁨받는 애들을 질투하거나, 눈에 띄는 애들이 되게 미움 받는. 만화도 비슷한 거였겠죠.

요: 이 경우에는 본인이 초월을 했네. 나는 순응을 했고.

몰: 아무래도 내 성격이 개썅마이웨이라 그랬던 것 같아…근데 제가 아마 그때 선도부장이라 절 못 건드린것도 있었을거에요(웃음) 말했듯이 남자,여자가 워낙 갈라져 있다보니 애초에 아예 건드리질 않는 영역이었어요. 그 정도로 남녀유별이 심한 분위기였던 거죠.

요,한: 진짜 다르다…아예 말을 안 하는구나.

몰: 말 하면 그게 커플이야. 이런 환경에서 뭘 어떻게…

놀랍게도 21세기의 일입니다

놀랍게도 21세기의 일입니다

몰: 굳이 누가 뭐라고 한다면, 보통 유치하다고 많이 하죠. 왜 봐? 쓸데없이 왜 봐? 이런 질문 많이 들었어요.

한: 책 갖고있으면 ‘니가 산거야?’ 하고 꼭 물어보는 사람 있는데 아니라고 했죠. 샀다고 하면 ‘돈 아깝게 그런 거 왜 사?’ 그런 질문 하니깐.

몰: 저희 지역은 공부 잘하면 다 용서되는 분위기가 되게 심했어요. 만화 보다가 걸려도 선생님들이 어 뭐 공부 잘하는 애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쉬는시간에 돌려주고. 그냥저냥 하는 애들은 뺏기면 아예 안 주는데.

요: 그럼 딱히 만화덕질하면서 편견에 시달린 적은 없는 편이네요.

몰: 오히려 부모님이 잔소리를 좀 하셨죠. 아이돌 좋아하는 우리 언니나.

요: 만화나 보고 있다고?

몰: 우리 엄마는 <베르사유의 장미>같은 ‘순정만화파’이시다보니, 막 팔 떨어지고 피 튀는 소년만화에 좀 충격받으셨죠. 하필이면  엄마한테 들킨게 >>>최유기<<<

한: 게다가 소년만화가 특히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가 노출 아닌가요.

요: 아예 다 벗고 연기로 가리는 것도 있고요!

한: 그런 게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어른들이 보기에 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게 많죠.

요: 근데 부모님도 만화를 좀 보셨다고 하니까 딱히 부모님께서 책을 내다 버리시는 일은 없었겠어요.

몰: 일단 돈이 없어서 책을 안샀고요..

요: 많이 본다고 뭐라고 하시지도 않고?

몰: 그런 것도 없고.

요: 딱히 뭐 제재가 없었네요.

몰: 어쨌든 공부는 잘했으니까? 허허허

한: 근데 성적이 잘 나와도 별로 그러지 않은 경우도 있었어요. 저는 제일 처음 산 만화책이 포켓몬스터 스페셜이었거든요. 7, 8, 9권 사고 10권 샀는데, 여태 몰래몰래 산 만화책을 다 들켜서 한 장씩 다 찢겼고, 그 이후로 포켓몬 스페셜은 아예 못 샀어요. 고3때까지 만화책은 손도 못 대고, 사지도 못하고. 보더라도 대여점에서 빌리는 것도 무서우니까(빌렸다가 들키면 찢어지니까) 옷 안에 넣어서 숨겨 다니고, 들킬까봐 그냥 대여점에서 보고 반납하거나, 학교에서 보고 오거나, 침대에서 자기 전에 몰래 후레시로 켜서 보고. (요: 맞아요. 난 핸드폰 불빛으로.)

몰: 우리 엄마가 날 되게 방임했구나..? 우리 어머니는 제가 문 딱 닫고 들어가면 못마땅해도 딱히 건드리지는 않으셔서요. 근데 사실 한번 우리 부모님이 ‘내 딸이 좀 일본만화를 보면서 성격이 이상해졌나?’하시긴 하더라고요. 안믿기겠지만 제가 집에서 되게 냉정하고 시크한 이미지거든요. 근데 데스노트 이런 거 보면서 (한: “냉혹해졌다…”) 그래, 냉혹해졌다는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아닙니다 어머니. 원래 그랬습니다…

반강제 라이트덕

요: 혹시 뭐 연성 같은건? 해본 적 있어요?

몰: 그냥 좋아서 끄적인 정도? 진짜 라이트 오브 라이트.

제가 느끼기에 서울이랑 경북은 문화적 거리감이 한 5년정도 차이가 나거든요. 그러니까 BL이고 뭐고 인터넷에서만 봤지, 실제로 파는 사람을 거의 못 봤어요. 인프라 차이가 심해요. 만화방도 두 개 밖에 없고. 한창 다음 카페가 흥할 때 커뮤니티 활동하는 거 말고는 덕질할 방법이 없었어요. 회지? 코스프레? 서코? 남의 나라 이야기죠. 대학 와서는 또 시간이 안 나서 갈 엄두도 안 나고, 중고등학생이 많이 가는 이미지라 가기도 좀 그렇고. 요새 덕문화가 많이 발달하긴 한거같은데 트위터같은데서 친목 다진 게 없는데다가, 돈도 없으니까 행사장도 안가요. 가봤자 아는 사람 없으면 뻘쭘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완전히 라이트한 덕이라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

요: 얘기 들어볼 수록 본인이 별로 풍파있는 덕질을 한 것 같지 않은데요!

몰: 왜냐면 저는 그냥 집에서 조용히 만화책 보거나, 커뮤니티 눈팅족이었으니까. 남이 해석한 글 보면서 오오 쩐다~ 하는 정도.

요: 근데 무조건 다 하드한 덕일 필요는 없고, 이런 덕의 목소리도 필요하기 때문에…

한: 오히려 다수가 이런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고요.

몰: 그러니까, 난 사실 헤비덕이라기보단 팬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하는 팬과 덕후의 기준은… 팬은 어떤 작품을 보고 오, 이 만화 엄청 재밌다. 다른 것도 봐볼까~ 한다면 덕은 어떤 캐릭터에 꽂혀서 깊은 탐구를 할 때부터 덕후가 되는 것 같아. 아무래도 몇 작품 한정 덕후라고 해야할 것 같아요.

요: 근데 보통 다 그렇지 않나? 그렇다고 해서 아주 덕후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봐요. 보고 있는 모든 것에 최애캐가 있을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고.

몰: 실제로 저는 한작품만 쭉 파기보단, 여러 장르를 넘나들면서 다 봐요. 강철이나 원피스도 좋아하긴 하는데, 제가 가장 많이 보는 건 7-80년대에 나온 일본 만화들이고요. 아키라, 우라사와 나오키, 아다치 미츠루 등등…

요: 아다치 미츠루요?

몰: 네. 응칠(응답하라 1997)에 영향을 많이 줬다고 알려진 ‘아다치 미츠루’의 러프를 보면요, 두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진짜 쩔어요. 둘 사이에 직접적으로 심리를 보여준다기보다는 연출과 행동으로 독자가 알 수 있도록 되게 잘 짜여있죠. ~갓츠루~

(몰래의 표현에 따르면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 ‘존잘력’은 이러하다.)

H2 << Touch <<<<<<(넘사벽)<<<<<< Rough

근데 요즘 만화는 너무 캐릭터성이나 취향 위주로 가는 것 같다는 거에요. 치이면 모르는데 안치이면 그만이고.

한: 그러니까 옛날에는 일종의 그림속의 또하나의 예술..까지는 아니지만 뭔가의 경지에 있었다고 생각하면 요즘은 말초적인 재미를 타겟으로 하는 것 같아요.

몰: 쉽게 말해 ‘모에화’죠. 특히 라이트노벨에서 많이 보이는 거요. 그게 나쁘다기보단 남덕주류로 여자 캐릭터가 남성의 판타지에서 전개되는게 많다보니까 여덕 입장에서 별로 재미도 없고요. 그래서 옛날 작품을 더 찾아보는 것 같은. 솔직히 지금은 휴덕기간이나 다름없어서 모르는 만화도 많아요. 사실 요즘 나오는 ‘취향저격’ 만화중에 아직 치인게 없어서 그런걸수도.

요: 라이트 덕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많이 알고계시는 것 같은데…

몰: 얕고 넓은거에요! 유목민이죠. 좀 위키같은 덕질.

한: 얕다고 해도 넓은 정도가 수영장급인데….

요: 그러니까 몰래씨는 좀 여러 작품의 흐름을 파악하는걸 좋아하시는구나. ~애니위키~ 라이트덕이라고 하시길래 별로 많이 보진 않았나? 했는데 엄청 많이 보셔서.

몰: 제가 라이트덕이라고 자칭한 이유는, 제가 생각하기에 덕후는 한 작품에 깊숙이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서요. 예를들어 캐릭터의 하나하나의 특성을 알고 프로필을 꿰고 있다거나, 얘는 이러이렇게 행동해서 앞으로는 이렇게 변하고 또 그렇게 될거라고 봐~ 하는게 덕후라고 보고, 팬은 내용을 죽 보고 행글라이더 타고 날아다니는 느낌? 덕은 좀 탄광캐는 것 같아요.

한: 느낌상으로 그래요. 근데 제가 보기에 몰래씨는 행글라이더 타고 날아다니시는거 아니라 이분은 보고 국토순행같아ㅋㅋㅋㅋ

몰: 근데 또 사실 그렇지만도 않은게 누가 떠먹여주면 다 봐서…

요: 안받는 사람도 있는데?ㅋㅋㅋㅋㅋ그리고 덕이아니면 이정도 생각하고 보는일 별로 없어요~

몰: 근데 워낙 대단하신 분들이 워낙 많으니까. 덕여행을 하느라 일본을 가고, 텀블러를 돌고 그러진 않아서. 그런 의미에서 2차 창작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하고요…정말 사랑해요…정말 고생하십니다. 여러분의 덕질덕분에 제가 편하게 덕질하고 삽니다…

요: 뭔가 마무리가 되어버렸어…

존잘님 최고야 사랑해요

존잘님 최고야 사랑해요

몰: 근데 나는 한국만화가 일본 만화스러워지는걸 되게 경계하고 있거든요. 좀 민족주의적인 소리로 들릴수도 있어요. 그치만 저는 한국만화라면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뭐 일본만화, 한국만화 딱히 구분이 필요없을수도 있는데 저는 그냥 한국만화만의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요: 그럼 한국만화는 뭐 많이 본게 있어요?

몰: 뭐 예전에 나온 <플라티나>, <타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천국의 신화>..다 좋아한다는 건 아니에요. 아버지가 보시던 것들도 같이 봐서.

한: 근데 보면 스토리나 연출같은게 일본만화화 되는건 경계할거라기보단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요. 일본 만화가 워낙 그동안 강세였기 때문에. 반일감정에 기초한게 아니더라도 어쩔수가 없는거라고 봐요. 다만 경계해야할건 일본식 표현. 개학할때 벚꽃이 날린다는거같은 디테일이나, 감탄사같은거. 한국에서는 ‘헤에~’ 안하잖아요.

너희는 왜 일본산이어서 나를 힘들게 해

몰: 그 점에서 난 진짜 우익문제 이야기하고 싶어요. 뭐 마음놓고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없어! 뻑하면 맨날 우익이야…

한: 그러니까 내가 파는게 원래부터 (역사의식같은걸로부터)안전하다는 보장을 받고 싶은건데.

몰: 맞아요. 논란이 되는 작품들은 쎄고 쎘고, 그렇다보니 제가 좋아할 수 있는 게 우익논란이 거의 없는 옛날 만화만 남은 것 같아요.

한: 저 같은 경우는 쿠로코의 농구 팔때도 만화에 나오는 아사히신문 로고 때문에 논란이 생겼던걸 보고 ‘아, 일본산은 뭘 파든 자유로울수가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몰: 사실 저희 할아버지가 실제로 해방 전에 버마에서 징병을 당하셨고, 나중에 그때 얻은 상처가 곪아서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소위 어른들이 우려한다는 지점이 이해가 되는게 이거에요. 만화는 어릴 때부터 접하는 매체인데, 닌자가 나오는 나루토나 일본 사신이 나오는 블리치. 일본 삼대만화 중 두 가지가 일본적인 요소가 아주 짙잖아요. 한국인인데 선호하는 요소가 중국쪽도 아니고 일본이다보니 역사적인 관점에서 되게 아이러니해보여요. 그러면 이런 일본적, 까놓고 말해 왜색이 짙은 요소가 녹아있는 작품은 어린 세대가 소비하는걸 보는 어른들이 충분히 반감을 가질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항상 저도 거기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고요. 예전에는 만화랑 작가랑 분리해서 볼 수 있는데 어른들은 왜 그렇게 만화보는 걸 싫어하지? 이상하다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자라서 보니까 또 바뀌더라고요. 작가랑 작품은 분리될수가 없는데…

한: 대표적으로 <진격의 거인>이 최근에 가장 이슈가 됐죠. 작가가 제일 문제였지만. 전범기 등장은 꼭 나오는 문제고요.

몰: 제가 굉장히 민족주의적이고 보수적이라고 생각은 해요. 사실 어렸을 때 전 <바람의 검심>을 보고 자라다보니까 신센구미나 메이지유신이 되게 멋있고 이상적인 것으로 알고 자랐어요. 일본 역사 배우기 전까지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몰랐죠. 일본 소설중에 <료마가 간다> 알아요? 메이지 유신의 선봉장이었다는 ‘사카모토 료마’… 그런걸 챙겨보고 메이지유신 자체를 좋게 평가했는데 커서 보니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좋게 평가할수가 없는 거잖아! 그런 역사적 배경이 없이 만화로 미화된 걸 어렸을 때 접하게 되면,자기 자신이 공부하지 않는 이상 모르고 쭉 자라게 되니까 굉장히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한: 근데 일본에 정말 그런 작품 많죠. 좀 심각했고 논란이 컸던 걸로는 라이트 노벨 <꽃피는 에리얼포스> 란게 있는데요. 전쟁으로 부모님을 잃은 소년이 전투기를 타고 나타난 소녀를 만나는데 그게 알고 보니 천황이었다는 천황 모에화를 하는 작품이에요.(요정: 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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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근데 은근히 그런 작품 많아요. 전쟁에 나가는 소년소녀 이런 소재들. 심지어 전투기가 카미카제 미화고. 거기서 하는 말이 ‘이 땅에서 전쟁을 하다 죽은 모든 영혼은 야스쿠니 신사로 모여든다’ 그리고 (요정: 어어어어억) ‘야스쿠니에서(만나!)’ 하고 외치고. 직접적으로 일, 한, 중이라고 말은 안하는데 황국은 자기네나라, 적국은 민국이라고 하거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노골적이죠

(이 말을 끝으로 한탄수는 퇴장)

아베 개새끼!

몰: 제가 왜 굳이 우익 얘기를 하려는 이유가 뭔지 아시겠죠. 일본만화를 파는 입장에서 여기서 자유로울 수가 없어요. 그런데 ‘만화 캐릭터일 뿐이다’ 이게 정당화될 수 있는 이유인지 모르겠어요. 사실 나는 이게 굉장히 많이 논의가 될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일단 우리나라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요. 나 민족주의야!!! 자유로울수가 없어!!! 당장 우리 할아버지들의 역산데!

요: 민족주의까지는 아니어도, 그 정도 역사인식은 필요하다는거죠.

몰: 역사인식과 캐릭터에 대한 호감이 같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봐요. 근데 다들 (요: 모른척하는거죠. 그래도 덕질하고싶으니까.) 응 그런거. 이게 일본만화 덕후들의 굉장한 약점이자 숙명이라고 봐요. 특히 일반인들 인식에 있어서도, 광복절에 코믹월드에서 기모노 입고 코스프레한다고 알려져있으니깐 좋게 보일수가 없죠. 아이러니해요 여러모로. 코스프레 하는게 이해가 안되는것도 아니고 그걸 우려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고. 당장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가 거기서 피해를 본 세대니까요.

요: 그럼 본인은 그걸 최대한 안 건드리고 덕질하고 싶어서 옛날 만화를 보시는거구나.

근데 어쨌든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좀 이율배반적인거 아닌가?

몰: ㅇㅇ 이 말 꼭 실어줘요. 이 말을 하는 나 스스로도 이율배반적인 것 같다고.

요: 그러니까 나도 좋은데, 문제가 되는것도 알고 있고, 그렇다고 모른척하고 팔 수도 없다는거에요. 그런데 덕질은 정말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야, 고통스러워…

몰: 일단 아베 개새끼. 역사 교육좀 제대로 시켜라!

정말이지 어려운 문제기는 하다.

정말이지 어려운 문제기는 하다.

몰: 말한 대로 이건 모든 덕후들의 아이러니라고 보지만. 캐릭터와 역사의 경계가 무엇인지 저도 정의를 내릴 수도 없는 문제고요, 어른들의 일본 만화에 대한 편견이 나오는 지점이 여기라고 봐요.

요: 아무래도 본인이 덕질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은 그런 역사인식에 관한 문제인 것 같네요. 제가 보기에. 개인적인 편견에 부딪히기보다는.

몰: 내가 나서서 충격을 많이 받았으니깐. 헉 이거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이면 큰일나겠다 싶었죠. 특히 우리 할아버지 문제로 나는 집안의 문제도 컸고요.

요: 그런거 없이 막 깨발랄하게 좋아할 수가 없는건데, 좋아하는 사람들 보면서 좀 답답하기도 하고, 또 나서서 지적하자니 진지병자 될 것 같고 어려운 문제에요. 본인도 어려워하고 계시고. 다들 한번쯤 그런 문제에 대해 민감해져야한다는 생각은 해봤을거에요. 근데 누구도 정의를 내릴 수 없으니, 답은 그냥 안파는건데

몰: 근데 안 팔수가 없어 ㅋㅋㅋㅋㅋ

요: 안 파고 포기하자니 내가 덕질을 하고싶은거고.

몰: 그래서 일본 만화 덕질이 너무 힘들어요.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라.

요: 모른척할수밖에 없네요. 생각 깊게하면 덕질을 할수가 없어.ㅋㅋㅋㅋ

몰: 정말 대놓고 우익이면 피하는거고, 그렇지 않으면 보긴 보는데…아예 프리~예~수영~ 이런 걸 보게 되고요. 또 이런게 성적 대상화로 점철된 모에로 가면 보기에 피곤해…. 갈 데가 없다…

결론은 갓스파드 사랑해요(?)

몰: 그래서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 만화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일본 만화도 보면 여캐를 숨쉴듯이 성적으로 표현하잖아요? 그 쩌는 H2에서 판치라 나오고. 그런 점에서 <강철의 연금술사>를 좋아한 것 같아요. 걸크러쉬 쩌는 호크아이 언니 사랑해요….<에반게리온> 좋아하는것도 레이랑 아스카가 워낙 매력이 있다보니. 에반게리온 자체가 이미 쩔지만…

요: 그러니까 ‘일본틱한’ 미소녀판타지가 좀 빠지고, 역사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만화를 보고 싶다는 거네요.

몰: 네. 그래서 <선천적 얼간이>같은 만화가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갓스파드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 부산 정서에 공감이 잘 되어서에요.. 같은 경상도니깐. 그 부산 남고생 정서가 너무 웃기다구요.사투리의 찰짐도 한몫 하고. 그리고 <치인트>에 홍설 보면 ‘진짜 한국 여대생’을 잘 표현하잖아요. 강풀 캐릭터들은 진짜 한국에 있는 캐릭터들이고. 왜 윤태호랑 강풀이 인기가 있겠어요! 당장 우리아빠 회사에 하나쯤 들어올 것 같은 캐릭터라구. 이끼도 한국이라서 나올수밖에 없는 작품이고.

요: 음음 송곳도.

몰: ㅎ ㅏ…송곳. 인터뷰 이 말로 끝내고 싶어요. 구소장님 저랑 결혼해주세요.

요: 라져댓. 수고하셨습니다.

몰래: 구소장님 저랑 결혼해주세요 도시락도 맨날 싸갈게요

몰래: 구소장님 저랑 결혼해주세요 도시락도 맨날 싸갈게요


다양하고 방대한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들. 인터뷰 중 나온 ‘모에’와 ‘우익논란’에 대한 지점은 사실 <즈쉬오덕> 팀원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이러한 요소에 대한 모두의 생각이 다르고, 또 함부로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인데요. 마냥 다른 차원의 세계라서 모르는 척 하기에는 가볍게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가올 겨울 동안 미스핏츠 덕후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이슈에 대한 새로운 기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글/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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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정교사 히트맨의 인기 캐릭터 히바리 쿄야를 말한다. 네*버 지식인에 여친을 빼앗은 캐릭터로도 유명.  ‘히바리쿄야가 도대체 누구길래
2. 안경+여드름+돼지=전형적인 오타쿠의 이미지라고 지칭하는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