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미스핏츠

세상의 핏하지 않은 목소리를 담는 미스핏츠에서 그보다 더 핏하지 않은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미스보다 더 미스한 사람들의 이야기. 첫 주제는 예술로 약 삼 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Mis-Misfits <국악 편>

예술가란 이런 것 아니었나요(..)

예술가란 이런 것 아니었나요(..)

예술이란 무엇인가. 비전공자에게 ‘예술’이라는 이미지를 물어보면 굉장히 퐈-인(fine)하고 우아한 세계일 것이라고 흔히 상상한다. 그렇다면 그 예술을 하는 예술가는 어떤 존재인가. 피카소와 클림트처럼 정력왕에 자유로운 영혼일까. 아니면 모딜리아니나 카프카처럼 유약하고 섬세한 종족인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일반인과는 다른’ 존재인 것인가. 또 그들을 키우는 예술 대학이라는 존재는 어떤 존재인 것인가. ‘똥군기’가 존재하고 다른 단과대와 교류 없이 표류하는 대학 안의 섬같은 존재인가. 아니면 그저 다른 단과대처럼 그냥 예술이라는 학문(혹은 기능)을 배우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가. 이 글은 그저 관념처럼 떠도는 예술이라는 세계에서 초, 중, 고, 대학까지 거의 모든 ‘예술적 교육’을 받은 필자가 겪어왔던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날 것의’ 예술이다.

국악(國樂)이란 무엇인가

가장 한국적인, 한국에서밖에 할 수 없는 예술 – 그것은 바로 ‘국악’이다. 그렇다면 국악이라는 것은 어떤 관념을 포함하고 있는 것일까? 국악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1) 그 나라의 고유한 음악, 2) 우리나라의 고전 음악이라 설명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풀이를 보면서 국악에 대해 이해한다. 그렇다면 국악에는 어느 장르가 포함되어 있을까? 연희? 판소리? 시나위? 산조? ‘국악’이라고 뭉뚱그려 설명할 수 있는 장르는 어디까지 용인이 될까?

사실 국악이라는 말은 일제 강점기 때 생겼다. 그 전까지 한반도에는 ‘국악’이라고 불리는 장르는 존재하지 않았다. 국악은 그 당시에 들어온 서양 음악과 대비시켜 우리나라 음악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표현이다. 즉, 국악의 역사는 백 년이 채 되지 않으며, 국악을 체계화한 것도 백 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국악’이라고 부르는 음악 – 즉 판소리와 산조의 탄생도 200년이 되지 않는다. 판소리는 18세기, 조선 후기에 들어서야 태동했으며 산조 또한 그 시기에 생성되었다. 우리가 듣고 있는 음악의 대부분은 200년이 되지 않은 생각 외로 따끈따끈한 존재인 것이다.

이..이건 아니고...

이..이건 아니고…

그럼 그 전까지의 ‘국악’은 존재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다만 그 존재를 알 수 없다. 현재 가장 오래된 악보는 세종 때 제작된 ‘세종실록’에 포함한 ‘세종실록악보’다. 즉 고려 이전의 음악은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그전까지의 음악은 무엇이 연주됐는지 몇 줄의 기록으로 더듬더듬 예상할 뿐이다. 조금 국악에 대해서 공부한 사람은 고려의 음악도 전해진다고 반박할 수 있다. 실제로 ‘고려사 악지’라는 고려 가요가 수록된 악보가 현재 전승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고려사 악지’의 발행 년도는 1451년으로 세종의 아들인 문종 때 완성되었다. 즉, 고려 가요라고는 하지만 조선이 만들어지고도 50년 이상 지난 뒤에야 만들어진 ‘고려 음악’인 것이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고려 가요는 (그 유명한 쌍화점도!) 사실은 무늬만 고려 가요일 뿐, 조선의 이념이 팍팍 들어간 야매인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국악(國樂)은 무엇인가

국악이라는 개념은 앞서 말했듯 그저 새로운 서양문물이 들어오자 우리 음악을 지칭하기 위해 붙인 단어로, 당시 한반도에서 만들어지던 모든 음악을 총칭하는 말이다. 즉, 개념부터가 탄탄하지 못하다. 실제로 현재까지도 어디까지가 국악이라고 적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다. ‘나라’의 ‘고유’한 음악이라면 뿔뿔이 흩어진 고려인이나 조선족의 음악은 국악에 포함될 수 있을까? 그들의 국적은 한국이 아니므로 그들이 지금까지 지켜서 가지고 온 고유의 음악은 ‘국악’이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이나 중국의 음악인 것인가? 아니면 국악의 개념은 2번 설명을 따라 우리나라의 ‘고전’ 음악이라면 현재 엄청나게 작곡 되는 창작 국악은 국악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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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국악의 개념은 모호하다. 딱 부러지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나마 자료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궁중 음악이나 기악사에 대해서는 연구가 약간이나마 진척이 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자료가 없는 ‘연희’나 ‘농악’ 쪽의 실적은 참담한 수준이다.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 전무했기 때문에 국악을 전공하는 대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의 전공이 ‘국문학’이나 ‘연극학’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례로 어느 국립대 국악과 대학 교수의 최종 학력은 전문 대학교 졸업이었다.

물론 실기의 경우 그 교수의 학력은 중요하지 않다. 그가 세워 놓은 업적이 훌륭하다면 대학 측에서 교수를 얼마든지 임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악’쪽에서는 이론의 경우도 자격을 갖춘 전문 강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국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거의 없으니 국문학이나 연극학 전공자들이 국악 이론을 배우고 학생들을 가르친다. 국악 교육을 전문적으로 수료한 사람이 강단에 서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악에 대한 교육 수준은 상당히 낮은 편이고,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져 않는다. 기초 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에 확실한 매커니즘이 있는 서양 음악보다 교육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 현재 국악계에서는 국악이 대중과 멀어지는 것이 의무 교육 시기에 국악 교육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그러나 국악 교육은 엘리트를 키운다고 한다.

‘국악’의 전문 교육이 시작되는 곳은 사실 대학이 아니다. 중학교 때부터다. 국악 엘리트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국악 엘리트란 국악중 – 국악예고(혹은 전통예고나 국악과가 있는 예고) – 예술대학 국악과 코스를 밟은 사람들을 일컫는다. 국악 중학교를 나오지 않고 일반 중학교를 나오더라도 국악예고나 전통예고를 나오지 않으면 국악 세계에 편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학 국악과에서 인문계 비율은 10% 이하다.

그 국악예고나 전통예고를 가기 위해 학생들은 재수나 혹은 삼수도 개의치 않는다. 국악예고에만 들어가면 대부분의 대학은 쉽게 패스할 수 있다. 대입시험도 최상위권이라는 서울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한양대학교 정도만 치열할 뿐 그 아래의 대학은 고입 시험보다 훨씬 수월하다. A양은 지금 스물네 살로, 원래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다시 대입 시험을 거쳐 재입학한 새내기다. 그녀는 국악예고 출신이다. 그녀는 총 네 번의 입시를 봤다. 두 번은 대입이었고, 나머지 두 번은 고입 시험이었다. 그녀는 ‘고등학교 재수자’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한 반에 재수했던 사람이 1,2 명 씩 있어서 재수가 그다지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의외로 자연스러운 풍경이라고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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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서러워서 음악 하겠나…

이렇게 공고하게 ‘국악 엘리트’ 교육을 하는 국악계는 왜 아직도 흔들리는가. 그것은 국악 교육 자체가 내실보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만 좇기 때문이다. 국악은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반만년의 한국 역사와 한국인의 관념이 고스란히 녹은 예술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교육은 이전의 권위에만 기대고 있다. 요즘 논란이 되는 ‘금수저’가 가장 중요한 예술계가 바로 국악계다. 부모가 국악인이라면 그 자식은 국악계에 아주 쉽게 편입할 수 있다. 조선시대 광대집안을 일컬었던 ‘가비’ (국악계 집안), ‘비가비’ (비 국악계 집안)이라는 용어가 은어처럼 아주 흔하게 사용된다. 쉽게 생각하면 미스코리아이자 현재 연기자인 이하늬의 예를 생각해보면 된다. 그녀와 그녀의 언니 모두 서울대 국악과에서 수학했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문재숙 이화여대 국악과 교수다. 세 사람 모두 가야금 전공으로 전공 또한 같다. 이렇듯 비가비이자 비 예고출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진입 장벽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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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만 엘리트를 키우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

음악, 특히 클래식 음악의 경우에도 진입 장벽이 높기는 하다. 실기 위주이기 때문에 아주 어렸을 적부터 악기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영재 교육이 필요한 경우가 있기는 있다. 그러나 국악은 클래식과 달리 초등학생 때부터 전공을 정하지 않는다. 10대 중반이 되어서야 자신의 전공을 정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10대 중반은 대부분의 예술에서 실기를 시작하기 늦다. 무용의 경우도 10대에 시작한 무용수를 특이 케이스로 본다. 그러나 국악은 대부분 중학교 때 실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대학에 가면 이미 계층의 분화가 이루어져 있다.

예술은 특수 분야이기 때문에 엘리트 코스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미술도 음악도 무용도 엘리트를 키운다. 그렇지만 예고와 예중을 나오지 않았고 집안이 예술 집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예술 자체에 진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러나 국악은 비정상적으로 전공에 대한 벽이 높다. 국악이 한국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는 것은 한국의 근대화가 서양식으로 바뀌어서 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도도한 엘리트 주의도 한몫했을 것이다.

 

교정 및 편집 / 저년이

글 / 미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