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시작

지난 9일, 숭실대학교 본부는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SSU LGBT, 아래 성소수자 모임)와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 ‘이랑’(아래 총여학생회)이 기획한 ‘제 1회 숭실대 인권영화제’(아래 인권영화제)의 11월 상영작인 <마이 페어 웨딩>에 대해 “학교 설립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어 허가할 수 없다”며 장소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

<마이 페어 웨딩>은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의 동성 결혼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인권영화제 기획단(아래 기획단)은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권영화제에 조직적으로 항의하자는 내용을 담은 글이 올라왔고, 행사 전날인 9일 학생처 관계자에게서 민원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행사를 취소하라는 연락을 받았으나 거절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숭실대학교 본부는 기획단에 공문을 보내 대관 취소를 통보했고, (사진) 10일 기획단은 학교 측의 일방적 행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베어드홀 앞에서 야외상영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처와 기획단 사이에 말다툼이 발생하기도 했다.1)몰래,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거요.” 영화제로부터 일주일이 흐른 18일, 미스핏츠가 총여학생회장과 성소수자 모임 회장을 만나 입장을 들었다.noname01


몰래(아래 ‘몰’) : 안녕하세요, 미스핏츠의 몰래입니다. 두 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SB(아래 ‘SB’) : 안녕하세요, 성소수자 모임의 대표이자, 총여학생회 연대 사업국 소속 SB입니다.

조은별 씨(아래 ‘은’) : 안녕하세요, 총여학생회장 조은별입니다.

도원결의도 취중진담에서 시작되었죠

몰 : 이번이  첫 영화제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기획하시게 되었나요? 원래 총여학생회의 공약 사업이었나요?

은 : 아니요.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극히 비공식적이에요(웃음) 여름방학 즈음, 사석에서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얘기하다가 소수자에 대한 영화를 상영하는 자리를 만들어보면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얘기가 오갔어요. 그러다가 총여학생회 차원에서 학내 인권영화제를 시작해보자로 발전한 거죠. 그 후로 인권 영화 사업과 관련된 다른 분들과 협업해서 인권영화제를 조직하게 되었습니다.

SB 성소수자모임 회장(왼쪽), 조은별 총여학생회장(오른쪽).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실.

SB  숭실대성소수자모임 회장(왼쪽),
조은별 총여학생회장(오른쪽).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실.

SB : 처음에는 친한 사람들끼리 재밌을 것 같아서 만들어본 건데, 지금은 사업 단위가 꽤 커졌죠. 주최만 해도 네 곳2)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총여학생회,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박래전열사기업사업회이나 되고, 후원해주시는 곳도 많고요. 저희가 이런 양질의 영화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이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몰 : 이전 상영작들은 <퍼스트 웨딩>과 <장애인 이동권 투쟁보고서 : 버스를 타자!> 였죠. <퍼스트 웨딩>은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9월에는 이런 논란이 없었나요?

SB : 전혀 없었어요. 9월 <퍼스트 웨딩>을 상영할 때는 100명 규모의 강의실을 빌렸는데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했어요. 10월에 <버스를 타자>를 상영할 때는 더 큰 강의실을 빌렸을 정도로요.

그럼 우리는 이제까지 누구랑 얘기를 한 거죠

몰 : 대관은 미리 해 두는 건가요?

은 : 영화와 상영 날짜만 확정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대관을 완료해요. 11월 10일 상영 장소 신청을 10월 13일에 했으니까요.

몰 : 당시 <퍼스트 웨딩>이 성소수자에 관련된 영화라고 학교 측에 전달했었나요?

은 : 네. 학교 측은 ‘미리 알았으면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전혀 아니에요. 저희는 9월과 10월, 그리고 11월의 <마이 페어 웨딩> 때도 이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누가 게스트로 오는지, 협찬은 어디에서 받으며, 무엇을 할 것인지도 전부 학교 측과 미리 상의를 하고 진행했어요. 장소 대관 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상황을 전달했고요. 심지어 학생처 관계자 중 한 분은 저희와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대해서는 잘 모르긴 하지만 어쨌든 행사 잘 해라.” 이런 얘기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몰 : 학교 측에서 ‘몰랐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군요.

은 : 네, 그래서 저희는 이번 대관 취소 원인을 외부 기독교인들의 압박 외로는 생각할 수 없어요. <숭대시보>에도 “총장님이 여러 교회를 다니며 기부금을 모집하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기독교계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전하고 있어요.3)숭대시보, “성소수자 영화 학내 상영 불허에 논란 일어

SB : 그런데 우리 학교 등록금 의존율 좀 높지 않아?4)2013년 기준 76.8%.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12130812

은 : 그렇지.

총장님 저는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

총장님 저는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

몰 : 10일 <마이 페어 웨딩>의 야외 상영이 있었잖아요. 그 후 학교 측의 반응은 어떤가요?

SB : 반응이 없어요. 저희가 12월 상영작5)S : 12월 1일 오후 여섯 시 반 숭실대 베어드홀입니다(찡긋인 <외박>6)홈에버 파업’ 사태를 다룬 김미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다음 영화 <외박>의 대관 신청을 위해 어제 학사팀에 방문했었는데, 야외상영 얘기는 한 마디도 안 했어요. 대신 학생처와 관리팀에서 저희에게 영화에 대해 하나하나 따져 묻더라고요. 무슨 영화냐, 감독이 누구냐, 누가 와서 무슨 얘기를 할 거냐 등등.

몰 : …이번에는 상영할 수 있는 건가요?

SB : 뭐, 11월 18일 지금까진 별 탈 없습니다.

몰 :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은 : 주변과 학교 언론의 반응을 보면 크게 세 종류인 것 같아요.

첫 번째는 학교 측이 잘못했고, 오려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서 인권 영화제를 알게 된 계기가 되어 좋았다. 주로 저희 주변인들의 반응이죠. (웃음) 다른 반응은, 학교의 일방적 취소는 잘못한 게 맞지만 기획단도 과잉 대응했다는 것이고요. 세 번째는, 어쨌든 미션 스쿨이기 때문에 학교의 이념인 기독교 정신을 따라야 하고, 적어도 학교 안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들이죠.

몰 : 기독교 정신이라.

SB : 저희 둘 다 기독교 신자에요.

몰 : ?!

SB : 그래서 더 이해가 안 돼요. 저는 한 명의 신자일 뿐이고,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는 감히 제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들의 혐오하고 차별하는 말 속에서 자신들의 주장만이 하느님의 뜻임을 확신하는 것, 하느님의 정신을 자신들이 전유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 너무나 오만해 보여요. 저는 절대 당당하게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은 : 기획단 중 한 명한테 들었는데, 퀴어 퍼레이드 때도 왔던 분들이 와서 인권영화제를 보러 온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갔대요.

몰 : 저도 인터넷에서 숭실대학교로 모여서 시위하자는 글의 캡쳐를 보았어요.

참고로 ‘빗발쳐’입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참고로 ‘빗발쳐’입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은 : 아, 그건 인원이 차지 않아서 취소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몰 : 저런.)

정신을 차려보니 일이 커져 있었어요

몰 : 기자회견 전의 일들을 짚어봐야 할 것 같네요. ‘인권영화제에 항의하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것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은 : 8일 토요일 저녁부터 ‘동성애 영화 상영하지 말라’, ‘동성애는 사탄이다’ 같은 동영상의 링크들을 첨부한 문자들이 저에게 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학내 사람들인 줄 알았어요. 영화제 포스터에 제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으니 이런 연락들이 올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주말 내내 학교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많은 양의 전화와 문자가 오는 거예요. 기획단원들에게 뭔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했고, 검색해보니 어떤 사이트에 영화제 포스터와 저와 학교의 전화번호를 게재한 글이 올라와 있는 걸 확인했죠.

항의문자 중 하나. 조은별 총여학생회장 제공.

항의문자 중 하나. 조은별 총여학생회장 제공.

몰 : …..(문자를 보고 할 말을 잃음)

은 : 처음 학교에서 저에게 연락이 온 것은 일요일 자정이었어요. 느낌이 쎄했죠. 저에게 그 정도로 연락이 왔으니 학교 본부도 비슷한 정도로 연락을 받았을 테니까요.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총장님 귀에도 들어갔는데 이 행사를 취소해줄 수는 없냐는 식으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저는 행사 하루 전이라 불가능하다고 거절했고요. 그 다음 날인 9일, 학생처에서 총여실로 대관을 취소하겠다고 전화한 다음 공문을 발송했어요. 마침 학교 공문 사진이 SNS에서 빠르게 공유되길래, 그걸 계기로 이 사건을 공론화해야겠다고 생각해 보도자료를 배포했죠.

다음엔 저희한테도….주세요….(몰무룩)

다음엔 저희한테도….주세요….(몰무룩)

잊을 수 없는 당신의 말들…☆

몰 : 사실 기자회견 날에 더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은 : 네. 몰래 씨도 목격했던 폭언 문제라던가…

몰 : 그때 저 말고 영상을 촬영한 타 언론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학내 언론인가요?

은 : 맞아요. 저희가 영상자료를 요청했지만 학내 신문이다보니 한쪽에게만 제공하는 건 악의적으로 사용할 여지가 있어서 주지 못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몰 : 결국은 증거자료가 없는 거네요. 물론 기록만이 증거는 아니지만.

SB : 하지만 저는 학교 측 직원의 악의적인 말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은 : 저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한 이번 사건의 두 가지 문제는, 학교 관계자에게 학생 자치라는 개념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학생을 자신들보다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태도에요. 그래서 그런 폭압적 행동들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작은 부분인 건 맞지만 결코 간과할 수는 없죠.

몰 : SB 씨는 학생처장에게 ‘대화 상대가 아니다’란 말을 직접 들으셨으니…

은 : 신경 안 쓰려고요.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해요. 학내 신문에서는 이번 일이 대관 취소의 문제일 뿐이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아니라고 말해요. 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학교 이념에 맞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없애 버린 거예요. 성소수자한테 대고 직접 욕을 하는 것만이 차별이 아니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빼앗는 것도 차별이에요.

몰 : 자유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거네요.

SB : 저는 그래서 앞서 말한 총장님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 는 식의 논리 앞에서는…정말…뭐라고 말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한 대학을 책임지는 위치에 계신 분이, 교육자 출신이라는 분이, 음, 인권이라는 가치가 돈에 밀릴 수 있는 거였나요?

은 : 현재 많은 학교에서 성소수자인권위원회나 인권센터 등이 발족하면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날로 높아지는데, 이런 시류의 흐름을 모르시는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마이웨이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몰 : 이번 기자회견에도 꽤 많은 분들이 발언해 주셨어요.

SB : (학교 측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다른 학교, 시민단체, 인권영화제 측들에서 수많은 연락들이 쇄도하고 있어요. 오히려 저희보다 다른 단체들이 더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학교 측이 이런 식으로 해야 할 사과를 하지 않고, 비슷한 사건이 생겼을 때 그때도 방해하는 게 과연 도움이 될지, 그리고 옳은 방향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좀 했으면 좋겠어요.

noname07

민주주의란 원래 시끄러운 법입니다

몰 : 앞으로는 어떻게 대응하실 건가요? 어쨌든 12월 상영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 같은데.

SB : 저는 그래도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야외상영 무대에 난입해 “총여학생회장한테 엄중히 경고”를 날리셨던7)http://misfits.kr/12150그 분도, 소위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에 연명하신 분이에요.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하시는 분이 학생들은 토론의 자유를 보장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 상황은 사실 굉장히 심각하죠. 이런 식이라면 검열하고, 방해하고, 학생 자치권을 침해하는 행태가 계속될 거예요. 그런 것에 맞서서 계속 싸울 거예요. 평화롭게 영화제를 진행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이니까.

은 : 인권과 자유는 유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원래 절차대로 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에요. 즐겁게 박수 치고, 대화 잘하고, 항상 보던 사람들 만나고 조용히 끝났겠죠. 언제든지 학교 측과 만나서 대화할 용의가 있고, 총장 면담 신청도 추진할 것이고,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써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몰 : 인권 영화제를 앞으로도 계속 하실 생각이신가요?

SB, 은 : 네, 준비하고 있어요. 인권의 가치를 고민하는 학우들이 있는 한, 인권영화제는 계속 될 것이니까요.

몰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들이 있다면?

SB :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난 영화제를 찾아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무쪼록 학우 여러분과 많은 지지자 여러분들의 힘을 얻어, 저희도 인권영화제가 평화롭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은 : 저희는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인권이라는 가치가 절대 후퇴할 수 없듯이요. 여기는 교회가 아니라 학교이며, 학교 본부는 진리와 자유라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집 및 교정/랫사팬더, 요정

글/몰래

   [ + ]

1. 몰래,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거요.”
2.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총여학생회,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박래전열사기업사업회
3. 숭대시보, “성소수자 영화 학내 상영 불허에 논란 일어
4. 2013년 기준 76.8%.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12130812
5. S : 12월 1일 오후 여섯 시 반 숭실대 베어드홀입니다(찡긋
6. 홈에버 파업’ 사태를 다룬 김미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다음 영화 <외박>
7. http://misfits.kr/1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