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팔 왜 그래?’, ‘또 긁었어?”

여름이 되면 참 많이 듣는 얘기다. 반팔티를 입고 나오면 항상 듣는 얘기이기도 하다. 나를 본 지 오래 된 친구들도 새삼스레 내 팔의 흉터들을 보고 놀랄 때가 많다. 내가 팔에 칼빵을 그은 건 아니고, 아토피 흉터 탓이다.

아토피 환자. 뉴스에서만 나오는 얘기 절대 아니다. 그 정도는 다 다르지만 주위의 꽤 많은 이들이 아토피로 고통 받고 있다. 끼리끼리 논다 그랬나. 내 주위의 어떤 이는 아토피로 공익을 가기도 했고, 어떤 이는 완치했고, 나는 고통받고 있다.

 

 가려움, 어디까지 가봤니?

그래 난, 여전히 아토피에 고통받고 있다. 사실 아토피에만 고통받는 건 아니다.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달리 아토피는 피부질환이기보다는 면역질환이고 아토피라 함은 낮은 면역력을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고자스러운 면역력은 또 다른 면역질환인 ‘류마티즘’을 가져왔고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나 환장하는 게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진짜 전신이 간지럽다는 거다. 긁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두피부터 발끝까지 그렇다.

두피 간지러울 때는 진짜 환장한다. 한 번 긁다보면 계속 긁게 되는데, 이게 모발에 당연히 안 좋기에 참을 수밖에 없다. 더 민감한 부분은 엉덩이와 등쪽. 엉덩이 한복판이 가렵다기보다는 허리와 접촉하게 되는 그 부분이 가렵다.  사람들이 있든없든 가렵다보면 무심코 긁게 되는데, 이게 정말 미관상 좋지 않다.

특히나 혼자 있는 열람실에서 긁다가 사람이 오면 당연히 옷매무새를 정리하게 되는데, 만약 내가 그 사람 입장이었으면 ‘저새끼는 뭐지’ 이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앵글이다. 등짝이 가려울 때는 민망하기보다는 정말 그 가려움울 해소하지 못해서 환장한다.

내 아토피로 말하자면 정말 심할 때는, 조미료가 많이 첨가된 과자만 먹어도 벅벅 긁어댔다. 내가 좋아하는 ‘매운 새욱항’을 먹으면 바로 반응이 올라왔고, 그 외의 다른 짠 과자를 먹어도 많이 가려웠다. 요즘 뉴스에선 외국산 과자가 더 나트륨이 많다고들 하는데, 외국산 과자나 국산 과자나 어차피 차이는 없다.

요즘은 나름 약도 잘 먹고, 아토피 환자용 비누로 샤워도 하고, 방학이라서 식단관리도 어느 정도 하기에 가려움이 덜 하다. 덜 하다고 해봤자 일반 정상인보다는 훨씬 구리기에 여전히 환자는 환자다. 내가 쓰는 이 글은 아토피 환자의 참회록. 아토피 환자가 쓰는 아토피 일기다.

“영 좋지 않은 것을 먹었소”

“내가 내가 아토피라니”

아래 사진에서 먹어도 좋은 곳을 고르시오.

1. 떡 2. 치즈 3. 오징어 4. 홍합

 

그딴 거 없다. 떡은 밀가루라 안 되고, 치즈는 우유류라서 안된다. 오징어와 홍합은 데치면 상관없지만 저렇게 조미료 덩어리와 함께라면 먹을 수가 없다. ‘오징어, 홍합 오빠! 오빠들은 참 좋은데 조미료 있어서 안되겠어’식이다.

의사선생님과 상담 결과, 내가 먹을 수 없는 것들은 술, 고기, 우유, 달걀, 콜라 등의 탄산음료, 과자 빵등 밀가루 음식, 튀김, 화학성분이나 소금이 많이 들어간 음식들이다. 그래. 쉽게 말하면 먹어도 좋은 거 찾기가 힘들다. 절간의 스님이 되지 않는 이상, 24살 일반 사회인이 먹는 온갖 음식은 날 고통스럽게 한다. 의사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생각해보니 저 음식들을  먹으면 몸에 반응이 직빵으로 왔었다. 대학가에서 술을 먹고 거나하게 취하고 집에 가서 잠을 자려고 하면, 항상 등짝과 팔이 간지러웠고, 내 손톱에 불이나게 긁어댔다. 얼마나 긁어댔냐면 피가 날 정도로 긁어댔다.

‘피가 모자라’ 류의 블라디미르는 아니었지만, 무심코 긁다가보면 피가 났고 피가 나야만 ‘어, 뭐야 ‘ 이러면서 멈췄다. 팔에 흉터는 축적됐고, 가려움은 멈추지 않았다. 24년차 아토피 환자 + 7년차 류머티즘 환자-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둘 다 면역질환이다-로서 어떤 음식이 제일 간지러웠는지 얘기해보겠다.

 

1. 가루 같은 걸 끼얹나? 가루 많은 과자들

사진 = KBS 위기탈출 넘버원

새우가 들어간 매운 과자, 고소하고 짭짤한 쌀과자, 호랑이 마크가 그려져 있는 매콤한 과자들은 내가 정말 좋아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간지러워서 지금은 자제하고 있는 것들이다. 처음엔 저게 왜 날 간지럽게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저 과자들은 공통적으로 ‘가루’가 많았고, ‘조미료’가 꽤나 들어간 맛이었다.

 

저런 과자들을 먹으면 입은 항상 즐겁다. 과자를 먹고 나면 손가락에 묻어있는 가루파티를 먹고 나서가 문제다.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온 몸이 가렵다. 등, 팔, 다리, 엉덩이 안 가려운 데가 없다. 심할 때는 두피부터 얼굴까지 가렵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가렵다. 간지럽다. 팔뚝은 손톱으로 벅벅 긁지만, 얼굴은 -더 못생기고 싶지 않아- 손등으로 비벼댄다. 그렇게 긁다가 피가 나면 멈추지만, 가려운 건 여전하다. 나보다 심한 환자들은 저 가려움이 ‘아픔’과 ‘고통’으로 치환되는데 난 그 정돈 아니다. 가격에 비해서 가려움을 많이 주는 가성비 좋은 놈들이다.

 

2. 튀김류 “라면없으면 튀김이 왕”

사진 = 칼카나마 웹툰

튀김이라 하면 정말 다양하다. 그 위대한 치느님도 튀김이다. 그렇다. 튀김류를 먹으면 아토피 환자는 고통스럽다. 위대한 치느님과 영접을 할 때 위장은 삼배구고두례를 할 만큼 영광스럽겠지만 내 피부와 손톱은 바빠진다. 특히나 이 튀김을 먹을 땐, 기름의 청정도가 강제로 느껴지는데 경험적으로 기름이 더러울 수록 피부가 가려웠던 것 같다. 이는 매우 주관적이므로 뭐라 판단할 수는 없고 느낌적인 느낌이다. 튀김류에서 간지러움갑은 떡볶이와 먹는 튀김인데, 이는 튀김의 기름기와 떡볶이의 매운 조미료가 영혼의 투톱으로 내 아토피를 파괴한다. 먹고 날 때는 상관이 없지만 20~30분 후부터는 온몸이 간지럽다.

 

3. 술 “마실 때는 자유지만 가려울 땐 아니란다“

대학와서 내 피부의 고통을 가장 극명하게 느꼈을 때가 술먹을 때다. 특히나 술이 약한 내 체질에 알콜을 더 하니 온몸이 비명을 지른다. 물론 과음을 하면 그 머리 아픔과 울렁거림 때문에 아무 고통이 안 느껴지는 상태로 이어지지만, 그 상태가 아닐 때는 꽤나 간지럽다. 근데 앞의 튀김류와 가루가 많은 과자들과 달리 술의 간지러움은 단시간 내에 극명하게 오진 않는다. 그저 다음 날, 온 몸이 푸석푸석하고 저런 아토피 공격에 민감해지는 증상이 온다. 튀김과 과자들이 최전방 공격수라면 술은 그 공격의 시작을 만들어주는 빌드업 수비수다. 웃긴 건, 술을 그렇게 많이 자주 먹었던 1학년 때는 숙취 때문에 아토피가 느껴지지 않았고 술을 적당히 먹는 요즘에 술과 아토피의 상관관계를 깨달았다는 점이다. 그니깐 술은 먹으려면 죽을 때까지 먹거나 아예 안 먹는 게 이득….?

 

-라면 “이분 최소 호날두”

 

비오는날…츄릅.

이제 대망의 라면이다. 튀김과 과자가 리베리면 라면은 최소 호날두 최대 메시다. 그니깐 그냥 미치고 날뛰는 거다. 물론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에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난 라면만 먹으면 하루 종일 간지럽다. 두피부터 허벅지, 엉덩이까지 전부 다. 아침에 바쁘기에 라면을 먹을 때가 자주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시간이 지나면 얼굴이 빨개지거나, 팔이 가렵더라. 쉽게 말하면, 아침을 라면으로 시작하면 하루 종일 초토화다. 처음엔 이유가 뭔지 몰랐는데,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아 이게 모두 라면때문이었구나.”

사실 라면은 안 좋은 점을 다 가졌다. 밀가루에, 튀겼고, 기름기에, 심지어 맵기도-자극적 조미료- 하다. 그나마 채소로 저런 강함을 순화시킨 라면요리들은 괜찮다. 그런 라면요리라면 면을 끓일 때 녹차티백을 넣는다거나 라면과 수프를 따로 끓여서 나중에 동거시키는 등의 예시가 있겠다. 근데 이렇게 먹느니 안 먹고 말지. 아니 안 먹기보다 그냥 라면 먹고 만다. 그냥 먹는 라면들은 내게 너무 자극적인 그대들이다. 하루 종일 민감해지고 간지러워서 옷깃 등도 불편하게 느껴지고, 얼른 집에 가서 샤워하고 자고 싶은 마음뿐이다. 왠지 모르겠는데 라면을 먹으면 두피가 가장 가렵다. 머리 윗쪽과 머리에서 목과 귀가 합방하는 그 지점이 너무 간지럽다. 벅벅 긁다가보면 머리털이 떨어지고 머리털이 떨어지면 슬프고 슬프면…하…인생 왜살까 싶다.

 

-샤워 “흰 거품 속의 앙ㅁr…”

혹자는 아토피 환자들한테 땀 좀 없애고 자주 씻으라고 하는데, 그것도 문제다. 아예 샤워를 안 하는 것도 나쁘지만, 잦은 샤워도 나쁘다. 잦은 샤워는 피부를 오히려 건조하게 만들어서 아토피 환자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이게 진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데, 더 환장하겠는 건 일반 시중 바디젤은 가끔씩 역효과를 내기도 한단 점이다. 필자는 아토피용 샤워젤, 일반 시중용 샤워젤을 생각없이 구분하지 않고 사용했는데, 생각해보니 일반 시중용 샤워젤 중에는 지뢰처럼 내 아토피를 더 민감하게 만드는 것도 있었다. 특히나 향기가 좋다면서 내는 핑크핑크한 샤워젤들은 비교적 안 좋았다. 아토피용 비누나, 허브비누 등이 오히려 경험적으로는 나았던 거 같다.

To be continued

여태까진 나를 고통스럽게 만든 아토피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토피와 류머티즘을 겪은 지가 24년이 되었으니 나를 고통스럽게 만든 친구뿐만 아니라 행복하게 만든 친구들도 있는 게 분명하다. 다음 하편에는 내가 시도했던 여러 가지 민간요법과 치료들에 대한 후기를 써보도록 하겠다. 블루베리, 생식 등의 식단조절부터 약과 크림같은 요법까지 전부 다 포함해서 이야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