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s Love, 약칭 ‘BL’.

흔히 BL하면, 여리여리하고 예쁜 소년과 잘생기고 멋진 소년이 서로 얼굴을 붉히는 장면이나,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남자 아이돌그룹들을 소재로 한 팬픽들, 즉 남성과 남성의 사랑을 다루고 다소 낯 뜨거운 장면들이 있는 것들을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거...

이런 거…

 

국내 거의 모든 서브컬쳐 2차 창작에서 절대 빼놓고 말할 수가 없는 이 BL. 하지만 세간의 인식은 그냥 잘생긴 남자 둘만 무작정 붙여 놓는 호모질이다!! 가 대부분인데요.

정말 BL은 무작정 남자 둘을 붙여 놓기만 하는 장르일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BL에 대한 오해와 편견과는 달리, 실제 덕후들의 BL은 어떤 것일까요? 그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어릴 적부터 BL을 좋아했다는 덕후 남성 한 분을 모셔와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한탄수(이하 ‘한’) :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 드리겠습니다.

윈터차일드(이하 ‘윈’) : 네, 윈터차일드라고 합니다! 26살 남자고요.

한 : 흔치 않은 남성 BL 덕후이시군요.

윈 : 워낙 BL이 여성향장르라서 여자들만 가득하다 보니….

도와줘요 BL드 웨건!

한 : 첫번째 질문입니다. BL을 덕질하신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어떤 분야를 어떻게 덕질하시나요?

윈 : 음… 기본적으로는 1D,2D,2.5D 2차 벨을 파고, 가끔 끌릴 때에는 1차 벨 글 연성1)무언가 창작물을 만들어낸다는 의미. 강철의 연금술사의 “연성”에서 따온 단어이다.을 하기도 합니다! 주로 파는 2차 벨 장르는 특촬2)특수촬영물의 약자. 흔히 생각하는 벡터맨이나 파워레인저같은 것이 이 특촬에 해당된다.이랑 게임이고요.

그게 뭐야 몰라 무서워

그게 뭐야 몰라 무서워

한 : 생소한 용어들이 많이 나오는데, 지금 말씀하신 용어의 뜻에 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윈 : 음… 벨은 BL을 말하는 거예요. BL(비엘) 그대로 읽어서 벨! 1D/2D/2.5D는 파는 장르가 어떤 종류 인지를 말하는데, 1D는 활자로 된 장르, 즉 소설을 말합니다. 2D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그림이 주가 되는 장르고… 2.5D, 흔히 쩜오디라고 부르는 건 드라마나 영화 같은 실사영상 중심 장르입니다.

한 : 아, 그러면 주로 그러한 장르들에서 나오는 캐릭터들 중 남자 캐릭터끼리 엮어서 덕질하는 걸 ‘BL을 판다’ 고 하는군요. 일종의 로맨스 소설 독자와도 비슷한 느낌인가요?

윈 : 그렇죠! 그리고 1차는 원작이 없는 창작, 2차는 원작이 있는 걸 얘기하고요.

한 : 뭔가 처음부터 복잡한 개념들이… 그러면 꼭 기존에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자신이 창작한 캐릭터들로도 덕질이 가능하다는 거네요.

윈 : 그래서 흔히 벨덕질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파는 것을 1차 벨, 2차 벨로 나누곤 하죠.

한 : 그럼 1차, 2차 외에도 BL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가 있나요?

윈 : 음…? 흔히 A왼쪽, B오른쪽, C른, D왼 같은 표현은 공수표현을 나타낸 건데…. 이거 보고 계시는 분들은 그런 건 다들 아시지 않을까요?

한 : 이 인터뷰는 친절한 인터뷰를 지향합니다.

윈 : 아하핫… 보통 커플링을 표현할 때 AxB(혹은 x를 생략해 AB) 라고 표기합니다. 여기서 왼쪽에 있는 A가 “공” 포지션, 오른쪽에 있는 B가 “수” 포지션인데…

공격 수비 할 때 그 공 수 맞습니다

공격 수비 할 때 그 공 수 맞습니다

윈 : 공은 쉽게 생각하자면 넣는 쪽, 수는 받아들이는 쪽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공/수도 캐릭터들의 성격에 따라 여왕공이니 능글수3)말 그대로 여왕처럼 휘두르는 기질이 있는 공, 능글거리는 면모가 있는 수. 이외에도 강한 공인 강공, 무심한 수인 무심수 등 포지션 앞에 붙는 단어로 캐릭터의 속성을 짐작 가능하다. 다만 ~공, ~수라는 표현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식으로 부르기도 하고… 어쨌든 저 x 표기에서 A왼쪽, B오른쪽 같은 말이 나온 거예요.

한 : 넣……는다는 건 한마디로 말해 섹스 포지션 얘기……?

윈 : 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또한 굳이 성관계가 아니더라도 상황이나 관계를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캐릭터가 공이라고 보면 됩니다! 가끔 안 그런 경우도 있긴 하니까 무조건 그렇게 여기면 안 되지만…

공/수 포지션이 BL에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하던데?

윈 :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어요. 개개인의 캐릭터 해석에 따라 A는 공 포지션, B는 수 포지션 이런 식으로 각각 포지션이 정해지는데, 여기서 이 A와 B의 포지션은 절대 바뀔 수 없다는 캐릭터 해석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이 사람에게 AxB 대신 BxA, 즉 B가 공 포지션이고 A가 수 포지션인 것을 보여주면 자기 해석과 달라서 캐붕, 즉 캐릭터 붕괴를 느끼게 됩니다. 이런 걸 전문 용어(?) 로 리버스라고 하죠.

윈 : 사람에 따라 수용 정도가 다른 탓에 리버스도 괜찮다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리버스는 아예 못 보는 사람도 있어요. 결국 BL에선 캐릭터 간의 관계를 중요하게 보니까 생기는 일이라고 할 수 있죠.

한 : 그러니까 BL에서는 무엇보다도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군요. 어떤 의미든(?)

윈 : 그렇죠. 실제 연애도 아무 관계없이 대뜸 보자마자 사귀고 그러지 않잖아요? 그거랑 같은 거예요. 한쪽의 성별만 바뀌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관계입니다.

물론 좀 하드코어한 것도 있다는...

물론 좀 하드코어한 것도 있다는…

한 : 그게 몇 이성애 로맨스 소설에서 “연애”에 집중하는 면과도 닮아있네요. 이 부분을 보면, 확실히 “감정”이나 “관계”를 중시하는 것 같아요.

윈 : 그렇죠.

어떤 계기로? 언제부터?

윈 : 어…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그때가 90년대 후반인데, 만화책 대여점이 그때 한참 흥했잖아요? 그 때 <봉신연의>4)후지사키 류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소년점프>에서 연재했던 만화로서, 중국 고대 소설 <봉신연의>를 판타지풍 어레인지로 참신하게 그려내어 큰 인기를 끌었다.라는 만화책을 접했는데, 거기서 ‘태공망’과 ‘보현진인’의 사이를 보고 ‘얘네 사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곧잘 상상을 하곤 했거든요. 그게 제가 맨 처음 판 BL인 것 같습니다.

90년대 후반~00년대 초반 덕후들을 휩쓸었던 . 저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90년대 후반~00년대 초반 덕후들을 휩쓸었던 <봉신연의>. 저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한 : 구체적으로 둘의 어떤 면이 덕심을 자극했나요?

윈 : 음…친구 이상 연인 미만 같은 그 묘한 관계성? 요즘은 일반인들도 ‘케미’ 라는 단어를 쓰면서 흔히 느끼는 그런 거 있잖아요.

한 : 브로맨스 같은?

윈 : 딱 그거죠. 사실 브로맨스라는 게 BL 그 자체라고 볼 수 있고. 거기서 더 나아가서 동성애와 그 감정에서 비롯된 서로의 관계성 같은 것도 좋은 겁니다. 그런 느낌으로 BL을 파는 거죠!

한 : 그러면 그 엮이는 두 캐릭터는 꼭 어떠한 “관계”가 기존에 존재해야만 BL로써 성립이 되는 건가요? 예를 들어 뭐 친구라든지 동료라든지 라이벌이라든지…

윈 : 음… 그런 거 없이 외모 만으로 파는 사람도 있긴 해요. 하지만 전 캐릭터들 간의 관계성을 따져가며 엮습니다. 서로 조금이라도 연관이 되는 캐릭터들 중에서 내 취향에 딱 들어오는 캐릭터들은 아무리 연결점이 작아도 엮어버리곤 해요. 대신 완전히 접점이 없는 캐릭터들은 아무리 해도 못 엮는 단점이…5)편집자주: 접점이 없어도 본인이 좋아서 엮는 안타까운 경우도 심심치않게 있기는 하다

한 : 뭔가 일종의 “떡밥”이 있어야 한다는 거군요.

윈 : 바로 그거죠. 예를 들면 가족이라든가,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라든가, 직장동료, 친구, 라이벌 등등…. 그 떡밥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한 : 그러면 그 처음으로 BL을 팠을 시절에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덕질을 하셨나요? 단순 상상으로?

윈 : 음…처음 팠을 땐 상상이었죠. 아무래도 그때 인터넷에서도 그렇고 국내 분위기에서 그런 BL이란 걸, 그리고 덕질이란 걸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땐 아직 어려서 다른 사람들이 만든 2차 창작이라는 개념도 잘 몰랐고요.

한 : 그럼 이후의 덕질은?

윈 : 음… 그러다가 점점 나이도 먹고 인터넷 커뮤니티도 발달해가면서 이런저런 더 넓은 세계(?)를 알게 되고… 정신도 더 성숙해서 더 많은 상황을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의 창작물들을 접하면서, 점점 더 그런 걸 파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죠. 그러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그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한 : 덕질의 욕구가 창작의 욕구로도 발전이 되었군요.. 훌륭합니다(?)

윈 : 그렇지만 주변의 머글… 그러니까 덕후가 아닌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아무래도 게이=더러움 내지는 올바르지 않음 이라는 생각과 편견들이 흔하잖아요. 그래서 남들 앞에서 그런 걸 내세우거나 밝히지는 못했죠.

그냥 좋으니까 좋은 거지!

한 : 그렇다면 다음 질문! BL을 왜 좋아하시는 건가요?

윈 : BL이 왜 좋냐…라… 딱히 왜 그렇다 하는 이유는 없고, 그냥 보기 좋으니까? 전 남-남, 여-여, 남-여 커플 전부 평범하게 바라보거든요.

한 : 그렇다면 자신의 성적 지향과 덕질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윈 : 그렇죠. 제 주변에도 BL, GL6)Girls love. 여성과 여성간의 사랑을 다룬 장르이며, 흔히 ‘백합’이라고도 부른다.은 파지만 동성애자는 아닌 지인들도 많으니까.

한 : 성적지향에 관해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아무래도 이런 장르는 여성향이라는 인식이 강하기도 하고, 매체에서도 거의 ‘여자들’이 좋아하는 ‘브로맨스’같은 느낌으로 많이 다루잖아요. 그래서인지 BL덕후들 중에는 남성덕후를 정말 찾기 힘든 것 같아요.

윈 : 그렇죠. 아무래도 이제까지 여자들 중에서 그런 남-남 케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사실 전 남자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은 비슷하게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BL을 좋아하니까 동성애자일 것이라는 주변 인식이나 편견 때문에  배척 당하면 어쩌지? 라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벨을 좋아하는 남덕을 찾기 어렵다고 봐요.

윈 : 게다가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교육의 영향도 크고. 어릴 때부터 남자여자가 사귀는 걸 바른 교제라고 가르치잖아요. 남남, 여여커플은 특이하고 바르지 못한 케이스로 보여주면서. 그 대표적인 예가 ‘철수랑 영희’죠. 철수는 왜 꼭 영희랑 페어여야 하죠? 영수는 철수랑 짝 못 짓나?

왜 항상 ‘철수와 영희’일까?

왜 항상 ‘철수와 영희’일까?

한 : 그러면 남-남, 즉 BL이 흔히 ‘여성’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윈 : 아무래도 남자들이 저런 이유로 자기 성향을 감추는데 비해, 여자들은 저런 상상을 하고 표현한다고 동성애자로 몰리진 않잖아요. 그래서 그런 표현을 하고, 좋아하는 여성들이 많아져서 저런 걸 여성향이라고 하게 되고, 그런 여성들에게 부녀자7)부녀자(腐女子). 썩은 망상을 하는 여자라는 뜻으로, BL문화를 좋아하며 향유하는 여자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본디 일본 익명사이트 2ch에서 유행했으며, 현재는 한국에도 널리 퍼진 단어.라는 말을 붙여주게 된 거 아닐까요?

한 : 아, 그거랑 비슷한 느낌인가요…. 여자들끼리는 손잡아도 아무도 뭐라고 안하지만, 남자들끼리는 손잡으면 당장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거.

윈 : ㅇㅇㅇㅇ! 바로 그거!

제가 좋아하는 건 BL일 뿐… 해치지 않아요…

한 : 그러면 주위에 같은 덕후 동지들에게 자신의 성별을 잘 밝히지 못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윈 : 잘 밝히지 못하거나 그러진 않는데, 인터넷에서 만난 덕동지들에게 성별을 밝히면 놀라는 경우가 많죠. “윈챠님, 남자였어요?? 대박!!” 이러면서. 사실 전 성별 밝혀야할 땐 거리낌없이 밝히는 편입니다. 전 프리한 덕후니까요!

한 : ‘남덕’의 인구가 적은 탓에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하고 대하는 일도 있지 않나요?

윈 : 그렇죠. 아무래도 취향을 먼저 알고 상대를 알게 되는 인터넷 쪽 지인들이라 더 그런 것 같아요.

한 : 그렇다면 혹시 성별을 알고 사이가 멀어졌다거나…?

윈 : 여덕들 중에는 그런 경우가 많죠. 처음에 성별을 모를 때는 친했다가, 성별을 알고 나서 멀어진다든지… 서로 취향이 같아서 재미있게 놀았는데 알고 보니 같이 논 상대방이 남자였다, 그러면 이 ‘남자’가 나에게 이상한 방향으로 치근덕대거나 혹여나 해코지를 한다면 어떡하지? 이런 식으로, 여덕들 중에서는 간혹 각종 남성들이 일으킨 사건 사고 때문에 남덕를 무서워하거나 경계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한 : 아무래도 실제로 오프라인 행사에서 협박이나 추행을 하거나, 찾아와서 이상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성폭행으로 유명했던 ㅇ모씨 사건도 있고… 그 외에는?

윈 : 으음…제 성향만 안 상대방이 절 여자라고 오해하고 던진 욕도 들어봤죠.

한 : 허허…

윈 : 제가 다니는 커뮤니티에서 얼마 전에 M모 게임 서버 별 길드를 만들었대서 갔거든요. 근데 거기서 “우리 길드는 남자 없는 덕후길드였음 좋겠다”는 소리를 실제로 들었어요.

한 : 진짜요? 그 커뮤니티 저도 아는 곳인데, 거기 여자들이 좀 많다지만 남자도 있잖아요. ‘남자 없는 덕후길드’ 라니, 그 게임을 하는 남자는 어떻게 하라고.

윈 : 당장 A서버의 길드를 만들자고 했던 총대도 남자였어요 ㅋㅋ

한 : 총대가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남자 없는 덕후길드’ 발언이 나왔단 말입니까?

윈 : 커뮤니티 내에서는 서로 성별을 밝히지 않았으니까요. 저랑 길마가 성별 밝히니까 말실수했다고 미안하다고 하긴 했어요.

한 : 그런데 이 남덕기피 현상은 여초에서 보는 남자에 대한 선입견 과도 비슷한 거 같아요. BL장르처럼 여자가 많은 곳은 남자가 워낙 적다 보니… 일종의 ‘정상적인’ 남자를 만날 일이 적다는 느낌..? 그리고 등신이 눈에 잘 띄는 법이기도 하고.

윈 : 즉 남자가 벨을 팜 – 벨은 여초 쪽이 더 활발 – 여초 쪽이 가진 ‘’남덕’에 대한 선입견이 생김. 이렇게 정리가 가능하죠.

한 : 오히려 남자라서 특별 대우를 받은 적은 없었나요? 남초게임에서의 여성 유저한테 대하는 태도 같은 거 있잖아요. 좀더 호의적이라든지.

윈 : 거의 없죠. 뭐 게임의 일부 여초길드에서는 왕벌8)흔히 말하는 ‘여왕벌’의 남성 버전. ‘특정 성별’을 무기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임 내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구성원들 사이에서 어장관리를 하거나 금전적으로 이득까지 취하는 사람을 말한다.도 있었다는 데… 전 겪어보지는 못했어요.

한 : 그게 정상인 것 같네요. 성별을 모르다가 알면 뭐 예상과는 다를 때 그냥 놀라고 끝나는 정도가 적당하지, 성별이 집단 내에서 희귀하다는 이유로 특별 대우를 받거나 배척 받는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윈 : 그러니까요…ㅠㅠ

한 : 근데 이런 남덕기피현상이 요새는 많이 나아지고 있지 않나요? 동인계나 BL 같은 여초장르 안에서 활동하는 남자에 대한 창작물 같은 것도 웹툰 형식으로 올라오기도 하고요.

윈 : 그래도 아직 남자=잠재적 위험 요소로 보는 분들이 있죠. 아무래도 신체적으로 남자가 완력 같은 데서 강하기도 하고…

한 : 아, 특히 벨은 성적인 면과 연관되어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윈 : ㅇㅇㅇㅇㅇ!!

한 : 그래서 “나는 무해합니다!! 무해해요!!” 를 어필하는 남자들 보면 짠하기도 하고 여덕들 마음이 이해되어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 참 복잡해요. 제 지인도 “나는 현실 여자에 관심 없습니다! 내가 지금 말하는 건 가상의 모 캐릭터를 향한 욕망입니다! 솨솨X뫄뫄가 최고고! 솨솨뫄뫄 둘이서 즐거운 시간이나 보내라!!” 이런 어필을 필사적으로 하시던.

윈 : 그 심정 격하게 이해됩니다…

엥? 비이이이에에에엘? 그거 완전 폐녀자들 문화 아냐?

한 : 흔히들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임에서 BL을 판다는 것이, 일종의 하위 문화와 계층으로 취급 받는 현상이 많이 보이죠.

윈 : 그렇죠.

한 : 게임 내에서 BL을 파는 유저들을 폐녀자9)부녀자의 멸칭. 부녀자라는 단어도 일종의 멸칭이지만 자조적 의미로 쓰이는 반면, 폐녀자는 타자가 비하의 용도로 부를 때 더욱 자주 쓰이는 욕설이다.라고 비하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호모질하는 년들 머리에 사내 새끼들 삐-하는 생각밖에 없다’ 라는 식으로 욕설도 하고요. 이렇게 BL을 파는 층을 여자로 단정지으며 비하하는 경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망겜 망겜 난리 치는 게임이 꼭 보면 오래 가던데 말입니다

망겜 망겜 난리 치는 게임이 꼭 보면 오래 가던데 말입니다

윈 : 솔직히 저도 그런 소리를 직접 들어본 적 있어서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취향은 존중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죠. 사람들의 편견이 그만큼 심한 거라고 생각하고, 바뀌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 : 그렇다면 왜 이런 말들이 오가는 지에 대해서 다른 원인은…

윈 : 으음… 거기까진 잘 모르겠어요. 역시 아까 말했던 유구한 편견? 남자가 BL을 파는 경우는 적으니까? 여자가 많은 건 사실이거든요.

한 : 남자가 BL을 파는 게 적은 거와는 별개로, BL을 파는 것 자체가 하층민 취급 당하는 것도 있잖아요.

윈 : 뭐, 아직 인식이 그러니까. 동성애에 대한 시선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잖아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차차 고쳐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고요.

한 : 그럼 BL에 대한 좋지 못한 시선들이 동성애에 대한 인식 때문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윈 : 제 생각은 그래죠. 그 외의 이유는 rps10)real person slash. 실제 인물들로 엮는 것을 말한다. BL장르 내에서 실제 인물에 대한 성희롱으로 논란이 많은 부분.에 대한 부정적 시선? 남자들의 케미를 넘어서서  일종의 망상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시선 있잖아요. BL에 대한 경멸적인 시선은 그거랑 동성애에 대한 편견 이 두 가지 때문이 아닐까요.

한 : BL파는 애들은 일반인으로 rps까지 한다! 라는 부정적인 생각?

윈 : 네, 그거죠. 물론 실제로 그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게 극소수고 일반적인 건 아니거든요.

한 : 그게 연예인 덕질? 쪽에는 망붕11)연예인에 대한 공상이나 망상에 집착하는 ‘망상분자’의 줄임말. 실제 MBC에서 방송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특정 커플에게 콘돔을 보내며 성희롱한 사람들이 이에 해당된다.질로 흔히 불리는데, 아무래도 이성애 보다는 동성애 쪽이 좀 더 민감한 문제니까 자연스레 BL도 함께 공격 당하게 되는 거군요.

윈 : 네, 그런 겁니다.

그렇습니다… 취향과 취향… 세상에는 저희만 사는 게 아니잖아요…

한 : 그러면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윈 : 으음… 이런 인터뷰 기회를 갖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요, 이 글을 보시고 ‘쟨 남자인데 BL을 파는구나. 게이인가?’하는 이상한 시선보다는 ‘남자들도 BL을 파는구나. 저게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닌 가봐’하는 시선으로 끝까지 봐주셨으면… 하고 살짝 바라볼게요. 남자든 여자든 뭐가 중요하겠어요? 자기 취향이 중요한 거죠.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존중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존중이다.

한 : 뭐니뭐니해도 취향 존중이 가장 중요하다는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제까지 인터뷰해주신 윈터차일드님 수고하셨습니다!

윈 : 넵, 수고하셨습니다.


편집 및 교정/요정

글/한탄수

 

   [ + ]

1. 무언가 창작물을 만들어낸다는 의미. 강철의 연금술사의 “연성”에서 따온 단어이다.
2. 특수촬영물의 약자. 흔히 생각하는 벡터맨이나 파워레인저같은 것이 이 특촬에 해당된다.
3. 말 그대로 여왕처럼 휘두르는 기질이 있는 공, 능글거리는 면모가 있는 수. 이외에도 강한 공인 강공, 무심한 수인 무심수 등 포지션 앞에 붙는 단어로 캐릭터의 속성을 짐작 가능하다. 다만 ~공, ~수라는 표현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4. 후지사키 류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소년점프>에서 연재했던 만화로서, 중국 고대 소설 <봉신연의>를 판타지풍 어레인지로 참신하게 그려내어 큰 인기를 끌었다.
5. 편집자주: 접점이 없어도 본인이 좋아서 엮는 안타까운 경우도 심심치않게 있기는 하다
6. Girls love. 여성과 여성간의 사랑을 다룬 장르이며, 흔히 ‘백합’이라고도 부른다.
7. 부녀자(腐女子). 썩은 망상을 하는 여자라는 뜻으로, BL문화를 좋아하며 향유하는 여자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본디 일본 익명사이트 2ch에서 유행했으며, 현재는 한국에도 널리 퍼진 단어.
8. 흔히 말하는 ‘여왕벌’의 남성 버전. ‘특정 성별’을 무기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임 내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구성원들 사이에서 어장관리를 하거나 금전적으로 이득까지 취하는 사람을 말한다.
9. 부녀자의 멸칭. 부녀자라는 단어도 일종의 멸칭이지만 자조적 의미로 쓰이는 반면, 폐녀자는 타자가 비하의 용도로 부를 때 더욱 자주 쓰이는 욕설이다.
10. real person slash. 실제 인물들로 엮는 것을 말한다. BL장르 내에서 실제 인물에 대한 성희롱으로 논란이 많은 부분.
11. 연예인에 대한 공상이나 망상에 집착하는 ‘망상분자’의 줄임말. 실제 MBC에서 방송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특정 커플에게 콘돔을 보내며 성희롱한 사람들이 이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