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생리컵...!

나의 첫.,.생리컵…!

처음에 생리컵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뭣도 아닌 이상한 오기 때문이었다. 나는 나름 만족스러운 섹스 라이프 등을 통해 나의 몸에 대한 권리를 잘 찾아가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여성의 몸> 프로젝트에서 커밋 님이 삽입 오르가즘러를 인터뷰한다고 나를 찾아줬을 때는 기쁘기까지 했다. 뭔가 삽입 오르가즘러의 프라이드랄까 그만큼 내가 즐거운 생활을 하면서 내 몸을 내 것으로써 온전히 아끼고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성 탐폰러인 나에게 어느 날 도전장과도 같은 글이 눈에 띄었다. 모 미디어에서 ‘문컵’이라고 불리는 체내 삽입형 대안 생리대에 대한 글을 게재한 것이다. 비록 그 글의 제목은 ‘생리컵에 보내는 증오의 노래’였지만, 생리컵이라는 존재를 내가 처음 인지하게 한 것이다. 그걸 보고 나는 생각했다. 탐폰값이 역시 만만치 않은데, 이건 한 번 사면 몇 년은 쓴다니 개이득 아니냐? 게다가 덤으로 자연도 보호할 수 있다니 일타쌍피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다음번 생리를 노리며 문컵을 구입하게 되었다.

 셧업 앤 테잌 마이 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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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냥 ‘구입하게 되었다’ 따위로 퉁치고 넘어갈 만큼 구입 과정이 쉽고 간단하지는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생리컵을 파는 쇼핑몰은 내가 찾아낸 것으로는 단 한 곳이다. 직접 언급을 하면 광고나 다름없으니 그냥 검색해 보기를 바란다.

원래는 미국 아마존에서 구입을 하려고 했었다. 천조국은 이미 생리컵이 상당히 널리 알려져 있어 제조 브랜드도 좀 다양하고, 각 브랜드의 특징도 조금씩 다르다. 이건 조금 삽입이 용이하게 야들야들(!)한 것, 이것은 좀 튼실하고 오래가는 것, 이건 또 빼고 넣기 쉽게 손잡이가 고리처럼 달려 있는 것… 뭐 그런 것이다. 하지만 미국 아마존에서 한국 주소지로 각종 생리컵은 배송이 불가능했고, 생리컵을 위해 배대지를 거치자니 귀찮음이 앞섰다. 그래서 일단 미마존1)미국 아마존의 줄임말. 루트는 실패.

그리고는 일본에서 배송 대행을 통해 살 수도 있었다. 일본도 생리컵을 좀 쓰는 것 같더라. 하지만 배송비가 생리컵 값만큼이나 많이 붙었다. 여기도 실패. 그래서 결국 검색을 통해 찾아낸 생리컵2)그 쇼핑몰에서 파는 브랜드의 생리컵 이름이 문컵이다. 문컵 말고 ‘키퍼’라는 것도 같이 파는데 그건 실리콘이 아니라 천연고무재질이고, 불투명하다. 기능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쇼핑몰에서 생리컵을 사게 됐다.

원래 생리컵은 한 사이클에 하나만 있어도 된다. 하지만 나는 또 생리컵 초보러고 생리컵 사이즈가 두 가지가 있다길래, 두 가지 사이즈를 모두 시험해 보고 싶어서 두 가지 사이즈를 샀다. 미국 아마존을 눈팅했을 때에도 보니 대부분의 브랜드는 두 가지의 사이즈를 판다. 하나는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을 위한 사이즈(작음), 다른 하나는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을 위한 사이즈(큼). 하지만 그냥 스몰, 라지로 구분하는 데도 있고 뭐 그렇다. 사실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기보다는 큰 사이즈는 양이 많고 절정인 날에 쓰고 작은 사이즈는 양이 그냥 그런 날에 쓰는 느낌으로 활용해도 된다. 일단 몸 속에 무언가를 넣는 것 자체가 상당히 우려되는 사람이라면 작은 것 하나만 사도 별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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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인다. 보다시피 그렇게 사이즈가 아주 차이 나지 않는 것 같지만, 저걸 몸 속으로 넣게 되면 매우 큰 차이임을 알게 될 것이다…정말로… 참고로 왼쪽의 꼬랑지는 내가 쓰다가 자른 것이다. 원래 처음 받았을 때 꼬랑지 길이는 오른쪽과 같다.

생리컵 사용 1일차

그렇게 생리컵 두 개를 사 놓고, 생리를 할 시기가 되자 나도 모르게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본다는 점에 왠지 모르게 생리가 기다려졌다. 나 이런 감정 처음이야 대자연 씨발새끼가 다가오는데 기다려지다니 하지만 물론 생리가 시작되고 나서 그런 감정은 흩날리듯이 사라졌다. 여튼 생리가 시작되자마자, 아침에 정갈히 열심히 꼼꼼히 몸과 질 주변을 씻었다. 그리고 생리컵을 꺼내서 넣…넣… 그렇게 첫 삽입 시도는 강렬하게 실패했다.

탐폰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는 탐폰러라면 알겠지만, 원래 콧구멍에도 들어가는 그 탐폰을 넣는데도 처음 넣으면 뭔가 무섭기 때문에 삽입에 몇 번 실패하고 나서 깊은 깨달음을 얻게 마련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진성 탐폰러에서 생리컵으로 갈아타서 삽입 방식에 적응이 더 힘든 면도 있었다.

삽입의 오의

탐폰은 모름지기 자랑스러운 쩍벌 자세, 혹은 쭈그리고 앉아서 받침이 되는 손 위치만 잘 잡고 어플리케이터를 잘 밀어 넣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탐폰을 넣을 때는 뭔가 수직으로 쑤욱 넣는 느낌으로 넣으면 잘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생리컵도 그거랑 비슷한 것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설명서에 쓰인 대로 컵을 아무리 고이 접어도 졸라 안 들어가 지더라. 나는 그만 좌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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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왜 안돼ㅠㅠ

하지만 그것은 내가 멍청하게도 신문물을 사용하는데 위대한 가르침을 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뿐이었다. 생리컵은 삽입이 용이하도록 조금 접어서 삽입하게 되는데, 그 때 사용하는 다양한 접기 방법이 있었고 그 중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택하면 됐던 것이었다. 어디에 그런 다양한 접기 방법이 있냐고? 유투브. 유투브에 그냥 ‘menstrual cup fold’라고 치면 다양하고 아름다운 영상들이 나온다. 유투브 선생님 감사합니다. 나 같은 경우엔 그 중에서 ‘seven fold’라고 이름 붙여진 식으로 컵을 접는다. 컵의 평면 모양이 7자가 되도록 한쪽 귀퉁이를 45도로 접는 것이다. 이렇게 접은 가운뎃부분을 잡고 삽입하면 내 경우엔 거짓말처럼 쑤-욱- 들어갔다. 쑤욱 들어간 이후, 생리컵이 완전히 펴지도록 살살 생리컵을 돌려서 자리를 잡도록 도와준다. 가만히 내비둬도 실리콘이나 고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펴지지만, 그래도 불안하니까 돌리다 보면 아주 미약한 뽁! 소리와 함께 생리컵이 활짝 펴진다. 삽입 끗.

굳이 샐 거라는 걱정 때문에 깊숙히 넣지 않아도 된다. 생리컵의 원리는 어디까지나 포궁의 입구를 막아 그 아래로 떨어지는 피를 원천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당히 입구 근처만 잘 막으면 된다. 너무 깊숙히 넣었다가는 생리컵을 뺄 때 엄청난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안전하게 생리컵 빼기

그렇게 넣고 나서 한 숨 돌렸더니 웬걸, 착용 권장 시간인 12시간 이후 이것을 빼는 데에는 삽입보다 더 많은 노력과 계몽이 필요했다. 한 번 들어간 생리컵은 자리를 잘 잡으면 포궁 입구에 있다. 즉, 질의 꽤 안쪽에 자리한다. 게다가 나같은 경우에는 예전에 산부인과에 가서 검진을 받았을 때 자궁 입구가 보통 사람들보다 상당히 안 쪽에 있다는 말도 미리 들었던 상태다. 그래서 생리컵이 좀 깊숙히 알아서 들어갔던 것도 같다.

여튼, 잘 자리잡은 생리컵은 질의 안쪽에 있어서 질의 안쪽까지 손가락을 넣어서 살짝 질을 헤집어야 하는 고통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몇 번 하다보면 이놈이 어디 있는지 대충 알게 된다. 그 때 생리컵의 끝에 달려 있는 저 손잡이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생리컵을 뺄 때는 특히 각도가 중요하다. 상, 하로 탐폰을 빼듯이 쑥 빼버린다는 느낌이 아니라, 의자에 다리를 활짝 벌리고 앉은 채로 안쪽의 물체를 바깥쪽으로 빼낸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제가 이걸 못 깨달아서 삼일쯤 고생했다는거 아닙니까…) 그 감각만 익히면, 생리컵 제거는 아무 문제 없다. 먼저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넣어서, 만져지는 손잡이를 찾는다. 그리고 손잡이를 더듬더듬하다보면 생리컵의 본체가 느껴진다. 그러면 엄지와 검지 양손가락으로 생리컵의 밑둥을 쥘 수 있을 때까지 손잡이를 잡고 살짝 잡아당기자. 그렇게 질의 입구까지 나온 생리컵의 밑둥을 살짝 잡은 채, 살살살 당기다 보면 어느 새 뽁!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난다. 축하한다! 당신은 안전하게 생리컵을 빼는 데 성공했다!  

생리컵 사용 2일차

생리컵은 열 두시간에 한 번씩 꺼내서 상태를 확인하고, 안에 고여 있는 피를 화장실 변기나 하수구에 잘 버린 뒤 다시 흐르는 물에 씻어서 넣으면 된다. 세척은 생리가 아예 끝난 다음에 한다. 열 두시간에 한 번씩이니, 아침에 씻을 때 넣고,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 자기 전에 씻으면서 빼고 넣기를 하면 대략 맞다. 나같은 경우에는 생리 양이 많지 않아서 컵이 꽉 찬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12시간이 지났을 때 컵이 꽉 차서 생리컵을 조금 과격하게 빼다가 피의 축제를 경험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편집자주: 적응에는 제물이 필요하다 피의 제물이...

편집자주: 적응에는 제물이 필요하다 피의 제물이…

그렇게 삽입과 제거의 깨달음을 몸소 얻으면 된다. 반복학습 앞에 장사 없다.

셀프 QnA시간!

질문: 삽입 안 아파?

답변: 잘 접으면 보통의 한국 남자 성기보다 훨씬 작다. 나도 처음에 봤을 때는 조금 겁먹었지만, 넣을 만 하다. 특히 넣을 때 긴장하면 질이 바싹 말라 더욱 삽입이 어려울 수 있으니(처음의 나처럼…훌쩍) 마음을 풀고 가장 편한 상태에서 삽입을 쑤욱 하도록 하자.

지름은 대략 이 정도다.

지름은 대략 이 정도다.

질문: 다 쓰고 생리 끝난 후에 세척은 어떻게…?

답변: 설명서의 정석 방법론을 그대로 읽어 보자면… ‘사람 몸의 체온과 비슷한 미온수에서 비누로 생리컵을 한 번 씻은 후, 식초와 물을 1:9로 희석한 액체에 3분간 담그고 완전히 말려서 순면 파우치에 보관’. 그대로 하면 된다.

파우치에 이렇게! 예쁘게!

파우치에 이렇게! 예쁘게!

질문: 생리컵의 꼬랑지, 잘라도 되나?

답변: 중간의 사진에서 예리한 사람은 알아챘겠지만, 꼬랑지는 자기 편한 대로 잘라 쓰면 된다. 안 잘라 써도 되지만, 그냥 놔뒀을 때 이물감이 살짝 느껴져서 불편할 수 있다. 그러면 불편할 때마다 아주 조금씩 잘라 가면서 사용의 편리함과 착용의 해방감 사이에서 균형을 찾자.

질문: 편해?

답변: 삽입할 때랑 뺄 때 빼고는, 착용하고 있을 때는 거의 착용을 잊어버릴 정도로 편하다. 이건 탐폰도 마찬가지지만, 탐폰은 소변/대변을 볼 때 그 실 때문에(…) 정말 신경쓰인다. 그런데 얘는 아예 체내 삽입형이니까 걱정 제로. 상쾌 통쾌. 그리고, 심지어 탐폰을 써도 양이 흘러 넘치는 경우 줄을 타고 속옷에 핏방울이 묻는 경우가 반 정도는 있었는데, 이건 기필코 단 한 방울도 없었다. 이런 경우 처음이야… 너라는 미라클… 생리할 때 속옷의 핏물을 끊임없이 빼는 괴로움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 이건 정말 엄청난 메리트다.

결론:세 줄 요약

  1. 생리컵 사기는 조또 힘들다.
  2. 생리컵, 삽입과 제거에 익숙해진 후에는 존나 큰 해방감이 온다.
  3.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사용이다. 특히 속옷 빨래 해방.

사족: 생리컵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생리통도 별로 없었다. 물론 이건 익스트림 케바케. 인터넷 후기 중에는 생리컵을 쓰고 나서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사람들도 많다.

 

 편집 및 교정/요정
글/청둥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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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아마존의 줄임말.
2. 그 쇼핑몰에서 파는 브랜드의 생리컵 이름이 문컵이다. 문컵 말고 ‘키퍼’라는 것도 같이 파는데 그건 실리콘이 아니라 천연고무재질이고, 불투명하다. 기능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