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어제(5일)낮 1시. 이화여대 정문에는 학교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춘 학생 서른 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 화가 많이 났어요. 학교가 학생들을 보호해주지 못했잖아요.”

수업을 들으러 정문을 지나던 경제학과(14학번) 두 학생은 기자회견을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학교의 방관적인 태도와 최경희 총장의 부적절한 행동에 함께 분노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9일, 학교에 들어온 사복경찰들이 학생들을 막아섰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이대에서 열린 ‘전국여성대회’ 축사를 위해 방문했습니다. 학생들은 “반여성정책과 국정교과서 등을 강행하려는 대통령의 방문을 반대한다”며 대통령을 막아섰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후문으로 이화여대에 들어왔고 항의하던 학생들은 캠퍼스에 투입된 경찰들에 의해 저지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찰과상을 입은 학생도 나타났습니다. 사태가 발생하는 동안 학교가 학생들을 보호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해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연 것입니다.

“먼저 수백 명의 사복경찰의 학내 침입은 학생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명의 학생들이 다쳤습니다. 총장이 공개 사과를 해야 합니다”

부학생회장의 목소리가 캠퍼스에 퍼졌습니다. 지나가던 학생들은 박수를 치거나 “총장님 제발 사과 좀 하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008년의 기억

사복경찰의 학내 진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이대 방문을 항의했던 학생들을 경찰이 막아선 전력이 있습니다. 당시 계단에서 학생들이 굴러 떨어지며 크고작은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손솔 총학생회장은 “2008년에도 오늘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 학교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이번에 또 반복됐다”라며 경찰의 학내 진입을 비판했습니다.

총장님은 출장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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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 대신 등장한 학생처장님…

최경희 총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총장실을 찾은 학생들. 그러나 총장실 문은 굳게 닫힌 채 총무실 직원 4명만 학생들 앞에 섰습니다. 최 총장은 출장 중이라는 것이 직원들의 답변이었습니다.

“우리는 경찰들이 막더니 이번엔 총장님도 (우리를) 막네요.”

대통령이 학교를 방문했던 날, 경찰과 대치하던 학생들이 부상을 당하자 이리혜(13학번) 학생은 학생처를 찾아갔습니다. 학생들을 지켜줄 사람들이 학생처 직원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다친 학생이 어딨냐? 진짜 있냐? 그런데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가 다였습니다. 이야기를 전하던 이리혜 학생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솔직히 저희가 이런다고 무슨 답변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학생들은 총장이 없다면 학생처장이라도 일단 사과를 해주길 원했습니다. 10분 후 학생처장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학생처장의 말에는 ‘사과’라는 단어가 없는 ‘책임을 통감한다’류의 우회성 발언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총장이 총학생회장을 만난 횟수는 총학생회장이 당선되고 나서 단 한 번 뿐입니다. 총학생회장의 임기는 단 한 달 남았습니다.

 

영상 및 사진/ 저녁하늘

취재 및 글/ 아니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