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신촌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신촌역 주변의 대학교가 먼저 떠오르는 사람, 대학생들이 모이며 발전한 상권을 떠올리는 사람  혹은 그 상권이 주는 젊음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그리고 전철역을 떠올리는 철덕 등 다양할 것이다.

신촌. 보통 2호선 신촌역을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연세대 정문, 남쪽으로는 서강대 정문까지 걸쳐 있는 넓은 상권을 신촌이라 칭한다. 신촌에서 명물거리를 따라 인접한 이화여대로 가다 보면 왼편에 크고 아름다운 건물을 볼 수 있다. 바로 신촌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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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코레일 블로그

읭? 신촌역이 두 개?

처음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방금 전 신촌역에서 내려 걸어왔는데 또 다른 신촌역이라니. 링 반데룽1)Ring Wanderung: 여러 악조건으로 인해 방향 감각을 잃어, 길을 찾아가고자 하나 계속 같은 자리만 빙빙 돌게 되는 현상의 늪에 빠진 건지, 지하철 신촌역이 정말 커서 여기까지 연결되어 있는 건지.

이 신촌역은 2호선 신촌역과는 별개의 역으로2)이름만 같지 아예 다른 역이므로 소프트환승도 되지 않는다. 소프트환승은 버스-지하철의 환승처럼 일단 카드를 찍고 나와서 다시 카드를 찍고 들어가면 추가요금을 물지 않는 시스템이다. 경의선 서울역과 1-4-공항철도 서울역, 1호선 노량진역과 9호선 노량진역이 이 제도를 택하고 있다, 경의선상3)현재 전철은 경의중앙선으로 연결되었지만, 전철에 한해서만 연결된 것이고 여전히 일반 열차는 분리해서 운행하고 있다. 또, 신촌역이 건설된 것은 직결 훨씬 이전이기에 그냥 이 글에서는 경의선이라 칭하겠다. 짧고 좋잖아?에 위치하고 있다. 2호선 신촌역이 1984년 영업을 시작한 반면, 경의선 신촌역은 1920년부터 영업을 시작했으므로 원조는 60년 이상 앞선 경의선 신촌역인 셈이다. 그런데 왜 신촌역 하면 다들 2호선 신촌역을 떠올리고 경의선 신촌역은 아웃 오브 안중인 것일까.

그 답은 경의선 신촌역의 배차간격에 있다. 물론 여러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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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지도

이 사진은 신촌역 배차시간표이다(참고로 평일 기준이다). 감이 잘 오시지 않는 분들을 위해 2호선 신촌역 배차시간표을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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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밑에 더 있는데 열차가 너무 많아 잘림. 출처: 네이버 지도

자, 이제 감이 오시는가. 경의선 신촌역은 한 시간에 한 대. 한 대 놓치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어마무시한 배차간격을 자랑한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발걸음도 뜸해졌고, 일 평균 승차인원 약 1,000명을 자랑하는 역이 되었다4)하차인원 미포함. 참고로 인접한 이대역은 약 25,000명, 2호선 신촌역은 약 55,000명. 감이 좀 오시나.

아 그럼 배차를 늘리면 되잖아!!!

라고 말씀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늘리면 된다. 설마 코레일이 이걸 몰라서 늘리지 않았겠나. 현실적으로 늘릴 수가 없기에 늘리지 않는 것이다.

열차 수가 부족하냐고? 그럼 사면 된다. 그런데 열차 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신촌역에는 한 시간에 한 대의 전동 열차만 지나갈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선로에 있다.

‘이 모든 열차가 다 어디서 오는 거지?’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열차를 타 보신 분(철덕)은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 봤을 수 있다. 어마어마한 대수가 서울역(용산역)과 전국 곳곳을 이어 주는데, 그 많은 열차는 다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 답은 바로 경의선과 연결된 수색차량기지이다. 수색역에 위치한 서울차량사업소와 수색차량사업소에서 무궁화호, 새마을호 및 KTX 열차가 입출고 및 회송되어 서울역으로 향한다. 차량사업소와 서울역을 잇는 선로는 경의선 단 하나. 그마저도 복복선이 아닌 그냥 복선(상행 하나, 하행 하나)이라 동시에 두 대 이상의 열차가 지나가지 못한다.

거기에다 경부선과 호남선의 KTX 종착역 역할을 하는 고양시 행신역을 드나드는 열차들도 이 선로를 이용한다5)하루 19편성. 이 모든 열차가 한 선로를 이용하고 있어 그 사이사이 빈 틈에 이동해야 하는 경의선 전철 배차간격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게 된 것이다.

거기에다 올 초, 경의선과 중앙선 전철이 하나로 이어져 가좌-홍대입구-공덕-용산으로 이어지는 용산선이 경의선 본선 역할을 하게 되며 경의선 신촌역은 더더욱 ‘찌랭이’역이 되었다.

크고 아름다운 신촌 밀리오레

한 시간에 상 하행 각 한 대씩의 열차만 정차하는 신촌역. 그런데 왜 그렇게 역사(驛舍)는 크고 아름다운 것일까.

2004년, 신촌역 민자역사 분양 시 분양사에서 내건 광고문구는 다음과 같다.

“하루 288대의 열차가 정차하는 경의선 신촌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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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져부러…!

288대의 열차라.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가 되는 단어는 ‘정차’. 실제로 경의선 신촌역을 거쳐 가는 열차는 수백 대지만 그 중 역에 정차하는 열차는 급행 포함 상행 하행 각 25대씩이다. 많아 보인다고? 하루가 몇 시간인지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등굣길, 출근길 내 코앞에서 열차 문이 닫히는 걸 볼 때의 짜릿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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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오름이 돋다 못해 짜릿하기까지 하다

허위 광고로 밀리오레 분양은 성공했지만 장사는 하나도 되지 않았다. 때문에 가게들이 하나둘씩 망하기 시작했고, 그나마 2011년까지 곳곳에 보이던 가게들은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그나마 꼭대기 층의 메가박스만 살아남아 신촌역 민자역사는 전 층과 에스컬레이터를 폐쇄하고 건물 입구와 메가박스를 오가는 엘리베이터만 가동 중이다. 세입자들은 분양사를 상대로 허위광고로 소송을 걸었고 당연하게도 승소했다. 승소했다고 그간 세입자들이 입은 여러 손해가 다 메꿔지는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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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떡해야 합니까

결국 번화가 사이에 낀 거대한 유령역이 되어 버린 경의선 신촌역. 항간에서는 경의선 신촌지선을 없애고 경의중앙선 본선의 배차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의중앙선 본선도 배차 간격이 심할 때는 20~30분까지 벌어져, 공덕에서 DMC에 이르는 구간은 시간만 잘 맞춘다면 공항철도로 갈아타는 것이 빠를 때도 있을 정도기 때문이다.

확실히 본선이 서울 구간에서 다른 노선과 환승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 그리고 대곡-옥수 구간을 이동할 때 빙 둘러가는 3호선보다 경의선이 거리 면에서 유리하다. 늘 막히는 자유로보다 신촌-용산 접근이 빠른 것도 장점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이용자들은 일 분 일 초가 급한 출퇴근시간에 꼭 한두 대씩 끼어 있는 서울역 급행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아예 서울역으로 향하는 경의선 신촌지선을 없앨 수도 없다. 분명 일산과 파주에서 도심으로 향하는 수요가 상당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시간에 한 대밖에 없는 열차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경의선 열차는 항상 앉을 자리가 없다. 자칫 한 시간을 더 기다릴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열차를 타러 올 만큼 매력이 있는 노선이라는 뜻이다. 서울역에서 신촌으로 이동할 때 종종 이용해 보았는데,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 서울역과 신촌을 빠르게 이어준다. 심지어 택시보다 빠르다. 수도의 도심과 부도심을 잇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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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유로 경의선 신촌지선은 없앨 수도, 배차를 늘릴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현행 배차를 유지하고 있다. 계륵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노선이다.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이대로 유지하기는 애매하고… 철도 동호회 게시판을 보면 종종 이 문제에 대한 동호인들의 대안 제안이 올라온다. 하지만 그렇게 쉽다면 코레일에서 진작 하지 않았겠나. 제안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현실적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댓글들이 빼곡히 달린다.

앞서 언급했듯, 나도 이 노선을 종종 이용하는 사람인 만큼 경의선 신촌역 문제가 좋은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못 하는 걸 한낱 쪼렙 철덕이 어떻게 하겠는가. 좋은 노선이 여러 문제에 치여 애물단지가 되는 것을 보며,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는 걸 보며 가슴이 많이 아프다.


뱀발

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위의 신촌 밀리오레 분양 광고사진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챘을 것이다. 바로 ‘신촌기차역’이라는 그 이름 자체가 오류다6)이대역도 이대입구역으로 나와 있지만 이 글의 주제와는 관련 없으므로 못 본 척 하자. 사실 도로 표지판에도 ‘신촌기차역’으로 표기되어 있고, 역 앞을 지나는 버스에서도 ‘신촌기차역’으로 방송을 할 만큼 많이 쓰이는 이름인데, 글에 언급했듯 신촌역엔 일반 기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사실 이 분양광고가 나올 때는 경의선 통근열차가 구간을 오갈 때라 틀린 표현이 아니었다7)물론 이 때도 배차간격은 창…장렬했다. 하지만 2009년 수도권 전철 경의선 개통 이후 신촌역엔 더이상 통근열차가 정차하지 않게 되었다. 기차 없는 차역이 된 것이다.

가뜩이나 버림받은 역이라 서러운데 이름으로 한 번 더 놀리는 셈이라면 유난 떠는 것일까? 앞으로는 ‘경의중앙선 신촌역’, 혹은 ‘지상 신촌역’으로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주도록 하자.

 

글/아날로그

 

   [ + ]

1. Ring Wanderung: 여러 악조건으로 인해 방향 감각을 잃어, 길을 찾아가고자 하나 계속 같은 자리만 빙빙 돌게 되는 현상
2. 이름만 같지 아예 다른 역이므로 소프트환승도 되지 않는다. 소프트환승은 버스-지하철의 환승처럼 일단 카드를 찍고 나와서 다시 카드를 찍고 들어가면 추가요금을 물지 않는 시스템이다. 경의선 서울역과 1-4-공항철도 서울역, 1호선 노량진역과 9호선 노량진역이 이 제도를 택하고 있다
3. 현재 전철은 경의중앙선으로 연결되었지만, 전철에 한해서만 연결된 것이고 여전히 일반 열차는 분리해서 운행하고 있다. 또, 신촌역이 건설된 것은 직결 훨씬 이전이기에 그냥 이 글에서는 경의선이라 칭하겠다. 짧고 좋잖아?
4. 하차인원 미포함. 참고로 인접한 이대역은 약 25,000명, 2호선 신촌역은 약 55,000명. 감이 좀 오시나
5. 하루 19편성
6. 이대역도 이대입구역으로 나와 있지만 이 글의 주제와는 관련 없으므로 못 본 척 하자
7. 물론 이 때도 배차간격은 창…장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