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크러쉬(Girl Crush)’.

옥스퍼드 사전의 설명에 따르면 걸크러쉬란 한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느끼는, 일반적으론 섹슈얼한 감정이 동반되지 않은 강렬한 호감 혹은 감탄을 뜻한다.1)걸 크러쉬│① 여자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은’,  ize< (그 전에도 쓰이긴 했지만) 이 말은 유투브 스타 제나 마블스2)https://www.youtube.com/watch?v=p2Z3585G_js의 찰진 설명 동영상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내가 인터넷에서 주로 접했던 걸크러쉬의 대상, 즉 다시 말해 ‘여덕’이 많은 스타들은 김연아3)근데 연느라서 사실 ‘여덕’ 많은 사람에 넣을까말까 고민함. 남여 할 거 없이 그냥 에브리바디 덕후 아님…?, f(x)의 크리스탈, 나인뮤지스의 경리, 아이유, 마마무의 이번 컨셉 휘인언니!!!!!(와장창), 원더걸스의 소희 등등이었다.

사실 이걸로 덕통사고 당했다고 하면...이상한가요..? 안티 아닙니다

사실 이걸로 덕통사고 당했다고 하면…이상한가요..? 안티 아닙니다

왜 ‘걸크러쉬’라는 단어를 꺼내며 이 글을 시작했냐면 2D 덕후, 그 중 주로 만화를 파는 여덕의 입장에서는 ‘걸크러쉬’는 상당히 낯선 단어기 때문이다. <에반게리온>의 아스카? 레이? ‘걸크러쉬’보다는 개고생하는 내 새끼를 보는 처절한 안타까움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원피스>의 나미와 로빈? 밀짚모자 해적단에서의 여자 캐릭터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고, ‘남성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이고 당당한 여성들’4)물론 걸크러쉬를 온전히 이렇게 정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걸크러쉬의 대상의 상당수는 한고은, 김혜수와 같은 ‘멋있는 언니들’이고, 또한 ‘자기 할 일 똑바로 못하고 (주로 남자들에게) 의존적인 캐릭터’는 절.대. 걸크러쉬의 대상에 들어가지는 않는다.이라는 걸크러쉬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2D에 걸크러쉬를 느꼈던 유일무이한 캐릭터는 <강철의 연금술사>의 리자 호크아이 정도?

걸크러쉬류 갑...!

걸크러쉬류 갑…!

아무튼 그런 수동적이고 성적 대상으로 전락하기 일쑤인 여자 캐릭터들을 많이 접하면서, ‘미연시’ 덕후들에게는 같은 덕후이면서도 미덥지 않은 생각을 품었던 것이 사실이다.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남덕들의 성적 판타지 채워주는, 뭐 그런 건가?

그래서 작년 동아리 MT, 새벽 네 시에 군만두 구우면서 들은 인터뷰이 P군의 ‘덕밍아웃’은 조금은 충격적인 것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다카포5)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의 마지막 편. 에반게리온의 배경이 2015년이기에 덕후들은 기다렸으나…!는 내년에 개봉…못하겠죠!! 으아아앙!!”

“아…공감해줄 수 없어서 미안한데, 사실 나는 만화 덕후라기보다는 게임 덕후라서…”

“스쿠페스6)만화 ‘러브라이브’의 원작 게임. 원제는 ‘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 같은 거요?”

“아니… 혹시 알려나? ‘미연시’ 라고….”

3

순간7)이 자리를 빌어서 말하는 거라서 정말 미안하지만 – 지금은 절친한 선배이다. 진심으로! – , ‘모든 덕후는 덕심이 발휘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취향과 분야에 있어서 평등하다 – 세계덕후선언 1조 -’8)당연하지만 이런 거 없다.를 마음에 새기려고 노력하였던 나였지만, 당시 ‘모쏠’이었던 P군의 이미지와 겹쳐 안 좋은 잔상이 0.1초 정도 스쳐지나간 것과 더불어 “네?”라는 대답 속에 묻어나왔던 당황함은 숨길 수가 없었다.

“아, 역시 ‘미연시’는 좀 생소하지? 보통 남덕들만 즐기니까…”

고개를 숙이며 으깨진 군만두에 치즈를 끼얹는 그의 모습9)만두를 너무 으깨는 바람에 치즈 대충 뿌리고 만두전이라고 뻥쳤다. 여러분 미안.에 나는 다소의 위기감을 느꼈고, 어서 이를 만회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괜…괜찮아요! 저도 귀축안경10) 변태 아닙니다. 아니라고!!!!! 플레이해 봤어요!”

...그리고 그와 나는 절친이 되었다.

…그리고 그와 나는 절친이 되었다.

몰래(이하 ‘몰’) : 안녕하세요, 서두가 좀 길었습니다. (P : 누구한테 이야기하는 거야?) 저렇게 구구절절하게 설명한 이유는, 우선 P군은 주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남들을 섬세하고 꼼꼼하게 잘 챙기는 성격에다가 연애면 연애, 학업이면 학업 상담까지 다 해주는 카운슬러! 이 시대의 훈남! 멋남! 존잘! (P : 그만해!) 게다가 지금은 연애 기간이 무려 1년을 넘어가는 도둑…아니 능력남! (P : 너 나 맘에 안 들지?) 네, 아무튼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선배님, 인터뷰이 P군을 소개합니다!

P군(이하 P) : 이렇게까지 허위사실을 유포할 필요가 있는 걸까?

: 에이, 진짜인데요! 설명이 너무 길긴 했지만, 이번 인터뷰 시리즈는 아무래도 가장 오해와 편견을 많이 사는 ‘미연시’ 덕후잖아요? 같은 2D 덕후 사이에서도 좀 멀다고 느껴지는? 시작할 때부터 오해를 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말이죠.

P : 뭐, 오해가 없다고 말하긴 힘들겠지?

: 우선 첫 번째 질문부터 갈게요.

미연시가 뭔가요?

P : ?! 첫 질문부터 최종보스야?

: 그치만, 미연시라는 소재부터가 생소해요. 스쿠페스, 페스나11)‘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의 준말., 심지어는 프린세스 메이커랑 헷갈리는 사람도 봤고.

P : 음, 이것부터 먼저 설명해줄게.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즉,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이라는 세 단어가 포함된 용어인만큼 어느 한 분야로 특정 짓기 굉장히 어려워. 게다가 대부분의 게임이 일본에서 나온 건데, 일본에서 부르는 용어랑 우리나라에서 지칭하는 용어가 다르다보니 또 여기서 혼란이 오고.

: 어떤 식으로요?

P : 우선 미소녀가 등장하는 게임, 미소녀 캐릭터가 주축이 되는 게임을 일본에서는 ‘갸루게’라고 불러. (몰 : ‘girl game’의 일본식 표현인거죠?) 그렇지. 그리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렇고 그런 게임들(…)을 ‘에로게’라고 지칭하고. 실제로 일본에서는 게임 표지에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붙어야만 그때서야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불러.

하지만 한국에서는 에로게를 포함해 미소녀가 등장하는 ‘연애적 요소’ – 연애에는 ‘성적’ 요소도 사실 포함되어 있긴 하니까 –가 포함되는 ‘모든’ 게임들을 아예 미연시라는 용어로 통칭하고 있어. 페스나, 스쿠페스, 프메 같은 경우는 연애적 요소를 포함하지 않으니까 미연시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이런 식으로 범주가 너무 넓으니까 나 같은 한낱 덕후 한 명이 미연시를 정의할 수는 없어.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집단지성인 위키에 검색해보는 걸 추천해.

헷갈리면 안 돼요♡

헷갈리면 안 돼요♡

: 하긴 미연시와 야겜이 혼동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P : 그렇지. 하지만 야겜도 미연시의 한 장르야. (몰 : 그래요?) 응. 야한 장면이 있냐 없냐에 따라서 야겜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건데, 사실 대부분의 미연시에 야한 장면이 들어가 있긴 하지(…) 그래도 둘은 엄연히 달라!

야겜=미연시가 아니라고!

: 그렇…겠죠?

P : 응. 야겜은 정말 말 그대로 스토리는 없고 ‘보여주기 위한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경우가 많아. 보통 야겜으로 분류되는 게 <스쿨 메이트>, <섹시비치>, <커스텀 테노>, <인공소녀> 등이 있어. 하지만 연애는, 몸보다는 우선 마음을 교감하는 걸 연애라고 부르는 거잖아? (몰 : 올ㅋ) 하지만 저 게임들은 마음이 아니라 몸을 보여주는 게 목적인 게임이거든. 적어도 나는 저 게임 속에 등장하는 요소들을 ‘연애’라고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 ‘연애 시뮬레이션’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신가요.

P : 그렇지. 미연시의 시초가 된 게임이 <도키메키 메모리얼>인데, 이 게임에 야한 장면은 전혀 등장하지 않아. 여기서 ‘호감도 패러미터 시스템’이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이게 뭐냐면 내가 공략하고 싶은 소녀를 골라,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사와 행동을 골라서 그 캐릭터의 호감도를 높이는 시스템이야. 또한 <동급생>에서 파생된 위치 선택 시스템도 있는데, 특정한 장소를 선택해서 그 자리에서 특정한 퀘스트를 수행하는 시스템이야. 이 밖에도 다양하지만 정리하자면, 주어진 환경 위에서 나의 ‘선택’에 따라 상황과 주변 인간관계 등이 바뀌어 가는 이른바 ‘가상 현실’을 만들어 나가는 거지.

도키메키 메모리얼

도키메키 메모리얼

: ‘호감도’가 연애와 연결되는 거고, ‘상황에 따른 대사와 행동’이 시뮬레이션과 연결되는 거군요.

P : 그렇지. 하지만 야겜은 그 비쥬얼도 그렇고, 소재도 엄한 것들이 많잖아. 강간, 촉수, NTR12)寝取られ. ‘타인의 배우자나 애인과 성관계를 갖는다’ 는 뜻인 ‘寝取る(네토루)’ 의 수동형태. 한 마디로 자신의 잠자리 상대를 타인에게 빼앗기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 능욕, 로리 등….. (몰 : 윽…!) 그러니까. 너도 반응이 이런데, 일반인들이 봤을 때는 또라이처럼 느껴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 그렇죠. ‘연애 시뮬레이션’ 자체만 놓고 보면 ‘시뮬레이션 게임’의 한 종류잖아요?

P : 응, 그래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양덕들은 ‘visual novel’이라고 부르기도 해. 소설 형식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말하자면 ‘시각적인 소설’인 거지.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 어렵네요.

P : …사실 나도 어려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19금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아니 미연시 자체가 정발된 것이 없어. (몰 : 아.) 그렇지. 대부분 불법 다운로드하는 게 현실이니까. ‘동급생’이 다 짤리고 15세 판으로 나온 적은 있긴 해. 하지만 거의 모든 게임이 유저들의 한글화 패치를 거쳐서 인터넷에서 불법 복제판, 토렌트, 옛날에는 푸르나 등등으로 유통되었지. 지금은 게임 회사들이 불다를 못하게 락을 걸어놓지만.

음....?

음….?

그런 불법 유통 채널 때문에 용어들이 혼용되는 것 같아. ‘도키메키 메모리얼’은 순수한 연애 시뮬레이션인데 ‘동급생’은 이른바 야겜의 시초거든. 문제는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 들어온 이 두 게임을 시발점으로 다른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죄다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로 편입되어 버린 거지.

: 근데 불법이라 하셨는데…

덕통사고는 그럼 어찌 당하신 건가요.

P : 중 2때 친구 집에 가서 처음 한 게임이 시초였어. (몰 : 진짜 친구 집이죠?!) 그렇다니까. 그 전엔 도스 격투 게임만 했었는데, 하루는 친구가 이거 자기 형이 가져왔는데 꽤 재밌다고 게임을 보여주는 거야. 그런데 모니터에 이쁘장한 캐릭터가 나와서 날 보고 질문하고, 나는 대답하고 그 캐릭터와 함께 스토리를 짜 나가는 그 포맷이 너무 새롭고 충격적이었지. 사흘밤낮에 걸쳐 600메가 cd 세 장에 구워갔어.

: 그 게임이 뭔가요?

P :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2002년 건데 이것도 꽤 유명한 게임이야.

: 공략은 성공했어요?

P : 되게 쉬워. 일부러 막말 퍼붓고 그러지 않는 이상 절대 실패할 수 없을걸?

: 오. 다른 게임은 뭘 해 보셨나요? 혹시 본인만의 공략법이라던가?

P : 음, 근데 나같은 경우에는 모든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이른바 ‘올클’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거든. 나는 처음에 보고 마음에 드는 캐릭터들만 잡아서 그 애들만 공략하는 유형이야. 얇고 넓은 타입?

: 오, 그럼 좋아하는 캐릭터 유형은?

P : 긴 머리에 청순한 사람? 로리보다는 연상인 것 같아.

: 최애캐는?

P : <파르페 쇼콜라>의 세컨드 브류에 나오는 카토리 레아. 금발 벽안에 트윈 테일, 츤데레 속성이랄까… 근데 원래 질문은 이거 아니었지 않아? (몰 : 맞다.) 원래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자면, 내가 해 본 게임들은 (미연시 아닌 것, 그러니까 갸루게 전체를 포함해서 얘기할게)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천사가 없는 12월>, <플라네타리안~ 작은 별의 꿈>13)이건 ‘키네틱 노벨’이라고 불리는 장르야., <파르페 쇼콜라 세컨드 브류>,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할로우 아타락시아>14)이것도 언급했지만 ‘미연시’라 불리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 <스타티레인>, <하루우루>, <화이트 앨범 2 IC / CC>, <미육의 향기>, <크로스 채널> 정도?

8

: …………………

P : 아니, 언급해놓으니까 많아보이는데, 난 라이트 덕후야…진짜로….

: 뭐, 게임들이 워낙 많으니까요.. 혹시 선호하는 장르가 있나요?

P : 굳이 나누자면, 나는 ‘순애물’을 좋아하는 편이야. 주로 배경이 학교인 ‘학원물’이고, 그냥 일반적으로 캐릭터 호감도 올려서 고백하고 마무리하는 그런 느낌.

다른 미연시 덕후들은 어떤 장르를 즐긴대요?

P : 글쎄, 일단 오프라인에서 미연시 덕밍아웃을 한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도 힘들고, (몰 : 편견이 있으니까요..) 응. 대부분 자기 혼자 조용히 즐기는 느낌이지. 일반적인 장르가 아닌데다가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그리고 온라인에서도 커뮤니티에서 서로 교류한다기보다는 보통 개인 블로그에 자신의 공략 후기를 올리는 경우가 많아. 온라인은 친목이 너무 심해서 나도 주로 블로그들을 파도타기하는 편이고.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오자면, 글쎄, ‘먀약’이라고 지칭되는 중독성 강한 게임들은 있어. ‘분홍마약’이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이고, <화이트 앨범>이 ‘백색 마약’이라고 꼽히지. 하지만 기념비적인 게임들말고 애니계에서 <에반게리온>처럼 전무후무한 영향력을 남긴 경우는 거의 없어. 게임 특성 상 양지로 뻗어나가기 힘든 장르이기도 하고. 그리고 여러 사람이 즐기지 못하는 게임이니까, 소설처럼 개인이 장르를 특정해서 혼자서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너무 갈리지.

: 그것도 편견의 원인이 되겠죠?

P : 그렇지. 접근성이 굉장히 낮은 장르야. 화려함이나 역동성은 없고, 캐릭터들이 움직이지도 않고 글과 대사만 나오니까 처음에 흥미를 가지고 접근했던 사람들도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다분하지. 그렇게 사람들이 모르기도 하고, 더해서 오덕페이트 때문에 사람들이 2D 미소녀를 좋아하는 덕후들에 대한 편견, 이른바 ‘안여돼’라는 용어가 상징적인 덕후의 모습으로 작동해 버린 탓도 있고.

그래도 예전에는 ‘오타쿠’가 상당히 부정적인 용어였다면, ‘~~덕’, ‘덕후’라는 용어가 애니 말고도 이리저리 쓰이면서 상당히 융화된 것 같아. 하지만 여전히 게임은 음지로 남아있지. ‘야겜’이라는 단어 때문에 방구석 덕후들이 사람을 못 사귀니까 2D한테 야한 짓 하는 거겠지-라는 생각은 여전한 것 같아.

: 미연시 덕질은 심하게 평가 절하 되어있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편견이 혼동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아무튼 그렇다면, 현실로 주제를 끌어와 볼게요. 여자친구랑 이제 얼마 되셨죠?

P : 1년 넘었어!

9

: 아 네…..

P : 뭐야, 네가 물어봐놓고!

: 뭐, 선배라면 길게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무튼, 여자친구랑 사귀는 데 미연시 플레이 경험이 도움이 되었나요?

P : 난 되었다고 생각해. (몰 : 오.) 미연시 게임이, 그래도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게임이니까 절대 막 만들지 않아. 명작 반열에 오른 게임이나, 이름 있는 회사들이 만든 게임들은 심리 묘사, 상황에 대해서 현실적인 여자의 심리를 꽤 반영하는 편이야. 또 성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할 때, 기쁜 척하면서도 슬픈 게 드러나는 등 미묘한 심리가 나오기도 하고. 대놓고 여자를 꼬시면 넘어오는 수동적 존재로 그리지 않아. 해피 엔딩을 보려면 걔랑 자면 안 되는 경우도 있어.

물론 게임이기 때문에 상황이나 성격이 단면적이고, 정형화되어 있긴 해. 현실은 훨씬 더 복잡했지. 그래도 아예 모르는 입장에서는 참고가 될 만한 게 많아. 가장 기본적인 예로, 여자의 외모에 대해 칭찬해주는 거라던가, 슬픔을 위로해주는 법이라던가, 아주 사소한 변화점들을 칭찬해주는 것?

: 혹시 그런 현실을 잘 반영한 게임이라면?

P : 내 생각에는 <화이트 앨범 2>? 

: 그렇다면 말 나온 김에,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게임! 추천 타임!

P : 음. 입문자라면 <스타티레인(staTrain)>.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야. 밝은 분위기를 원하면 <파르페 쇼콜라 세컨드브류>, 어두운 걸 원하면 <천사가 없는 12월>. 짧게 한 번 즐겨보고 싶다면 <플라네타리아>. 그리고 나를 입덕하게 만든, 비록 옛날 게임이지만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정도?

만약, 본인이 미연시를 만든다면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P : 음, 나는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의 현실에 맞춘 연애물을 만들고 싶어. 팀플지옥이라던가, 알바하는 곳에 악덕 사장이 나온다거나, 자취생 라면 먹고 갈래 스킬이라던가(웃음)? 또 한편으로는, 고전문학을 미연시로 만들면 괜찮을 것 같아. 구운몽처럼. 전연령판으로 만들면 아이들에게 고전문학도 가르쳐줄 수 있고, 성인물로도 손색없이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만든다면 그 정도로?

: 마지막 질문인데, 우리나라 미연시 시장에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P : 우선 시장이라고 할 게 없지 않아…? 글쎄, 정식발매까진 바라지 않겠어. 그 전에 우리나라는 말로만 게임 사업 활성화를 외치지, 실제로는 게임 산업 불모지야. 규제도 엄청 심해서 뭘 도전하려고 해도 안 된단 말야. (몰 : 그렇죠.) 또, 우리나라는 ‘야한 연기’를 너무 터부시해. 특히 일본은 BL도 그렇고, 성우들이 게임이나 만화에서 야한 연기를 하는 데 거리낌이 없단 말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니잖아. 이런 인식과 제도적 면이 맞물려 있으니까 갈 길은 멀겠지.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연시를 만들면 아마 충분히 좋은 스토리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 나는 미연시의 발전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고 봐. 하지만 그래도 일단 다른 게임이라도 먼저 발전해야 미연시가 양지로 나올 수 있는 틈이 생기지 않을까?

 

편집 및 교정/비글, 랫사팬더

글/몰래

   [ + ]

1. 걸 크러쉬│① 여자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은’,  ize<
2. https://www.youtube.com/watch?v=p2Z3585G_js
3. 근데 연느라서 사실 ‘여덕’ 많은 사람에 넣을까말까 고민함. 남여 할 거 없이 그냥 에브리바디 덕후 아님…?
4. 물론 걸크러쉬를 온전히 이렇게 정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걸크러쉬의 대상의 상당수는 한고은, 김혜수와 같은 ‘멋있는 언니들’이고, 또한 ‘자기 할 일 똑바로 못하고 (주로 남자들에게) 의존적인 캐릭터’는 절.대. 걸크러쉬의 대상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5.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의 마지막 편. 에반게리온의 배경이 2015년이기에 덕후들은 기다렸으나…!
6. 만화 ‘러브라이브’의 원작 게임. 원제는 ‘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
7. 이 자리를 빌어서 말하는 거라서 정말 미안하지만 – 지금은 절친한 선배이다. 진심으로! –
8. 당연하지만 이런 거 없다.
9. 만두를 너무 으깨는 바람에 치즈 대충 뿌리고 만두전이라고 뻥쳤다. 여러분 미안.
10.  변태 아닙니다. 아니라고!!!!!
11.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의 준말.
12. 寝取られ. ‘타인의 배우자나 애인과 성관계를 갖는다’ 는 뜻인 ‘寝取る(네토루)’ 의 수동형태. 한 마디로 자신의 잠자리 상대를 타인에게 빼앗기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
13. 이건 ‘키네틱 노벨’이라고 불리는 장르야.
14. 이것도 언급했지만 ‘미연시’라 불리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