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이렇게 썼다만, 쓰면서도 아프다. 낭떠러지로 떠밀려 낙하산을 매는 기분이랄까. 나는 예술학부를 졸업했다. 사실 학창시절을 통틀어 개발직 관련(됐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경험은 초딩 때 워드프로세서 1급 딴 게 전부다. 일자리를 찾는 것. 그게 가능하다면 전공을 살리지 못해도 눈물 한 번 삼키면 될 것. 또 다른 길을 찾아보려는 취준생들을 위해 이 글을 바친다. 지금까지 문과로 살아왔지만 취직 잘 된다는 개발직으로 껍데기를 바꿔보려는 이야기다.

지난 글에서 스펙초월멘토스쿨이라는 청년실업 타개를 위한 정부 사업을 언급했다. 몇 군데 IT 관련 학원들이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당시 조현정의 소프트웨어 개발 멘토스쿨에 합격했지만, 취재를 위해 4개월 동안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560시간을 투자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또 다른 멘토스쿨인 신명용의 멘토스쿨을 인터뷰하게 되었다.2222

썰을 풀기 전에 할 말이 있다. 만국의 언론이여, 정신 좀 차리자. 인터뷰 요청을 위해 신명용의 멘토스쿨을 진행하는 한빛센터에 연락했다. 담당자가 내게 건넨 첫 마디는 “광고비를 얼마 드리면 되죠?”였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 작은 학원에 광고 기사를 써줄 테니 광고비를 달라던 기자들의 전화가 엄청나게 온다는 것이다.yangsiim


본격적으로 스펙초월멘토스쿨에 대해 알아보자. 신명용의 Web App 멘토스쿨이 개강한 한빛 교육센터는 강남역 12번 출구 근처에 있다. 그 곳에서 담당자 김용원 실장을 만났다.

-저도 지원했었는데, 수업이 빡센 감이 있어요. 평일 하루 종일 3달 코스는 벅차더라구요.

절박한 분들이 수업을 들어야죠. 길면 800시간도 합니다. 사실 이 시간도 짧아요. 개발의 기본만 가르치고 조금 더 나가는 수준 정도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한 수업 당 30명 정원인데 25분 정도 지원합니다. 중도 탈락자는 두어 명 정도 되고 대부분이 수료합니다.

-학원에서 학생들의 취업까지 연계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취업률이 높겠네요?

네. 서른 군데의 회사에 연계해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수료생들이 약 200명이었는데, 70% 정도 취업을 했어요.

-취업한 회사의 여건도 괜찮았나요?

연봉으로 보면 대졸은 2400만원, 전문대졸은 2200만원, 고졸은 1800만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학력에 따라 연봉이 나뉘는 것도 웃기지만 현실은 현실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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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초월멘토스쿨 시큐리티 과정의 단 두 줄 수업계획서

-학원 수업계획서가 제대로 설명되어 있지 않아서 지원자들에게 주어지는 정보가 적어요.

사실 스펙초월멘토스쿨에 등록되어 있는 저희와 같은 학원들이 많죠. 다들 시큐리티니, 빅데이터니 하며 여러 과목을 가르친다고 하지만 거의 비슷합니다. 개발에 대한 기초부터 가르쳐야 하니 다를 게 없어요. 앞서 말한 시큐리티와 빅데이터는 신입으로 채용도 안 해요. 경력직으로만 뽑죠.

-그러면 스펙을 초월하겠다는 지원서에 왜 그토록 많은 스펙을 기록하라고 했나요?

스펙초월 멘토스쿨 지원서의 스펙 기입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야 합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수준을 알아야 하니까요. 결과적으로 ‘의지’만 봅니다. 진짜 이 쪽 직업을 갖고 싶은 간절함이 있는지만 판단해요.

-찾아보니 1인당 정부에서 300만원씩 지원해주던데요. 학원 실비는 또 따로 지원해주고요. 어떤 식으로 지원금이 학생들에게 투자되나요?

그 부분은 잘 모릅니다. 다만 학생에 따라서 한 달 출석률에 따라 월 2,30만원씩 지급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학원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평일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과 휴식시간을 빼고 연속강의로 진행됩니다. 현재 3개월 반이 개강한 지 나흘이 지났는데요, 처음 두 달은 기본 개념을 배운 후에 마지막 달에는 포트폴리오를 제작합니다. 회사에서도 자격증을 보는 게 아니라 지원자의 실력을 보니까 이 포트폴리오가 아주 중요해요.

하루 10시간 수업을 듣는다. 신명용의 멘토스쿨 수업 모습. 강사는 신 대표가 아니다.

하루 10시간 수업을 듣는다. 신명용의 멘토스쿨 수업 모습. 강사는 신 대표가 아니다.

문득 재수학원을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1년 동안 좁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학원을 오갔던 어둠의 시절! 학원에서 나에게 주어진 한 평 남짓한 공간에 책을 쌓아놓고 수능날만을 기다렸다. 수능 후에 학원은 내가 갈 수 있는 대학 명단을 추려주고 합격 가능성까지 점쳐주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공부에서 대학 지원까지 도와주는 재수학원의 입시프로그램.

웃긴 건 이제 이 시스템이 입사까지 적용된다는 거다. 취업준비에서 회사 합격까지 도와주는 입사프로그램, 스펙초월멘토스쿨! 아, 얼마나 멋진 대한민국인가. 경쟁 속에 피어나는 틈새 사업들과 그들의 마케팅에 빠질 수밖에 없는 우리들.bbak


스펙초월 멘토스쿨을 혼자서 담당한다는 설진욱 선생님과 멘토스쿨과 비슷한 국비지원 수업인 NCS(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과정을 듣고 이번에 또 멘토스쿨을 수강하는 성동은(28) 취업준비생을 만나 봤다.

왼쪽부터 김용원 실장, 설진욱 강사, 수강생 성동은씨

왼쪽부터 김용원 실장, 설진욱 강사, 수강생 성동은씨

-설진욱 선생님은 3개월 동안 혼자서 수업을 가르치신다고 들었어요. 벅차지 않으세요?

저는 2008년부터 수업을 시작했었는데요. 그땐 더 심했어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 까지 12시간을 연속으로 가르쳤죠. 지금은 힘든 것도 아니에요.

-보수는 괜찮나요?

많지는 않지만 먹고 살 정도는 됩니다.

-성동은씨는 원래 개발 쪽에 관심이 있었나요?

원래 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취업 준비를 하다보니 경영을 전공해도 어렵더라구요. 1년 정도 취업 준비만 하다가 전문직종이 취업이 쉽다기에 특별한 기술을 배우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국비지원 교육과정을 알게되었고 NCS 수업을 처음 들었어요. 당시 5개월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수료한 지 한 달 되었고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스펙초월멘토스쿨에서 배우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또 지원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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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경영학과도 ‘문송’에 이어 ‘경송합니다~’하는 시대

-이전 수업을 같이 들었던 친구들은 다들 취업하였나요?

그런 편이에요. 수료 전에 취업을 한 동기도 있고요. 이 수업의 장점이 사후 관리가 된다는 거예요. 취직이 되도록 학원에서 회사에 추천 연계해주기 때문에 수료 후에도 취업이 되는 친구들이 많아요.

-경영학도면 개발을 배우기 힘들었겠어요.

괜찮아요. 열정과 각오만 있으면 전공이 아니라도 배울 수 있어요. 사실 처음 수업을 들었을 때는 어려워서 흘려 들었던 내용이 많았어요. 두 번째로 수업을 들어보니까 ‘이게 그 말이었구나’ 이해되는 부분이 생기더라구요. 무작정 취업하려고 토익만 공부하는 것보다 전문적으로 자신만의 기술을 개발하는 게 낫기도 하고요.

-출석을 잘 하면 고용노동부에서 한 달에 2,30만원씩 준다고 들었어요.

네. 학생마다 다른데요, 저번 수업에서는 30만원 정도 받았어요. 이번 수업에서는 20만원 안팎으로 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교통비나 밥값으로는 빠듯하긴 해요.

-선생님은 스펙초월멘토스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3개월은 짧아요. 기간을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또 국비로 지원하는 수업이다보니 학생들의 마음가짐이 해이해지기도 해요. 출결제도가 조금 더 엄격해져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게 현실이다. 취업이 안 되는 현실에 맞서려면 취준생은 의지를 갖고 세 달이고 다섯 달이고 취업 공부를 해야 한다. 전공이 무엇이었든 간에 새로운 취직용 기술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해야 4년제 대학 졸업생 기준 연 2400만원을 버는 곳에 입사할 수 있다. 70%의 확률로!

언제까지 청춘은 이곳저곳에 투자되어야 하는 걸까. 최악의 취업률을 기록하는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의 노력이 눈이 부시게 슬펐던 스펙초월멘토스쿨 지원기를 마친다.

nunmul

 

교정 및 편집/ 랫사팬더

글, 사진/ 아니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