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두 편의 방구석 부귀영화에서는 비교적 대중적이고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영화를 골랐다. 사실 처음 방구석 부귀영화를 시작할 때 새로운 영화를 새롭게 소개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기 때문에 세 번째 부귀영화로는 조금 낯설고 생소할 수 있는 영화를 방구석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영화를 고르기 위해 외장하드를 열심히 뒤적이던 중 나와 내 주변 몇 사람이 다섯손가락에 꼽는 인생 영화가 눈에 띄었다. 바로 헤드윅!!!

Hedwig and The Angry Inch

헤드윅의 영제는 밴드 이름인 ‘Hedwig and The Angry Inch’로 동명의 뮤지컬이 원작이다. 헤드윅은 트랜스젠더인 헤드윅이 중심이라고 쓰고 폭군이라고 읽는다.인 밴드 앵그리 인치가 공연을 하면서 헤드윅의 파란만장한 과거와 현재를 전달하는 뮤지컬 영화다.

언니!!!!!!!!예뻐요!!!!!!!!!

언니!!!!!!!!예뻐요!!!!!!!!!

제작과정

감독이자 헤드윅 역을 맡은 존 캐머런 미첼이 음악감독인 스티븐 트래스크와 비행기에서 만나 이야기 하다가 헤드윅이라는 캐릭터를 떠올린 것이 <헤드윅>의 시작이다. 미첼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처음으로 드랙퀸1)과장되게 여성처럼 차려입고 여성처럼 행동하는 것. 단순히 여성의 옷을 입는 것과는 다르다. 복장을 하고 드랙클럽에 가서 각본을 썼다고 한다. 그게 정말 도움이 됐는지 헤드윅의 메인 테마곡이라고 할 수 있는 The origin of love도 드랙클럽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역시 글을 쓸 땐 술이 들어가야지 뮤지컬이 어느 작은 드랙나이트가 열리는 무대에서 시작되어 초기까지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했기 때문인지, 엄청난 인기와 관심을 얻게 되어 영화화 될 때에도 예산이 매우 적었다.
적은 예산으로 반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영화를 찍은 데다가 혼자 연출, 대본, 연기까지 하면서 피곤에 찌든 미첼은 자신을 비롯한 스탭들의 피로를 덜기 위해 가끔 이벤트를 열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모든 남자 스탭들이 여장을 하는 드랙 데이..! 내 생각에 미첼이 한 번 여장 하더니 취미 붙인듯 미첼의 밴드 명인 앵그리 인치는 수술에 실패해 성기 1인치가 남은 헤드윅의 상황인데, 미첼은 이 이름을 성기가 작은 사람을 앵그리 인치(..)라고 놀리는 친구에게서 따왔다고 한다.

음악

뮤지컬에서 시작한 뮤지컬 영화이고 음악적으로도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만큼 헤드윅에서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The origin of love’은 인간이 원래는 두 사람이 한 몸에 함께 있어서 행복하고 완전한 존재였는데, 그걸 시기한 제우스가 인간을 분리했고 그래서 그 반쪽을 만났을 때 사랑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인상적인 곡이자 기발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이 곡은 미첼이 만들어낸 건 아니고 플라톤의 ‘향연’2)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헤드윅만큼 재밌었다. 한 번쯤 보면 좋을 듯 싶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영화에서 노래가 나오면서 뒤에 애니메이션이 등장하는데, 이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Phosphene 사3)시각 효과를 주로 다루는 회사인데, 미드 True Detective와 Normal Heart에서 배우들의 외모 변화를 담당하는 등 할리우드를 기반으로 일하는 회사다.에서 따로 단편 애니메이션도 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드로잉이 마음에 들어서 몇 번이고 따로 돌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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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몸에 두 사람이 같이 있던 행벅한 인간

헤드윅을 보고 가장 감탄하게 되는 부분 중 하나는 이 모든 곡을 미첼이 불렀다는 점이다. 물론 그가 이전에도 뮤지컬을 하기는 했지만, 배우가 아니라 가수를 했어도 성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퍼포먼스도 대단하다. 게다가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장면은 실제 현장 녹음이라고 한다. 다만 촬영한 대부분의 장소가 밴드까지 녹음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밴드는 녹음한 걸 틀어 놓고 밴드는 전부 핸드싱크를 했다. 그러나 핸드싱크치고 굉장히 티가 나지 않고 자연스럽다. 카메라를 잘 안 비추기도 하지만
헤드윅의 전 애인인 토미의 노래는 뮤지컬에서는 모두 헤드윅 역이 토미가 되어 부르지만, 영화에서는 음악 감독인 스티븐 트래스크가 불렀다고 한다. 들어보면 미첼과 목소리가 매우 비슷하다.4)편집장 주:안비슷해!!!! 안ㅂ@ㅃㄸㄹㅇㅁㅊ (덕후가 울고 있다)

애잔 보스 존 캐머런 미첼

헤드윅이라는 캐릭터 자체도 굉장히 짠내 나는 역경의 아이콘이지만5)가장 단적인 예로 헤드윅이 처음 등장할 때 입은 망토에 베를린 장벽이 그려져 있는데, 그 왼쪽에는 ‘Yankees go home’, 오른쪽에는 ‘with me’라고 쓰여있다. 헤드윅의 첫 남편이 미군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눈물이ㅠㅠㅠㅠ역시 애잔 보스. 미첼 본인도 만만치는 않다. 영화상영 직전까지 초긴장 상태였던 미첼은 영화가 끝나고 터져나온 환호를 듣고 영화 제작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술을 마셨다고 한다. 게다가 미첼의 행보에 대해 냉담했던 부모님도 헤드윅을 본 이후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줬고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헤드윅의 콘서트장을 찾아 스티로폼 가발을 쓰고 즐겼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미첼이 헤드윅을 통해 자신을 찾았다고 많은 인터뷰에서 얘기한 것. 특히 드랙을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고 하는데 거봐 드랙에 맛 들린 것 같다니까 자신이 생각하는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Yankee Go Home!!!!! With meㅠㅠㅠㅠㅠㅠ

Yankee Go Home!!!!! With meㅠㅠㅠㅠㅠㅠ

교주와 교인은 닮아간다고6)물론 이 경우는 비슷한 정체성의 사람들이 모이기 쉬워서 더욱 그렇겠지만., 미첼의 팬클럽은 미첼만큼이나 마이너하다. 팬클럽 헤드헤즈는 사무실 비서, 평범한 주부들, 로큰롤러도 있었지만, 아직 커밍아웃하지 않은 십대 소년들도 꽤 많았다고 한다. 그 십대 소년들에게 헤드윅은 대피소였고 쿠키를 만들어 오기도 했고 팬클럽끼리 모여서 드랙퀸 파티도 열고 극장 자원 봉사도 했다고 한다. 그중에는 뮤지컬 헤드윅을 수백번 본 팬이 있는데, 450번째 왔을 때 미첼은 그 팬이 항상 앉는 좌석에 이름을 새겨준 일도 있었다. 그만큼 초창기에도 무서울 정도로 열광적인 팬들이 있었다. 미첼이 항상 언급하고 고맙다고 말하는 걸 보면 미첼에게 든든한 팬인건 확실하다.

당신은 이제 퀴어 영화에 빠졌읍니다.

1. 주제와 소재가 마음에 들었고, 특히 삐까뻔쩍한 옷이 마음에 들었다면? 벨벳 골드 마인

평생 쓸 반짝이 여기 다 뿌린듯

평생 쓸 반짝이 여기 다 뿌린듯(..)

양성애자 록커의 사생활을 다룬다는 점에서 헤드윅과 비슷하다. 게다가 글램록 스타로 나오기 때문에 헤드윅의 토미나 헤드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반짝이로 가득한 옷을 입고 나온다. 반짝이 옷을 입지 않으면 벗고 나온다. 남배우들의 멋진 몸과 잘생긴 얼굴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풋풋한 20대 초반의 크리스찬 베일과 진짜 커트 와일드 같은 이완 맥그리거를 볼 수 있다. 비슷한 취향끼리 친하기 마련인지 벨벳 골드 마인의 감독인 토드 헤인즈와 미첼은 학생일 때 부터 친구였다고.

2. 헤드윅 하면? 록키 호러 픽쳐 쇼
헤드윅이 이 영화를 오마주한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영화이다. 물론 미첼 본인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7)심지어 한 인터뷰에서 헤드윅을 본 사람이면 록키 호러 픽쳐 쇼와는 다른 영화라는 걸 깨닫게 될 거라고 얘기했는데, 오히려 비슷한 점을 찾게 된 듯하다. 같은 인터뷰에서 미첼은 올 댓 재즈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이야기 했다. 아무리 봐도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다. 원작이 뮤지컬이라는 점부터 주인공의 성 정체성이나 전반적인 우울한 분위기가 매우 비슷하다. 헤드윅 뿐만 아니라 원피스의 엠폴리오 이반코프도 프랭크 박사가 모티브라고 한다. 헤드윅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 충격적인 영화가 75년에 나왔다는 걸 생각하며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영화다.
3. 중국 Ver. 헤드윅? 패왕별희

저 눈을 보세요 여러분ㅠㅠㅠㅠㅠㅠㅠㅠ

저 눈을 보세요 여러분ㅠㅠㅠㅠㅠㅠㅠㅠ

동성애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헤드윅과 비슷하지만 더 슬프고 더 우울하고 더 비극적이다. 헤드윅과 토미가 동료였다면 아마 이와 같은 수순을 밟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다. 장국영의 눈ㅠㅠㅠㅠ으로 완성되는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인생영화로 꼽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 + ]

1. 과장되게 여성처럼 차려입고 여성처럼 행동하는 것. 단순히 여성의 옷을 입는 것과는 다르다.
2.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헤드윅만큼 재밌었다. 한 번쯤 보면 좋을 듯 싶다.
3. 시각 효과를 주로 다루는 회사인데, 미드 True Detective와 Normal Heart에서 배우들의 외모 변화를 담당하는 등 할리우드를 기반으로 일하는 회사다.
4. 편집장 주:안비슷해!!!! 안ㅂ@ㅃㄸㄹㅇㅁㅊ (덕후가 울고 있다
5. 가장 단적인 예로 헤드윅이 처음 등장할 때 입은 망토에 베를린 장벽이 그려져 있는데, 그 왼쪽에는 ‘Yankees go home’, 오른쪽에는 ‘with me’라고 쓰여있다. 헤드윅의 첫 남편이 미군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눈물이ㅠㅠㅠㅠ역시 애잔 보스.
6. 물론 이 경우는 비슷한 정체성의 사람들이 모이기 쉬워서 더욱 그렇겠지만.
7. 심지어 한 인터뷰에서 헤드윅을 본 사람이면 록키 호러 픽쳐 쇼와는 다른 영화라는 걸 깨닫게 될 거라고 얘기했는데, 오히려 비슷한 점을 찾게 된 듯하다. 같은 인터뷰에서 미첼은 올 댓 재즈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이야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