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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사진을 보면 의아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차랑 기차가 같은 길로 다니다니. 합성 아닌가?

하지만 이는 합성이 아니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의 길거리에는 버스, 승용차 뿐 아니라 트램(TRAMVAJ)도 다닌다1)그리고 관광용 마차와 세그웨이도….

트램. 우리나라에선 노면전차, 혹은 그냥 전차라고도 한다. 선로를 달리는 것은 맞지만 그 선로가 도로 위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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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선로의 2/3정도는 열차만 다닐 수 있고, 나머지는 열차와 차가 동시에 다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트램이 많이 다니는 지역의 사거리를 보면 각 방향으로 뻗은 선로와 자동차가 어지럽게 얽혀 있는 모습을 쉬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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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대략난감…

차와 함께 달리는 트램을 보면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도 곧 적응이 된다. 오히려 다른 도시에 가면 여긴 왜 트램이 없지, 정말 시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엽고 간편한 트램. 이 트램을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바로 대전 2호선이다. 현재 당선무효 선고를 두 차례 받고 대법원에 항소한 권선택 대전시장이 트램을 팍팍 ‘밀고’ 있기 때문이다.

트램의 장점은 일단 비용이다. 지하철을 건설할 때 땅을 파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아는가. 땅을 파고, 무너지지 않는 공고한 터널을 만들고, 선로를 깔고 역사를 짓고… 이 모든 작업이 트램의 경우 ‘선로를 깔고’로 줄어든다.

또, 트램은 지상에 있기에 버스처럼 접근이 용이하다. 지하철처럼 힘들게 수 층을 오르락내리락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장애인과 노약자의 접근성이 수 배 편해지는 건 덤이다2)얼마 전까지만 해도 엘리베이터 없는 전철역이 꽤 많았다. 그나마 엘리베이터는 꽤 많이 지어졌지만, 동선 등 문제로 여전히 장애인의 지하철 탑승은 꽤나 불편하다.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역이 많아 노인이나 임산부 등이 겪는 불편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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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꿍♡(철덕이 이 사진을 좋아합니다)

비용도 적게 들고 접근도 편한 트램. 하지만 대전시민의 대부분은 트램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왜일까?

첫 번째로, 트램은 ‘느리다‘. 노면을 달리기 때문에 신호를 준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사거리 등에서 차들이 물릴 경우 트램도 필연적으로 속도를 줄이거나 멈출 수밖에 없다.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버스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 기존 도로에 트램을 새로이 깔게 되면 평균 속도가 시속 20km를 넘기기 어렵다고 한다. 일반 전철의 절반 정도인, 혹은 광역철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속력이다.

실제로 프라하에서도 같은 구간을 지하철과 트램으로 이동할 때 속도 차이가 크다. 뭐, 트램이 이곳저곳을 구불구불 거쳐가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전철역이나 버스정거장이 일직선으로만 연결된 경우를 본 적 있는가. 전철이야 지하를 움직이니 도로에 맞추지 않고 최단거리에 가깝게 선형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트램은 사거리에서는 90도로 꺾는 등3)더한 경우도 있다. Náměsty Republiky지역을 지날 때가 그 예이다 도로의 선형에 그대로 맞춰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낭비가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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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áměstí Republiky(공화국 광장). 버스와 트램이 이 도로를 공유한다. 원심력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드리프트구간

차이를 경험해보기 위해 집 근처 Florenc역에서 Václavske náměstí(바츨라프 광장)를 가기 위해 Můstek역까지 전철과 트램을 타고 이동해 보았다. 전철을 타고 가면 두 정거장에 3분. 오르락내리락하는 시간을 합쳐도 5~6분 정도이다. 반면 트램을 타고 가면 선형이 크게 꺾이지 않고,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 없이 바로 탈 수 있는데도 15분 정도가 소요된다4)만약 이 구간 선형이 구불구불하다면…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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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갓구글…

전용 선로를 달리는 일반 열차는 회전구간의 선로가 살짝 안쪽으로 기울어 있다. 속도를 크게 줄이지 않고도 회전구간를 통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인데, 도로 위에 건설하는 트램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상식적으로, 사거리 한복판에 선로를 따라 경사를 만들어 기울인다는 게 말이 되는가. 강남역 사거리 중앙에 길다란 턱이 있다 생각해 보라.5)생각해 보니 차들이 과속하지 않게 되겠네…? ㄱㅇㄷ…??

두 번째로, 트램 노선은  필연적으로 왕복 두 개의 차선을 잡아먹게 되는데, 이 경우 교통 체증이 심해질 수 있다. 트램이 지나는 모든 도로가 왕복 4차선 이상이 아닌 이상 필연적으로 자동차와 트램이 차선을 공유하게 된다. 트램 자체의 속력도 느려질 뿐 아니라 자동차 길도 꼬이게 된다. 도로가 충분히 넓다 하더라도 좌회전이 꼬이게 되어 신호가 복잡해지고, 수많은 일방통행도로가 생기게 될 것이다.

얼마 전 1920년대 프라하를 배경으로 한 무성영화를 접한 적 있다. 그 시절에도 프라하에는 트램이 다녔다. 이렇게 트램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자동차가 대중화된 도시가 아닌 이상, 대도시에 다짜고짜 트램을 설치하기는 어렵다.

트램이 한 번에 보통 300여명은 실어 나를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봤을 때, (한 칸에 100명으로 잡으면, 세 칸짜리 트램은 300명을 실어나를 수 있다) 트램이 생기면 그만큼 자동차가 줄어들어 오히려 도로가 쾌적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차피 트램 노선을 깔아서 도시 내 자가용 운행이 불편해지면 시민은 자연스레 시내 이동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고, 교통체증도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뭐, 어찌됐건 위에 나온 이야기들은 모두 이론, 혹은 타도시의 사례 언급에 불과하다. 실제 대전에 트램을 설치해 수년간 운행해보기 전까진 똥일지 된장일지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트램은 잘못 설치했을 경우 그 피해가 엄청나다는 것이 문제다. 똥인지 된장인지는 찍어 먹어보지 않아도 냄새로 알 수 있고, 자칫 실수로 똥을 찍었더라도 손을 씻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도시 내 수십 킬로미터를 연결하는 선로를 깔아 놓고 어 이게 아니네 하고 손 닦고 집에 갈 순 없는 노릇 아닌가.

덕분에 대전 2호선은 고가(高架) 경전철 혹은 자기부상열차, 그리고 노면전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노면전차를 주장하는 시장이 당선되어 노면전차로 가닥이 잡히나 했더니, 그 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1심과 항소심 모두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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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사삭!

프라하는 서울과 비슷한 크기에 백만 명이 조금 넘는 인구가 사는 도시다6)프라하 인구밀도 2,392명/㎢, 서울 인구밀도 16,730.13명/㎢. 2015년 8월 기준. 그러니까 애초에 도로에 다니는 자동차 수가 서울의 8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고, 때문에 트램이 차선을 잡아먹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7)사실 서울시내 주요 간선도로 교통 체증이 서울시 인구를 능가하는 수도권 거주자들의 차량 진입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걸 고려하면, 서울과 프라하의 차이는 더더욱 커진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무엇보다 프라하의 트램은 자가용이 보편화되기 한참 전부터 지금까지 쭉 도로를 달렸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어디에 가면 트램 노선이 있고, 때문에 어떤어떤 길이 일방통행이고 어떤 길이 좁아지는지 모든 시민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쪽에는 차가 밀리지 않아 교통체증이 적은 것이다. 트램이 가져오는 여유로움에 익숙하지 않은 도시에 갑자기 트램이 나타난다면 시민이 체감하는 불편함은 배가 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 대전 말고도 트램을 도입하려는 도시는 수원, 성남 등 여러 곳이 있다. 그 중 가장 진척이 빠르고, 뒷말이 나오지 않는 노선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서울시다. 트램은 송파구 일대에 들어설 위례신도시의 축을 관통할 예정이다. 이 트램에 대해서 타도시와 같은 불만이 제기되지 않는 이유는 애초에 도시를 만들 때부터 트램을 계획에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이 곳에 거주하게 될 주민들은 입주와 동시에 트램과 함께 생활하게 되기 때문에 대전과 같은 혼란이 상당히 적을 것이다8)애초에 트램 노선이 보행자전용도로와 같이 달려 자동차 도로와 만나지 않게 계획된 점이 가장 크다.

지역이기주의 시리즈를 쓰면서, 프라하와 대전의 노면전차를 비교하면서 느낀 점은 참 철도는 그 사회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은 지역 사회와 삶의 방식에 가장 알맞은 형태로 들어서고, 사회가 혼란스러우면 혼란스러운 대로 이리저리 휘둘리다 기형적인 모습으로 건설된다.

우리나라의 철도가 어떤 사회상을 담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글/ 아날로그

   [ + ]

1. 그리고 관광용 마차와 세그웨이도…
2.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엘리베이터 없는 전철역이 꽤 많았다. 그나마 엘리베이터는 꽤 많이 지어졌지만, 동선 등 문제로 여전히 장애인의 지하철 탑승은 꽤나 불편하다.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역이 많아 노인이나 임산부 등이 겪는 불편도 크다
3. 더한 경우도 있다. Náměsty Republiky지역을 지날 때가 그 예이다
4. 만약 이 구간 선형이 구불구불하다면… 지못미…
5. 생각해 보니 차들이 과속하지 않게 되겠네…? ㄱㅇㄷ…??
6. 프라하 인구밀도 2,392명/㎢, 서울 인구밀도 16,730.13명/㎢. 2015년 8월 기준
7. 사실 서울시내 주요 간선도로 교통 체증이 서울시 인구를 능가하는 수도권 거주자들의 차량 진입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걸 고려하면, 서울과 프라하의 차이는 더더욱 커진다
8. 애초에 트램 노선이 보행자전용도로와 같이 달려 자동차 도로와 만나지 않게 계획된 점이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