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는 분들을 위한 (세 줄보다는 다소 긴) 요약

☆☆☆☆빛나라 알바의 별★★★★

유니폼 지수 ☆

유니폼이라고 해서 거창한 걸 바라시는데… 일단 남들이 입었던 중고품이고, (깔끔하긴 하지만) 원하시는 정장 간지는 절대 아니라는 거.

X군기 ★★★★

물론 군대보다는 못해요…못하지만…

잉여도 ★★★★★

혼자 무인도에 있는 것 같아요. 손님한테 인사를 하는 게 주된 업무이긴 하지만, 사람과 교류한다기보다는 ‘인사봇’이 된 거 같은 느낌?

손님의 진상도 ★★☆

의외죠? 하지만 의외로 마트에 ‘진상’ 자체는 별로 없다는 거! (물론 제가 입구 담당이라서 그럴 수는 있어요)

인간 지식in ★★★★★

오라, 달콤한 세일이여!

개이득 ★★★★

마트에서 무엇이 할인하는지 먼저 알 수 있고, 손님들이 채가기(?) 전에 먼저 킵해놓는 게 가능하죠(웃음)

사원들의 친밀함 ★★★★

친해지긴 하지만……‘어색하지는 않은’ 관계가 되는 거로 끝.

연애 지수 ★☆

거기서 남자친구요……?????? (절레절레)

월급 ★★★

밀리지 않고, 수당 이것저것 합하면 많이 주는 편이긴 해요.

시간 활용도 ★

오전이든 오후든, 몸이 너무 피곤해서 어떤 타임에 하든 간에 하면 하루가 다 가요…

한 줄 평

최근 힘든 일이 있어서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완벽한 무념무상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

다른 하고 싶은 말?

친구들아…아는 척 하지 말아줄래….?


(어딘지는 밝힐 수는 없지만) 내 본가가 있는 도시에는 8년 전까지만 해도 홈플러스와 이마트가 없었다. 우리 집 근처만 해도 서울에서 의외로 보기 힘든(…) 롯데마트가 영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심지어 내가 고등학교 2학년까지 ‘메가 마트’였다 이 마트 기억하는 사람이 있긴 할까 킴스 마트와 대백 마트 등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마트들이 주로 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내 본가 어딘지 알 사람 있을 듯…알아도 모른 척 해주세요

사실 상경했을 때 놀란 부분 중 하나가 (적어도 내 자취방 근처에서는) 홈플러스와 이마트 밖에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코스트코는 예외로 칩시다 글쎄, 나는 아무리 봐도 저 두 마트들이 다른 마트들보다 더 훌륭한지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치킨은 롯데 마트가 이마트 것보다 더 맛있는 거 같고, 농산물은 하나로 마트를 따라올 수는 없을 거 같고, 현재 이마트가 주력 상품으로 적극 밀고 있는 ‘peacock’은 아무리 봐도 자취생한테는 싼 가격이 아닌 것 같다. 뭐, 아직 ‘대형 마트’가 존재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마트 분야가 과점 시장이에요! 라고 주장해 봤자 의미가 없을 것 같지만.1)<이마트는 ‘대형마트’인가 아닌가…대법원의 선택은?>,한겨레,2015.09.18

이번 편은 저번 설날 단기 정육점 알바에 이어, (사실 나는 있는지조차 몰랐던) 마트 보안팀 알바 E양의 이야기다. ‘송곳’2) 마트 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네이버 웹툰의 덕후인 나는3)수인오빠 결혼해 주세요!!!!(와장창)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엄청난 얘기들을 잔뜩 듣는 바람에(…) 이번 편은 상당한 분량이 되어 버렸다. 첨부한 BGM과 함께 읽으시는 걸 추천한다.


 

몰래(이하 ‘’) : 안녕하세요, 21살, 경영학과, 마트 보안팀 알바 경험자 E양입니다. 음, 처음부터 문제적 질문을 좀 하자면…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하셨다고 들었는데, 갓 스무 살 된 분, 그것도 이렇게 호리호리한 여자분을 썼다는 건가요?

E양(이하 ‘E’) : 아 네. 보안팀이라고 해서 보디가드 요원 같은 건 아니고요, 혹시 마트 들어갈 때 앞에서 인사하고 있는 사람들 본 적 있으세요? ( : 네.) 그 사람들이 보안팀원이에요. 밤에 경비 서고, 도난 사건 잡고 그러는 일도 하긴 하는데, 주된 업무는 손님들 안내하고 인사하는 거라고 보시면 돼요. 딱히 그렇게 복잡한 일을 하진 않아요.

: 그래요? 근데 엄청 힘든 일이라고 제보 이메일에 적으셨던데.

E : 알바시간은 여덟 시간 반이지만 출퇴근 시간, 탈의 시간과 미리 와서 준비하는 시간 합치면 하루에 11시간은 이 알바에 쏟았어야 했죠.

벌써부터 수상하다는 느낌적인 느낌...!

벌써부터 수상하다는 느낌적인 느낌…!

3…3교대요???

: …진짜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거네요? 하루의 반을 알바하면 나머지 반은 그냥 늘어져 있어야 하는 건데.

E : 그렇죠. 게다가 일주일마다 시간표가 나오는데 이게 또 사람을 골아프게 했어요. 보안팀은 3교대로 근무해요. 오픈부터 일곱 시까지 하는 팀, 오후 세 시부터 밤 열두 시까지 하는 팀, 오후 열 시에 와서 오픈까지 있는 야간 순찰 팀. 야간 순찰 팀은 남자만 해서 저는 오픈과 오후 타임을 했어요. 주로 일주일 시간표는 3일 일하고 2일 쉬고 다시 2일 일하는 스케줄이었는데, 월화수는 오전, 목금은 쉬고, 토일은 오후 타임에 일하는 식이었어요. 혹은 그 반대거나.

: …되게 뒤죽박죽인데요? 한 주에 아예 오픈이나 오후로 몰면 더 편하지 않아요?

E : 진짜 생체 리듬 엄청 엉켰죠. 이게 팀장이나 주임이 자기들 멋대로 스케쥴을 조정하는 거라, 야간 알바가 말만 야간이지 솔직히 마트에 누가 야간에 침입해요? 말 그대로 그냥 상황실에서 노는 거죠. 그래서 자기랑 친한 남자들한테는 편한 야간 타임 주고, 안 친한 사람들한테는 완전 엉망인 스케줄 주는 거죠.

: 허허… 그거 마트 차원에서 정식으로 정해주는 게 아니라요? 일괄적으로 인사팀 같은 곳에서 관리할 줄 알았는데.

E : 글쎄요, 저희 매장이 매출 하위 2등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 :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마도 이게 꼴찌였는데 다른 꼴찌 지점이 등장해서 본의 아니게 2위로 올라왔다고 들었는데요, ( : 좀만 더 웃어도 돼요?) 그러세요.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도난 사고도 많이 없고 되게 평화로운 지점이긴 했어요. 보안팀이 정말 인사 빼고는 굳이 할 일이 없는? 그래서 ‘유령’ 팀 같은 취급을 받았죠.

‘유령’?

E : 저번 예식 도우미에서 ‘대한민국에 아웃소싱 아닌 알바가 있어요?’ 라고 물었잖아요. 아니나 다를까, 저희도 하청업체입니다. ( : 허.) 그래서 ‘마트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직원 휴게실을 못 써요. 상황실에 의자 몇 개 있는 데 앉아있어야 해요. ( : …..) 직원 휴게실은 ‘마트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 몫이죠. (웃음) 천대 아닌 천대를 받아요. 누군가 한 명이 잘못하면 팀 전체가 찍히고, 쟤는 왜 아직도 있냐, 잘라라, 니들 팀이 와서 인사하는 거 말고는 하는 게 뭐 있냐. 뭐 있냐니, 자기들이 여덟 시간 동안 계속 서 있고 인사해보라 그래. 여덟 시간 동안 들어오는 손님마다 스캔하고 인사하잖아요? 허리랑 등 쪽이 엄청 아파요. 저 집까지 15분 거리인데 허리를 못 펴서 30분씩 걸려가고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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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직원 휴게실 이용 정도는, 팀 차원에서 한 번쯤 노력했으면 될 법도 한데.

E : 팀 차원에서 노력을 안 했죠. ( : …..) 보안팀에 여자가 별로 없으니까 ‘굳이 직원 휴게실을 쓸 거 있어?’란 반응이었어요. 사실 상황실이 동선도 편하기도 하고, 보안팀 직원들만 쓰니까 자기들은 감시 안 받고 늘어져 있기는 좋죠.

: 팀원은 총 몇 명이었어요?

E : 팀장 한 명, 주임 세네 명, 사원들 일곱 명 중 여자가 두 명이었죠. 주임들은 매니저이고, 팀장은 사장이라고 보시면 돼요. ( : 사장?) 그렇죠, 보안팀은 마트 직원이 아니라 하청업체의 직원이잖아요? 팀장이 그 지점 보안팀원들의 사장이죠.

: 직급 구조가 되게 간단하네요. 오래 일하면 (직급이) 오르기는 쉬울 것 같은데.

E : 위의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빠져나가느냐의 문제죠. 근데 여자는 주임을 안 시켜줘요.

아 또 왜 진짜

아 또 왜 진짜

: ㅋ….

E : 미리 말해두지만, 억측 아니에요. 일한 지 7, 8개월 된 언니가 있었는데 1년 넘게 했던 제 친구가 그만뒀어요. 그렇다면 주임 순서가 그 언니한테 돌아가야 하는데, 그 밑에 있던 남자 후배가 먼저 주임을 달더라고요. 진짜 그 언니 손님들한테 계속 웃으며 인사하고 꼿꼿히 서 있고, 누가 봐도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는데.

문제는 그 언니를 다들…인터뷰에서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호구’로 보는 거에요. 팀장이 맘대로 하루 주간 하루 야간 다시 그 다음 날 주간 이런 식으로 시간표를 뒤죽박죽 섞어서 주는 데도 그냥 그걸 그대로 하더라고요. 저는 스케줄 이상하게 주면 항의를 했거든요, 덕분에 밉보였지만. 그 언니는 정말 제일 열심히 했는데 제일 피해봤어요. 사회란 게 다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한숨)

딱 까놓고 말하자면, ‘양아치’에요

: 스무 살한테 좋은 거 가르쳤네요.

E : 아마 거기가 심한 남초여서 그랬던 거 같아요. 군대를 안 가서 모르겠는데, 군대 문화가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밑에 애들 군기 잡고 담배 피는 사람들끼리 친해지고. (물론 남자 한정으로요.) 이새끼, 저새끼는 그냥 접두사, 접미사고 이 따위로 일할 거면 나가 이 새끼야! 정도는 양반이에요. 욕하는 걸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하나? 특히 어리버리한 신입들한텐 정말 이때다, 하고 깠죠.

: 아, 뭔지 알 거 같다….(한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거….

E : 문제는 그래놓고 일도 열심히 안 해요. 일단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안일해요. 도난 사고가 일어나도 비싸야 만 원이에요. 과자, 분유 이런 소소한 정도는 그냥 눈 감아주거든요. 그래서 뭔 일 나겠어? 라는 느낌이 전체적으로 지배하고 있어요.

그냥 웃겨요. 상황실에 쉬러 들어가면 고요한 가운데서 타자 뿅뿅하는 소리나 가끔 랜↑드↘마↗크↓ 건↗설! 소리밖에 안 들려요. 자기들은 상황실에서 모두의 마블 하고 있으면서 – 저희 팀장이 랭커였으면 말 다했죠? – 입에는 욕을 달고 있어요. 일도 안 하면서 군기만 잡는 거죠. 주임들과 팀장이 그런 ‘인간’들밖에 없었으니. ( : 어지간히 싫었나보네요….) 그렇죠. 한 달에 한 번 회식비 나왔는데 한 번도 회식한 적 없고, 설날에 사원들에게 3만원, 주임들에게 5만원 플러스 알파로 따로 돈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안 나오더라고요. 그냥 자기가 먹은 거죠. 까놓고 말해서, ‘양아치’에요.

왜인지는 모르지만 시비 걸고 싶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시비 걸고 싶다

: 듣는 제가 스트레쓰….다른 주제로 환기시켜 보죠. 올해 초라면 그거 있었잖아요. 허니버터 대란.

E : 휴….(아련)

: ㅋㅋㅋㅋㅋ거의 다큐멘터리에서 증인들 회상하는 표정인데요?

E : 와, 진짜 그때는 대단했어요. 오픈이 열시부터인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니까 아홉시 반부터 대기자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기 시작했어요. 저는 입구를 막고 있고 사람들은 아홉시부터 카트를 빼서 대기하고 있는 거에요. 그 모습이 마치 대초원의 들소떼를 보는 느낌이었는데, 사람들이 시계 들고 있다가 제가 입장 시간입니다~ 하고 테이프 열면… 와… 아프리카 초원에서 들소떼가 러쉬하듯이…( : (웃음)) 지금 말하면 웃기지만, 당시에는 보안팀, 캐셔팀, 진열팀 전체가 전시 상황이었다니까요?!

: 전쟁이 꽤 오래 갔었죠. 그래도 두 번째 꼴찌 매장이었으면(웃음) 평소에는 평화로운 편이죠?

E : 겉으로 보기엔 평화롭지만 제 일은 늘 전쟁같죠. 그래도 주된 고객층이 노년층과 신혼부부이기 때문에 조용하긴 해요. 학구열이 높은 동네라 학생들도 많이 오고.

: 학생들이 많이 온다는 말을 바꿔 말하면…

E : 일진들이 많단 얘기죠. ( : 역시.) 그런데 의외로 일진들보다 평범한 학생들이 더 많이 훔쳐요. ( : 어?) 저도 처음에는 몰랐는데, 좀 일하다 보니까 진짜 ‘아, 쟤 좀 꿍꿍이가 있다’싶은 애들은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 입구에서부터 무언가 분위기가 달라요. 그러면 이제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고 상황실에 무전을 치면 그 사람을 상황실에서 CCTV로 계속 따라가면서 보는 거에요. 그러다가 진짜 훔치는 장면 포착되면 그 장면을 캡쳐 떠놓고 그 손님을 조용히 불러내죠.

: 그런 식이었어요??

E : 무슨 식이요?

: 그러니까, CCTV를 계속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입구에서 ‘삘’을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는 거잖아요. 그 사람만 계속 쫓아간다는 거고.

E : 어쩔 수 없어요. 모든 손님을 하나하나 감시하기에는 사람도, 화면도 너무 많아요. 그걸 전부 다 캐치해낼 수는 없으니 팀원이 입구에서 사람들을 스캔하는 거죠. 확률 싸움이에요. 애초에 도둑이라고 해도, CCTV 화면이라는 ‘물증’ 증거밖에 들이밀 수가 없어요. 아무리 저 사람이 심증적으로 도둑이라고 해도, 물증 증거가 없으면 ‘손님’이니까 그냥 보내줘야 해요. 절대 손님을 의심하면 안 되고, 몸이나 가방에 손을 대도 안 되고, 그냥 무조건 저희가 확인할 게 있어서 그러는데 잠시 사무실로 동행해 주세요, 밖에 할 수 없어요. 게다가 뻗팅기면 그것조차 그냥 보내줘야 해요.

안에서 밖으로 훔쳐 나가는 건 보안 경보 때문에 걸리기 쉬운데, 가장 잡기도 힘들고 많이 발생하는 건 안에서 써버리는 경우에요. 식품 코너에서 자기 애한테 과자 까서 먹인 다음에, 봉지 밖에 안 남으니까 이거 원래부터 우리가 들고 와서 애한테 먹인 거라고 고집 부리는 거죠. 그거 한 봉지 확인하려고 몇 시간 짜리 CCTV를 계속 돌려서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은근히 그런 걸로 손해 많이 본다고 들었어요. 혹시나 이거 보는 당신 악용하면 안 됩니다!

과자 한 봉지에 양심 팔지 마세요

: 그런 사람들 ‘블랙리스트’ 같은 건 없나요?

E : 파일로 남기진 않고 직원들끼리 ‘구전’으로 전해지죠. 일반적으로 초범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두 세번 정도 걸리면 그때 블랙리스트에 오르기 시작하는데, 솔직히 몇 천 명 중에 한두 명 정도라서 그냥 직원들이 얼굴을 기억하고 오면 상황실에 통보하는 정도에요. 전 블랙리스트라고 해서 조금 긴장했는데, 보니까 거의 다 중학생들이더라고요?

: 이 녀석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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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여덟 시간 내내 서서 인사랑 스캔만 하는 건가요?

E : 아니요. 제가 지하, 1층, 2층 총 세 층에서 인사와 순찰을 담당했는데, 한 층 당 보통 4~50분 정도 인사(와 스캔)을 하고, 15분 순찰하고, 15~20분 정도 쉬는 텀을 유지해요. 가방에 이상한 물건 있는지 보고, 밖에서 사온 거는 마트 스티커 붙여주고, 블랙리스트 오나 체크하고. 순찰은 그냥 한 층 쭉 둘러보고, CCTV 없는 유아휴게실이나 화장실 둘러보고. 한 층의 인사와 순찰 업무가 끝나면 상황실 가서 좀 쉬다가 다시 다른 층에 일하러 가고. 그러다가 점심 먹고, 다시 오후 근무하고 끝나고 집 가는 거죠.

: 점심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E : 구내 식당이 있는데, 장부에 사인하면 그걸 식비로 처리해줘요. 다른 것도 먹고 싶긴 했는데, 점심시간이 30분 밖에 안 돼서 사실 이거 안 먹으면 죽는다(….) 의 느낌으로 꾸역꾸역 먹었던 것 같아요. ( : 총 30분 밖에 안 돼요? 줄 서는 시간도 있잖아요.) 10분 만에 밥 먹고 가는 거죠. 양치할 시간도 없었어요.

: …체하겠다….

E : 엄청 빡빡했죠. 말 그대로 ‘테일러리즘’이에요 사람을 기계처럼 굴려요. 10명이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8명을 뽑아놓고 그 사람들을 갈아넣는 거죠. 대기업이라 만근수당, 야간수당, 추가수당은 다 챙겨줘서 월급 자체는 괜찮았어요. 제가 150 받고, 일 년 일한 제 친구는 270 정도 받았다고 들었으니 알바 월급으로도 꽤 많이 버는 셈이죠. 하지만 휴가도 못 쓰는 데다 일과 시간이 엄청 길고 그동안은 계속 고통받아야 해요. 삶의 만족도는 거의 최저죠. 사실 시급도 따지고 보면 최저시급인데!

해피해피는 무슨

: 무슨 캐치프레이즈 같네요. ‘사람이 기계다’

E :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저희가 마트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사람들이니까 유니폼 규정은 또 엄격해요. 악세사리는 시계, 목걸이, 결혼반지나 커플링 말고 다른 걸 하면 안돼요. 아무튼 서 있으면 정말 배가 엄청 고프거든요. 점심을 먹어도 먹는 것 같지가 않고. 그래서 저랑 일하던 동갑내기 중에 시식코너 아줌마랑 친해진 애가 유니폼을 입고 고기를 한 점 얻어먹었는데, 그게 걸려서 마트 품위를 떨어뜨렸다고 엄청 깨진 거에요. 무슨 품위에요, 우리는 유니폼만 입은 시다바리일 뿐인데.

: 유니폼 입고 무전기 들고 있으면 ‘있어 보이긴’ 하죠.

E : 저도 무전기 때문에 있어 보여서 지원했는데…스마트폰이 최고에요. 무전기는 상대방이 받았어도 대답을 안 하면 끝이에요. 무전 쳐서 15분 후에야 직원들이 어슬렁어슬렁 거리면서 나타나는 일이 다반사였어요. 남자애들은 자기끼리 친해지면 무전기로 수다 떨고 그랬는데, 저는 딱히 친한 사람도 없었고. 폰을 못하는 게 이렇게 심심한 일인 줄 몰랐어요. 덕분에 50분을 정말 2시간처럼 쓸 수 있었지만. 난 누군가 여긴 어디인가, 나는 앞으로 뭐 해먹고 살지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고민을 그때 서서 다 했던 것 같아요.

아이고오

아이고오

: 그게 이 알바의 유일한 장점….?

E : 음…. 굳이 하나 더 꼽자면 성희롱은 없다는 거..? 그러면 뭐해요. 진상들이 많은데. 사실 진상보다는 팀장과 주임 때문에 훨!씬!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았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진상들도 딱히 없지만요. 있다면 어떻게든 강아지를 매장 안에 들이려던 개 주인과 저한테 자꾸 뽁뽁이 같은 이상한 상품들이 어딨냐고 묻던 손님들..?

: 하긴 마트 입구에서부터 진상을 부리는 사람들은 얼마 없으니.

E : 그게 다른 알바를 해도 어딜 가나 느끼는 게, 진상 손님들은 어딜 가나 4~50대가 되게 많아요. ( : 그래요?) 네, 그게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20대는 자기들도 알바를 하니까 같은 20대 알바한테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있어요. 서로 고충을 아니까. 30대도 사회 초년생이 대부분이라 자기들도 까이는 입장이기 때문에 알바한테 함부로 하지 않죠. 또 60대 70대 어르신들은 되게 점잖으세요. 문제는 4~50대들은 자기 딸뻘이니까 일단 반말은 기본이고, 조금만 뭐가 늦어진다고 해도 바로 화부터 내고. 글쎄요, 말로는 ‘딸 같으니까~’ 라는 얘기를 하면서, ‘집에서도 딸을 그렇게 대하시나?’라는 생각이 늘 들죠. ‘알바’한테 조금만 더 잘해 줬으면 좋겠어요. 알바든 직원이든 사장이든, 서비스가 하대랑 동일시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편집 및 교정/저년이

글/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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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마트는 ‘대형마트’인가 아닌가…대법원의 선택은?>,한겨레,2015.09.18
2. 마트 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네이버 웹툰
3. 수인오빠 결혼해 주세요!!!!(와장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