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를 써 놓고 한참을 고민했다. 아, 이건 구려도 너무 구리다. 하지만 애초에 쌈마이한 타이틀을 달고 싣는 글들인데 뭐.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사례 역시 역대급 병크이기 때문에 굳이 멋있는 제목을 힘들여 생각할 필요가 없겠다고 판단(이라 쓰고 합리화라 읽는다)했다.

오송역. 아마 내 글을 본 철덕이 있다면 지난 연재를 보며 오송역이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을 것이다. 오송역은 우리나라 철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엄청난 역이기 때문이다.

osong

오송역사(驛舍). 크고… 아름다워…

충청북도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오송역은 경부선 KTX와 호남선 KTX가 갈라지는 분기점 역할을 하는 역이다. 현재 충청북도에 위치한 유일한 KTX정차역일 뿐만 아니라 포항으로 향하는 동해선, 진주로 향하는 경전선과 여수로 향하는 전라선 KTX 모두 이 역을 거쳐간다. 이름만 들어서는 (크고 아름다운)교통의 허브일 것 같은 오송역이 대차게 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오송역은 1983년 여객 기능을 폐지당하고 화물만 운반하던 ‘찌랭이’역이었다. 당시는 주소도 청주시가 아닌 청원’군’이었다.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면 여름에는 매미가 울고 가을에는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시골의 한적한 화물역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GjFfiEU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 경부고속선과 호남고속선은 오송역을 경유하기 위해 곡선으로 휘어 달리고 있다. 속도가 생명인 고속철도가 여객 기능조차 없는 한적한 역을 위해 선로를 곡선으로 꺾는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오송 주민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실현시키고야 말았다.

KTX선을 계획하고 공사에 들어가려던 1990년대 초반. 경부고속선은 천안(아산)에서 직선으로 세종시를 지나 대전으로 향하는 노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송역 주민들이 역 유치위원회를 만들어 공사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가슴 뭉클한 한 편의 대하드라마”‘, 중부매일, 2010. 10. 14. 7면)

이 기사1)기사, 인터뷰 어디에도 ‘왜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가 오송을 지나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없다.를 보면 알 수 있듯, 유치위원회는 ‘폭파 협박’까지 해 가며 역 유치를 주장했다. 폭파 협박이라니. ‘오늘 오후 테러리스트가 서울역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메시지를…’로 시작해 ‘장난전화로 밝혀졌습니다’로 끝나는 기사 외에는 접해본 적 없는 소식이다.

향후 수십 년 이상을 사용할 철도에2)경부선이 건설된 지 백 년이 넘게 지난 점을 기억하자 장난질을 하다니. KTX가 충북지역을 거쳐가지 않게 설계된 점은 물론 아쉽지만, 이 노선의 목적이 서울과 영남을 잇는 것임을 고려했을 때 오송역 경유는 ‘미친 짓’이다. 아니, 모든 걸 다 떠나서 이건 범죄행위다!!!

ckck

철컹철컹

오송역 유치위원회의 병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호남고속철도의 분기역을 오송으로 만들어달라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호남’고속철’은 말 그대로 호남 지역과 서울을 고속으로 잇기 위한 철도이다.

다시 한 번 위에 첨부한 지도를 보자. 서울-천안-대전-대구-부산을 잇는 최단거리는 오송이 아닌 세종시 부근을 지나는 경로이다. 또, 서울에서 전남으로 가는 노선도 천안에서 갈라져야 최단거리로 갈 수가 있다. 혹은, 수요를 생각한다면 대전에서 노선이 분기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

그런데, 서울에서 전라도를 가는 데 오송을 지나가야 한다? 유치원생이 봐도 그건 아닐 것이다. 선형도 휘는 데다가, 시골에 위치해 수요도 적은 오송이라고?

하지만 폭파협박 등 끊임없이 들어오는 항의로 결국 고속철도 오송역은 건설이 확정되었다. 게다가 호남선과 경부선이 갈라지는 분기역도 오송역이 되었다.

usami

망연자실…

당시 오송역 유치위원회가 역 설치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내세운 논리는 ”X축 논리”이다. 이게 뭐냐면, ‘서울과 부산을 잇는 축과 광주와 강원도를 잇는 축을 오송역에서 교차하게 해 우리나라를 X자로 연결하자! ^^’다.

Think

창의력 하나는 인정한다

호남고속선, 경부고속선의 목적은 서울 등의 수도권과 영호남의 신속한 연결이다. 여기서 퀴즈. 호남지역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강원도로 이동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여기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거주 기간이 1년 미만인 분이라 봐도 될 것이다.

호남-오송-강원 지역에서 각 구간을 고속철도로 이동하고자 하는 수요는 사실상 없다. 아니 없다기보다, 고속철을 건설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광주광역시에서 춘천을 가는 버스는 하루 4대, 원주 6대에 불과하다(강원도의 어원이 된 두 도시 중 하나인 강릉 가는 버스는 아예 없다). 호남에서 가장 큰 도시에서 강원도로 가는 버스가 하루 총 10대라니 말 다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원도 사람들이 미쳤다고 서울 가는 데 오송을 거쳐가겠니…

그리고 현재 경원선 복구, 경의선 복구 등 향후 통일 시대에 대비한 철도 계획을 짜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남쪽만을 X축으로 연결하자는 주장도 사실 어불성설이다.

이기주의의 끝판왕 오송역. 지금은?

어찌되었건 결국 10선의 거대한 규모로 만들어진 오송역3)참고로 수원역이 8선이다. 전철까지 다니는데도. 과연 온갖 논란을 거쳐 만들어진 이후 제 값을 하고 있을까.

사실 오송역을 이용하는 인원은 애초 예상이었던 일 4,000명을 돌파하고, 현재 10,000명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송역이 까이는 이유는, 애초에 그 수요는 KTX가 제대로 세종시를 거쳐갔을 경우에도 똑같이, 아니 더 많이 나올 수요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오송역에서 내리는 인구의 대부분은 BRT4)간선급행버스를 타고 세종시로 빠지기 때문이다. 이게 뭐가 나쁘냐고? 돈이 더 들잖아!!! 돈도 시간도 더 들어가는데 이게 옳은 일일까(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창조경제…?).

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호남고속선이 오송으로 우회하게 되어 광주에서 서울(용산역)을 오가는 이용객은 매 번 금액 2,200원, 시간은 10분을 더 소비하게 되었다. 일 주일에 한 번 서울을 오가는 사람이 있다 가정하면 한 달이면 약 9,000원, 일 년이면 약 11만 4000원을 더 쓰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진지하게 세종시를 관통하는 KTX 노선 신설을 고려중이다.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한 꼴.

Sejong_Stn

그렇다고 오송역 주변은 번창했는가? 애초에 위치가 애매해 아직까지 오송역은 역 주변도 제대로 개발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한동안 오송역을 이용하는 인구는 전부 오송 외곽지역으로 한 번 더 택시나 대중교통을 타고 나가야 할 것이다(세종시 청주시 택시협회가 이 글을 좋아합니다).

오송 주변도 번창하지 못했고, 세종시를 오가는 사람들은 택시나 급행버스로 환승을 해야 하고, 호남과 영남에서 수도권을 오가는 사람은 시간 금전적 손해를 보았다. 오송역은 과연 누구를 위한 고속철도고, 누구를 위한 거점역인가. 지역이기주의의 문제점과 그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가 아닌가 한다.

 

글/아날로그

   [ + ]

1. 기사, 인터뷰 어디에도 ‘왜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가 오송을 지나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없다.
2. 경부선이 건설된 지 백 년이 넘게 지난 점을 기억하자
3. 참고로 수원역이 8선이다. 전철까지 다니는데도
4. 간선급행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