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네이터가 절실한, 한국의 임금피크제

임금피크제는 말 그대로 일정 연령이 되는 시점에 받는 급여를 피크(peak)로 지정하고, 그 다음부터는 삭감된 금액을 급여로 받는 제도다. 이 제도의 목적은 임금을 단계적으로 삭감하는 대신 그만큼 정년을 보장한다는 데 있다.

임금피크제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임금 삭감이 아닌 정년 보장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임금피크제와 ‘청년 실업 해소’라는 프레임을 계속해서 엮고 있다. 그들이 임금피크제를 주장하면서 앞세운 효과는 “29세 이하 정규직 31만명 채용1)한국경제연구원, 2015년 6월, “2016~2019년 사이 18만 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2)한국경영자총협회, 2015년 4월 등 수치로 나타나는 청년 일자리 창출 개수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는 청년 일자리 해소와 연결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임금피크제를 실행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전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은 호봉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연공급제식 임금 체계를 갖추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며, 두 나라 모두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배경을 뒤로 한다. 그런 점에서 1970년대 중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후 현재까지 기업과 노동자 다수가 만족하고 있는 일본의 상황을 보면 어쩐지 우리나라의 임금피크제 도입도 그럴싸한 방법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한국과는 완연히 다른 일본의 임금피크제 도입 배경

하지만 일본의 임금피크제와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하고자 하는 임금피크제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보인다. 일본의 임금피크제는  노동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고령 인력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의 임금피크제는 고령 인력의 고용 기간 연장과 이로 인한 기업의 인건비 추가 부담의 최소화를 주 효과로 본다. 또한 일본 기업들은 60세 정년을 넘긴 근로자에게 ‘퇴직 후 재고용’ 또는 ‘정년 5년 연장’ 등을 옵션으로 제시한다. 이때 근로자 중 85%가 재고용을 선택해 근로 기간 연장을 선택한다. 때문에 일본은 2013년, 60세로 늘렸던 정년을 65세로 다시 연장하는 법안을 추가로 도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의 임금피크제는 철저히 노령 인구 노동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디에도 임금피크제와 청년 일자리의 연결 고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 연유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이야기하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활발한 노령 인구 노동화에 초점을 둔 일본의 임금피크제 vs 기업의 임금 비용 삭감에만 목적을 둔 한국의 임금피크제

한국은 2003년 처음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후 증폭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내년 시행될 ‘정년 60세 법’ 때문으로 보인다. 고령화 사회의 대비책으로 정부는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하도록 「고령자 고용 촉진법」을 개정했다. 그 결과 약 4개월 후부터 더 많은 임금 비용을 들여야 하는 기업들이 반발했다. 재계는 임금 비용을 줄이기 위한 수단 또한 의무화할 것을 요청했다3)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0098. 이러한 배경으로 성과급 중심의 임금 개편과 임금피크제가 등장했다. 한국의 임금피크제는 결국 임금 비용 삭감을 요청한 기업의 목소리에 의해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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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부는 옳다구나 하며 거기에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히고 있는 꼴이다.

임금피크제로 청년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것은 흙으로 만든 메주로 된장찌개를 기대하는 것

임금피크제는 제도의 성격상 고령 인력에게 필요한 것이지 청년 인력에게 적합한 제도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외국의 사례와 청년 취업난 해소라는 프레임을 내세우며 임금피크제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그런데 임금피크제를 구글링 했을 때 나오는 자료는 모두 한국에서 발행된 것으로 외국의 어떤 사이트에서도 임금피크제와 청년 취업이 관련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4)“임금피크제로 구글에 검색 돌려봐. 모든 유알엘(url·주소)이 다 ‘kr(한국 인터넷 페이지임을 알리는 주소의 마지막 부분)’일 테니까”,프레시안, 임금 피크제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다 중, 2015-07-31. 더불어 기업이 임금피크제로 절약한 비용을 청년 일자리 창출에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법적 제도는 어떠한 것도 없다.

또한 일본 외 다른 나라에서 임금피크제 적용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임금 체계에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의 나라에서는 직무 성과에 따라 임금을 받는 성과급제 임금 체계를 가지고 있다. 성과급제에서는 굳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이유가 없다. 내가 직장 내에서 어떤 성과를 이뤄냈느냐가 급여와 퇴직에서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임금피크제와 그에 맞지 않는 임금 체계인 성과급제로의 개편을 동시에 하고 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임금피크제는 연막탄? 그 안에 숨겨진 정부의 진짜 속내

노동 개혁은 절대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과 노동자 그리고 다시 세분화 되어 여당과 야당, 공기업과 대기업, 중소기업 다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논의하고 합의했을 때 시행될 수 있다. 이 모든 그룹의 이해 관계 속에서 합의점을 찾기란 보통 어려운 과정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왜 임기 초반이 아닌 정부 출범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긴 마라톤이 될 노동 개혁에 열 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것을 박 대통령의 또 다른 ‘눈 돌리기’ 수법이라 말하고 싶다.     

노동 개혁에 대한 논의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참 이슈가 되었던 국민 연금 문제는 어느새 쑥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현재 국민 연금은 투입과 산출이 점점 어긋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공무원 연금 개혁안’의 차후 조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짐에 따라 그 중심에 있는 국민 연금 또한 논란의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가입해 있기 때문에 국민 연금의 규모는 다른 공적 연금에 비해 굉장히 크다. 하지만 빠른 고령화와 갈수록 줄어드는 신규 가입자로 인해 현재 500조 원이 적립된 국민 연금이지만 향후 45년 후에는 모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연금 상환액을 낮추는 중요한 요인은 퇴직 직전 3년 동안의 평균소득월액

대다수는 기업을 임금피크제의 가장 큰 수혜자로 생각할 것이다. 물론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퇴직 연령의 임금을 줄이고, 더 많은 비정규직을 생산하고, 쉬운 해고를 함으로써 당장 경제적 이익을 받는 것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틈에서 정부는 계속해서 노조와 비노조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고, 거기에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맞지도 않는 프레임까지 갖다 붙이면서 교묘하게 이 논의 안에서 빠져 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로 인해 퇴직 시기 직전에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은 국민 연금액을 산출할 때 가입자에게 굉장히 불리한 조건이 된다. 국민 연금 산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임금 피크제로 영향이 미치는 산출법은  ‘연금 수급 전 3년 간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이다. 따라서 임금피크제를 겪은 후 퇴직한 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낮은 국민 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임금피크제 시행 안에 숨어 있는 정부의 의도는 국민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동시에 금액을 낮추는데 있다.   

정부가 말하는 임금피크제 도입 방법은 모든 절차를 무시한 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라는 명목의 가이드 라인을 배포하는 것이다.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면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재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노사 간 합의나 일정한 절차를 생략 혹은 무시한 채 진행하려 한다. 임금피크제는 노사 간의 자율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노동 조합이 있다면 그들과 협상을 해야 하고, 만일 노동 조합이 없다면 취업 규칙에 관한 조항을 변경해 노동자들과의 논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대법원 판례 몇 개와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인 임금피크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노동 조합과의 합의와 노동자 과반의 동의 없이는 취업 규칙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규정 또한 그들이 만들어낸 것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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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서운 것은 이런 과정으로 하나의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한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규정이 그저 정부의 입맛에 따라 개정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청년의 어려움조차 그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우리는 대체 언제까지 그 뻔뻔한 민낯을 봐야 하는 것일까? 마음껏 헤어질 수도 없는 이 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택한 방법은 누가 볼지도 모를 이 짧은 기사를 적는 것이다. 거기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버티고 있는가?   

 

편집 및 교정 / 커밋

글 /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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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경제연구원, 2015년 6월
2. 한국경영자총협회, 2015년 4월
3.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0098
4. “임금피크제로 구글에 검색 돌려봐. 모든 유알엘(url·주소)이 다 ‘kr(한국 인터넷 페이지임을 알리는 주소의 마지막 부분)’일 테니까”,프레시안, 임금 피크제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다 중, 201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