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청년 부채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지만, 성형대출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포털사이트 메인에 걸린 청년 부채 관련 기사 댓글란에서 성형을 위해 대출한 청년에게 비난의 화살이 사정없이 꽂히는 걸 봤다. 이를 계기로 성형대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글을 쓰고 싶어졌다.

대출 받아 성형하면 미친X?

급전이 필요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학자금, 주거비용, 학원비용, 의료비용, 그리고 성형비용까지…

사회적 시선이 유독 따가운 사유가 있으니 바로 ‘성형비용’이다.

약 한 달 전에 네이버 메인에 오른 기사가 있다. 뉴시스의 ‘돈 빌리는 20대’라는 기획 기사였다. 매 기사 서론에 대출을 받은 20대의 사례를 배치했다. 첫 기사에서 소개된 사례는 다음과 같다.

zzzzzzzzzzzzzzzzzzzzzzzzz

1번 사례에는 성형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21세 여대생의 사례가 등장한다. 이 사례가 강렬했던지 베댓(베스트 댓글)에는 이 사례를 겨냥하는 댓글들이 여럿 있었다.zzzzzzzzzzzzzzzzzzzzz1

“대출 받아서 성형??? 얼굴 이뻐지고 장기는 없어지고…”

“미친…성형하려고 200만원을 빌려ㅋㅋㅋ 그래 놓고 못 갚아ㅋㅋㅋ그래놓고 청년실신이래 ㅋㅋㅋ 능력 없으면 빌리지 말아야지..”

“성형 땜에 대출한 사람은 좀 빼지…”

몇 천 명의 공감 수를 보면 청년이 성형대출을 미친 짓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반응을 보고 곱씹어 봤다. 빚쟁이, 그것도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는 빚쟁이가 될 위험을 무릅쓰고도 빚을 지는 사람들의 이유, 혹은 심리상태는 어떠한 것인지.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충분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대출을 하는 사람들의 사유는 대략 이러하다. ① 필요한 소비를 위해 급전이 필요하거나 ② 단순 욕망 실현을 위한 돈이 부족하거나 ③ 욕망에 압도되어 딱히 필요하지 않은 것을 필요하다고 느껴서 돈이 부족해지는 경우이다.

성형대출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비난하는 이들은 성형대출이 둘째 사유에 의해 행해지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어떤 면에선 생각만큼 비이성적이지 않다. 사업의 장래성이나 주택 시장 활황에 대한 ‘기대’를 담보로 대출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고금리 대출을 받는 이들은 그 사유에서 보통 더 합리적이다. 고금리 대출자의 대부분은 생활비, 의료비, 주거비 등 지금 당장 없으면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비용에 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 따라서 성형을 위해 고금리 대출을 받는 이들이 첫째 혹은 셋째 사유에 의해 움직였다고 본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성형을 한 이들은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든 외모라고, 혹은 살아남을 만한 외모이지만 수많은 말들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확률이 높다. 21세 여대생의 선택이 오롯이 그의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외모 지적질에 무감각해지거나 돌아버리거나

대한민국 사회에서 “남자는 자신감”이고, “여자는 외모”다. 어릴 적, 나는 꽤 당찬 여자 아이였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자신감은 딱히 매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성장기를 거치며 들은 수많은 외모 지적은 오히려 나의 자신감을 점점 좀먹어갔다.

“살 빼면 예뻐지겠다”는 말은 기본, “쌍꺼풀만 하면 훨씬 낫겠다”거나 “얼굴이 크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 넓은 등발을 비꼬는 듯한 찬사는 수없이 들어서 한 때는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고 다니곤 했다. 은연 중에 ‘넓은 등발과 큰 얼굴 때문에 못생겨 보일 거야.’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번도 성형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뭐, 외모에 자신감이 넘친다기보다는 나마저도 나 자신을 외모로 평가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성형 욕구를 압도해서 그런 것 같다.

제기랄. 퉷!

제기랄. 퉷!

이런 나란 사람마저도 성형을 해야 하나 고민을 했던 적이 있으니, 취직 면접에서 몇 차례 물을 먹은 직후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는 이유가 손에 잡히지 않으니 자연스레(?) ‘내 얼굴이 비호감인가?’라는 의심이 들었다. 금방 고개를 흔들며, 정말 열심히 흔들며 이 생각을 떨쳐버렸으나, 이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이해해도 나까지 할 줄은 몰랐으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명백하다. 성장 과정에서 들어온 숱한 외모 지적질이 한 몫, 아니 두 몫, 세 몫 했다. 지금도 자신감이 없어지고 우울해질 때면 거울을 보고 얼굴을 가려보거나 눈을 치켜 떠 보기도 한다. 그래봤자 나아지는 건 없지만.

예전엔 면접장에서 “여자라면 얼굴이 예뻐야 한다”는 소리를 면전에서 들었다는 선배의 사연이나, “얼굴이 못생겨서 떨어뜨렸다”는 매니저의 심사평을 듣고 충격받았다는 아는 동생의 얘기 앞에서 분노했지만, 이젠 한숨을 한 번 내쉴 뿐이다. 취업 시 면접관의 60% 이상이 외모를 본다고 밝히고1)<기업 63.8% “채용시 외모 본다”…취업 성형까지? ‘씁쓸’>, 동아일보, 2015.8.5., 20대 여성의 50% 이상이 성형을 하는2)<외모와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 조사>, 한국갤럽, 2015 이 시대에 외모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너무나 일상적일 뿐만 아니라 면접에서 외모 지적질을 당하거나 외모로 평가 받는 것이 특이할 일도 없다. 특이하게 받아들이면 예민함에 돌아버릴지도 모른다.

외모 지적질에 상처 받으면 자존감 부족한 개인 탓?

외모 지적질과 평가가 넘쳐 나는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이러한 행위의 당위성 판단을 보류한다. 행위 자체에 무감각해지는 대신 지적과 평가의 내용에 대해선 점점 더 예민해진다. 두 감정이 맞닿는 곳에서는 순응적 태도가 탄생한다. 그리고 인생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생각한다.

‘내가 못생겨서 그래.’

어떤 사람들은 ‘자존감 결핍’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어쩌면 맞는 설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주장의 맥락을 살펴보면 ‘결국엔 본인 탓’이라는 생각이 숨어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릴 적 남들과 좀 다른 외모 때문에 짓궂은 아이들에게서 놀림 받고, 선생님에게서조차 “골룸같이 생겼다”는 소리를 들었던 학급 동료를 본 나로선 자존감은 스스로 형성하는 거라고 절대 믿을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믿는다고 다른 이를 설득할 수는 없기에 자존감 형성 요인을 구글링 해봤다.

위키백과는 이렇게 설명한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는 어린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부모의 가치관이나 관계 속에서의 배움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로 인해 부모는 자신의 자존감을 그대로 자식에게 대물림하게 되며, 어린시절 형성된 자존감은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친다. 삶에서의 경험은 자존감에 큰 영향을 준다. 삶에서 어떠한 긍정적 경험과 부정적 경험을 하였냐에 따라 자존감은 변한다. 단순 부정적 경험이나 트라우마가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이어지는 이유는 이러한 경험에 따른 유동성 때문이다.”

또한 자아존중감을 연구한 서구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중요한 타인으로부터 개인이 받는 존중과 수용 및 관심의 정도가 자존감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Coopersmith), 인간은 지각된 능력(perceived competence)과 지각된 수용(per ceived acceptance)을 통하여 자아존중감을 형성하는데(Harter, James & Cooley) 여기서 지각된 수용이란 부모나 친구, 교사와 같은 중요한 타인들이 자신에 대해서 내리는 평가를 지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못 생겨서 일이 안 풀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존감 부족에서 기인할 수 있으나, 그 자존감 결핍 또한 사회적 소산이니, 자존감이 부족해 스스로의 외모를 혐오한다고 해서 이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순 없다.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마다 대중매체가 제시하는 미인·미남상을 접해야 하고, 동료들이 타인의 외모 평가질 하는 걸 수없이 보면서 과연 어느 누가 자기 중심을 확고히 잡고 있을 수 있을까?

letmein

위 사진들은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시즌5까지 제작된 tvN의 <렛미인>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장면이다.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가정폭력, 실직, 따돌림 등 하나같이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사연을 접한 연예인 패널들과 성형외과 의사들은 함께 눈물 흘리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해결 방안의 핵심은 단 하나, ‘성형’이다. 부분 성형도 아닌 페이스오프!

you

성형수술을 하고 나면 출연자도, 패널들도 다같이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달라진 외모를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기를 모두가 염원한다. OMG! 자신감을 얻는 건 좋다 이거다. 하지만 왜 바비 인형 외모를 가져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겐 필요재가 되어버린 성형

취업과 결혼이 인생에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여겨지는 것처럼3)요즘 결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긴 합니다만… 누군가는 성형도 인생의 필수 아이템이라 여길 수 있다. 특별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렛미인> 출연자들처럼 평범하고도 행복한 삶을 위한 전제로서 성형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zzzzzzzzzzzzzzzzzzzzzzzz2

JTBC <썰전>에서 공개한 ‘리얼미터’의 통계를 보면 20, 30대 남자들은 압도적 비율로 못생긴 여자보다는 성형 미인을 선호한다. 본인이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은 외모지상주의에 의해 정신을 지배당하는 남자들과 결혼하기 위해 성형을 필요로 한다.

‘알바천국’의 조사결과를 보면 취업성형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겨우 31%에 불과하다. 취업을 위해 필요하다면 성형해야 하지만 필수적이진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청년 실신 시대에 계속 고배를 마시다 보면 성형을 필수로 받아들이게 되기 십상이다. 31%에 들었던 나도 면접에서의 잇따른 실패 후 ‘취업을 위해 성형해야 하는 걸까?’라고 잠시 생각한 적이 있으니 뭐 말 다했다.

외모 지적질에 상처받고 수많은 외모 평가질에 익숙해진 영혼이 취업하고 결혼하기 위해, 혹은 예뻐져서 더 행복해지기 위해 성형을 꼭 해야겠다는데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돈 있는 것들은 옷 사고 가방 사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몇 백, 몇 천 만 원짜리 성형수술을 해서 점점 더 예뻐지고 칭송 받는 사회에서 돈도 없고 못생긴 것들의 심리적 박탈감은 상상 이상이다. 돈 없어서 서러운데, 외모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실현되고 있으니 대출 받아서라도 성형을 하고 싶은 거다. 성형해서 예뻐지고, 예뻐진 얼굴로 취직하고 결혼해서 대출금은 갚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덮어 놓고 뭐라 하지 말아줘

서두에서 언급했던 기사 댓글들을 보고 난 적잖이 놀랐다. 내가 30년 가까이 살면서 거의 매일 들어온 외모에 대한 말들을 다른 사람들은 하거나 듣지 않을 리 없는데, 그들은 예뻐지고 멋있어지겠다는 욕구에 왜 이토록 야박한 것인지, 성형대출을 받고자 하는 결심의 이면을 생각해 볼 여유가 단 1초도 없는 것인지 궁금했다.

물론 저 댓글들을 남긴 이들을 만나보지 못했고, 그들이 실제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진 모르겠다. 다만 이 글을 빌어서 “예쁘고 잘생기면 뭐든 용서된다”는 말이 관용어처럼 쓰이는 대한민국에서 용서받고 인정받고 싶어서 성형대출을 한 이들에게 덮어 놓고 돌부터 던지진 말았으면 한다.

성형을 조장하고, 심지어 성형대출을 조장하는 브로커들이 존재하는 사회를 돌아보고, 우리 각자도 외모 평가와 지적질에 익숙해져 이미 순응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본인이 상처 받고도 다른 이들에게 상처 주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금융정의연대'(www.kofica.or.kr)에서 ‘청년 부채 실태조사’의 일환으로 인터뷰이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신원은 절대 비밀로 하며, 인터뷰 해주신 내용은 청년 부채 문제 개선을 위해 소중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에서 거주 or 직장생활 or 재학 중인 만 19~34세 미혼 청년들 중 한국장학재단 이외의 기관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으신 분,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신 분 등 카드값이나 대출금 상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든 분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상담에 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소정의 문화상품권과 함께 ‘재무관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해드립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참여신청 링크


편집 및 교정 / 저년이

글 / 컹니, 안물안궁

 

   [ + ]

1. <기업 63.8% “채용시 외모 본다”…취업 성형까지? ‘씁쓸’>, 동아일보, 2015.8.5.
2. <외모와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 조사>, 한국갤럽, 2015
3. 요즘 결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