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_게임 라이프를_읊어본다.txt

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상덕후다. 폭이 아주 넓은 편도 그렇다고 좁은 편도 아니지만, 하나에 빠지면 심하게 몰두하는 편이라, 주위에서는 게임 하는 내가 혹여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까 염려할 정도로 보이나보다. 물론 내 학점을 해친 건 사실이다. 아주 철없던 시절 바람의 나라에 우리 집 전화로 10만원을 결제했다가 엄마에게 뒷덜미가 잡혀 한 동안 전화 공포증에 시달린 것은 물론 애지중지해 온 아이디가 해킹당해 화병에 걸려 무작위로 이벤트를 신청했다가 아이패드를 얻어낸 일까지, 생각보다 내 게임 라이프는 다사다난했다.

긴 말은 안하겠지만 확실히...!

긴 말은 안하겠지만 확실히…!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나는 게임과 같이 커온 게 아닌가 싶다. 그 당시 뭐가 재밌다더라 하면 그냥 했다. 재밌으니까. 온라인 게임의 시초였던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등을 거쳐 국민 아케이드 게임인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카트라이더도 해봤다. 물론 한 시대를 휩쓸었던 스타크래프트는 사촌들과 투닥투닥하며 PC방의 맛을 알게 해주었으며 현재까지도 대세 게임 타이틀을 놓지 않고 있는 LOL은 벌써 한 지 3년이 넘어간다.

(속닥속닥) 제가 이분 롤 아이디 알고 있어서 전적검색 해봤는데 최근에 플ㄹ...

(속닥속닥) 제가 이분 롤 아이디 알고 있어서 전적검색 해봤는데 최근에 플ㄹ…

그런데 LOL을 미친 듯이 하던 와중에 정말 갑작스럽게도 게임 좀 한다 싶으면 STEAM은 해봐야 되지 않겠냐는 소리를 들었다. 오기가 생겼다. STEAM이 뭐 길래 게이머 자존심을 건드리나 싶었다. 그래서 STEAM을 무작정 깔았고 STEAM이 지갑 스틸러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며칠 걸리지 않았다.

나만 지갑을 털릴 수 없으니 모두 같이 알고 털리자는 불순한 의도에서부터 이 글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며, 이 글을 통해 여러 가지 STEAM의 보물 같은 게임을 소개하고 개똥같은 것들도 같이 즐겨볼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STEAM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게임에 대해서도 즐겁게 리뷰해보고자 한다.

지갑 스틸러 STEAM

게임회사 Valve Corporation(이하 Valve)이 만든 Steam이라는 게임 플랫폼은 아직 한국에서 그리 와 닿지는 않는 단어다. 그런데 이 Steam이라는 게임 플랫폼이 셀 수도 없이 많은 게임을 지원하는 다리역할을 하며,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이나 음악, 유저들의 창작 컨텐츠 등 게임을 외부적으로 더 풍족하게 해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가진 엄청난 ‘물건’임에는 틀림없다.

로고만 봐도 가...가버렷...!!!

로고만 봐도 가…가버렷…!!!

하프라이프1, 2, 레프트4데드 1, 2, 팀 포트리스, 포탈1, 2, 카운터스트라이크 등의 게임 제목들은 게임 좀 해봤다 싶은 유저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미치게도 유명한 게임들은 Valve라는 한 회사에서 나온 작품이다. 이 게임들을 모른다면, 당신의 덕질 인생을 뒤돌아 봐야 한다.

Valve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일하던 게이브 뉴웰이 따로 나와 창립한 회사이다. 컴퓨터와 게임의 발전을 보며 감명받은 그가 선택한 길은 자체적인 물리 엔진을 만들어 게임을 내는 것이었다. 꽤나 긴 과정 속에서 탄생한 것이 하프라이프였고, 50여개의 Game of the Year(줄여서 GOTY)를 받아내며 Valve 성장의 기반을 쌓게 된다.

And we’re just getting warmed up.

이렇게 많은 명작들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Valve는 자신들을 소개할 때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평한다. 언제나처럼 그들은 다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새로운 것의 처음은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Valve는 멈추지 않고 아예 게임을 포괄하는 체제 자체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Steam이다.Steam_Icon

지금에야 The Ultimate Entertainment Platform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시초는 Valve가 만든 게임의 멀티플레이 지원이었다. 그 전만 해도 팩이나 CD와 같이 눈에 보이는 매체에 담겨 있었던 게임이 본격적으로 인터넷 세상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자사의 게임뿐만 아니라 타사의 게임을 지원하고 여러 컨텐츠를 보강하면서 Steam은 큰 성공을 하게 된다.

자유롭다. 별다른 제약 또한 없다.

Steam은 게임으로 직선으로 이어지는 통로와 같다. 편리하고 빠른데 별다른 제약도 없다. 심지어 카드 결제도 간편하다. 짜증나고 불편한 여러 가지 액티브x는 필요 없고, 단지 카드 정보만 등록시켜 나중에 보안 코드만 넣으면 결제가 되는 구조다. 물론 보안상의 문제는 간편하다는 특징과 함께 언제나 대두되는 문제지만, 우리나라의 보안보다는 훨씬 덜 뚫리는 신기한 요물이라고 볼 수 있겠다.

텅장 파티구나!

텅장 파티구나!

게다가, 결제 후 다운로드라고 쓰여 있는 버튼만 눌러주면 게임을 즐길 준비는 다 되는 것이다. 엄청나게 간편하고 쉬운 시스템 덕분에 스팀은 신규 유저는 물론, 여러 게임 회사들이 자사의 게임을 제공하고 싶어 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게 된다.

게임 그리고 다른 것들 까지도

게임은 게임자체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게임을 끝내고 모든 스토리를 보고나서 조용히 자기 혼자 즐기거나, 기껏 해봐야 친구들과의 게임담 공유정도가 과거에는 전부였다. 그런데, Steam을 통해서 게임의 이전과 이후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자세히 말하자면 한 게임에 대해서 유저가 덕력발산의 기회, 즐길 거리가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게임을 즐기기 이전에는 유저들의 리뷰나 인게임 스크린샷을 볼 수 있는 커뮤니티 허브에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게다가, 유저들이 직접 만든 아트 워크나 인게임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창작마당의 컨텐츠를 구경할 수 있다.

noname011게임을 즐기고 나서는 자신의 라이브러리에 게임을 모은다는 성취감에서부터 시작한다. 게임을 사고 플레이하면 바로 친구들이 볼 수 있는 활동 창에 뜨기 때문에, 자연스레 내 활동이 공개되는 것이다. 물론 나와 같은 여러 겜덕들은 게임보다 라이브러리에 게임을 모으는 ‘게임’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생각해봐라, 그냥 뭐든 간에 쫘라락 펼쳤는데 깔별로 까리하게 있으면 뿌듯하지 않는가!!!

또한, Steam에서 제공하는 게임 도전 과제나 게임 외부 아이템, 트레이딩 카드들은 자신만의 성취감과 더불어 친구에게 보이는 일종의 자랑 거리나 이야깃거리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바로 위의 사진은 BattleBlock Theater의 도전과제인데, 저 중 ‘배신자’라는 도전 과제가 정말 골 때리게 한다. ‘배신자’를 따려면 팀 동료를 50번 죽여야 하는데, 이 명목 하에 같이 게임을 하며 스테이지를 깨다가도 서로 물에 빠뜨리고 가시에 찔려 죽게 한다. 죽어도 별다른 패널티가 없는 이 게임의 특성 때문인지 서로 죽이면서 행복해 하는 평범한 사이코패스들의 일상을 겪을 수 있다.

Steam, 이제는

물론, Steam이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다. 지난겨울, 이벤트의 일환으로 휴일 경매와 잼(Gem) 컨텐츠가 출시되었다. 잼은 트레이딩 카드를 모아서 만들면 나오는 게임 외부 아이템이나 배경을 팔아 얻을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템들이 경매가 가능한 현금 기반의 데이터라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허술한 보안정책덕택에 잼이 무한 복사가 되었고 삽시간 만에 이벤트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결국 아수라장이 된 이벤트는 잼 회수와 일정 시간 동안 경매 금지, 서버 롤백이라는 강경책을 두고서야 일단락되었다. Steam이 개인의 자산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보안 문제와 자체 벤(게임구매자가 게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함)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maxresdefault

또한, Green light라고 하는 인디 게임 발굴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관리 부실이라는 말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유저들이 돈을 내고 하는 게임인 만큼 퀄리티의 일정수준에 대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유저와의 소통 문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서버 부실 문제도 꽤 크다. 지금 Steam은 게임 내부 컨텐츠인 음악에 대한 판매도 겸하고 있으며, 실시간 스트리밍도 베타 서비스로 시작한 상태지만 Steam의 새 시도에 대해 유저들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다. Steam의 여러 가지의 시도는 좋다. 그러나 시도 이전에 Steam의 근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지고 발전하기 위해서 Valve는 유저와의 소통을 놓지 않아야 할 것이다.

(*편집자주: 게다가 얼마 전 모드 유료화 병크도 있었다. )

마치며

Steam이 게임 내에서 굉장히 성공하였고, 덩치도 큰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여러 가지 잔 문제들이 많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 덕후들을 한 데 모아 옹기종기 게임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나로서는 매우 기쁜 일이다. 엄마들 계모임하며 수다떠는 듯이 말이다. Steam이 완벽하지 않지만 내가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온갖 겜덕들을 여러 언어로 만나며 게임 경력 자랑을 할 수 있다. 만약 스팀을 모른다면 한 번 들어가 구경해보길 권한다.

비연시(비둘기연애시뮬레이션)이나 I AM BREAD와 같이 정말 말도 안 되는 게임들이 즐비하다. 메이저부터 마이너까지 게이머들의 거의 모든 취향을 존중한다. 꼭 대형서점에서 조용히 내가 원하는 책을 집어 들고 한 장 한 장 읽어내려 나아가는 느낌과 비슷하다. 거기에다가 어느새 그 책을 좋아하는 무리가 나한테 다가와 같이 그 책에 대해서 얘기하는 기분이라고 비유한다면 와 닿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매력은 Steam에 발을 대는 순간 지갑을 털리며 한 달에 게임 구매 수를 몇 십 개씩 찍는 ‘나’를 발견하게 한다.

 

편집 및 교정/랫사팬더

글/커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