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덕 함부로 욕하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Me: 안녕 머글아. 나는 락덕이야. 밴드에서 드럼도 치고 있단다.

Muggle: 헐, 그럼 넌 가죽재킷 좋아하니?

Me: 아니. 난 땀이 많아서 별로 안 좋아하는데…..

Muggle: 헐, 그럼 넌 막 담배 피우고 술고래니?

Me: 아니. 담배는 혐오하고 술은….좋아하긴 하는데 술고래처럼은 못 먹는데….

아니 근데 이새뀌가

지금 시방 내가 락덕이라고 가죽재킷에 가죽바지 입을것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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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하나.. 

분명히 말하지만, 난 가죽바지 안 입는다. 사실 못입는거지(feat.셀룰라이트)

아마 머글들이 생각하는 가장 보편적인 락(Rock)의 이미지는 ‘가죽바지에 가죽재킷 입고, 입에는 담배, 손에는 악기’가 아닐까.

머글들이 생각하는 그것. 오오 주다스 프리스트 오오

이러한 이미지가 틀린건 아니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머글들이 생각하는 그 이미지가 락의 정말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락이라고 다 같은 락이 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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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락의 기원’이라는 것이 불분명하고, 가장 인정받는 가설도 뉴올리언즈의 블루스와 컨트리가 섞이면서 로큰롤이 되었고, 그 로큰롤이 발전하여 현대의 ‘락’이 되었다는 것이니 락은 태생부터가 짬뽕인 장르다. 게다가 그 하부 장르 또한 고딕 락, 그룹 사운드, 글램 락, 개러지 락, 브릿팝, 블루스 락, 로큰롤, 사이키델릭 락, 애시드 락(Acid Rock), 심포닉 락, 오페라 락, 얼터너티브 락, 캔터베리 록, 펑크 락, 네오 펑크, 컨트리 록, 서던 록, 포크 록, 프로그레시브 록, 팝 록, 헤비메탈 등등 장르만 따지고 봐도 수십가지인데 어찌 락덕을 한 종류로만 편협하게 바라볼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락덕의 고통과 박해는 장르의 다양성 때문일지도.

안녕하세요 지나가던 락덕인데요, 해치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나는 어쩌다 덕질을 하게 된 걸까. 어쩌다 개미지옥에 발을 들였을까.

시작은 아주 사소하였다. 정말 ‘실수’였다는 말이 가장 정확하다.

애초에 나는 락보다는 MIKA나 Maroon5같은 팝 계열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Maroon5의 Payphone의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서 생각나는 외국노래를 모조리 검색하던 중, 하도 유명해서 제목만 알던 Muse의 Time is running out을 틀었다. 그리고…

심쿵

심쿵

탄탄한 도미닉의 드럼과 크리스의 묵직한 베이스라인 위에서 사납게 날뛰는 매튜의 목소리에 ‘이것은 혁명…..!’이라고 소리없는 아우성을 외치며 뮤즈의 디스코그래피를 그 날 모조리 훑었으니…. 그렇게 Muse를 시작으로 하여 같이 공연했던 AC/DC의 브라이언 존슨의 미친듯한 목소리에 또 한 번 치이고….. 그렇게 디스코그래피를 훑어내리다 가지를 치고 또 치고…. 그렇게 덕후가 되어가는거야

세상은 넓고 밴드는 X나 많다

세상은 넓고 밴드는 X나 많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락밴드 덕질하기란 참 힘들다. 한국의 락밴드들을 인터뷰해보면 하나같이 ‘한국에서는 락 하기 정말 힘들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덕질하기도 힘들다. 국내 밴드를 파는 거라면 그나마 거리나 시간 상으로 덜하다. 그러나 나처럼 국외 밴드를 판다면?????

일단, ‘락의 불모지에서 덕질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내가 좋아하면 뭐하나. 내한을 오지 아니하는구나. 껄껄껄껄껄

한국은 음반시장이 약하기 때문에 수익성 떨어지는 곳으로 인식되어서 내한이 성립되기가 비교적 어렵다고 한다.옆에 섬나라만 봐도 매년 락페의 라인업이 후덜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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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본 옆에 있으니까 서비스차원에서 한 번 왔다가 떼창과 각종 이벤트로 인하여 뽕맞고 다시 오는 밴드들이 여럿 있다.뮤즈라든가 치프라든가 트웬파라든가 근데, 안 오는 밴드는 죽어도 안 온다. 정말 안 온다. 블러라든가 블러라든가 블러라든가

통장잔고가 남아나질 않는것도 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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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을 오셨다면 가는 것이 도리요 앨범을 내셨다면 구매하는 것이 참된 덕일지어나, 옛 말에 ‘덕질도 돈이 있어야 풍요로운 덕질이 가능하다’는 말이 있듯이, 락덕도 경제력이 받쳐줘야 한다. 더러운세상…

내한공연의 경우 기본 10만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수두룩하며, 오는 30일에 오시는 Muse의 티켓도 스탠딩이 11만원인 상황이니, 만약 티켓팅을 놓치거나 대실패한 상황이라면 암표값은 눈물이 난다.

늦게 입덕할수록 눈물나는 게, 앨범은 왜 이렇게 스페셜 에디션이 많으며, 싱글은 또 왜이렇게 많은지, 사려고 해도 한국에서는 팔지도 않는다. 해외배송비!!!! 한 푼 두 푼 하는것도 아닌데다가 라이센스 앨범과 직수입 앨범은 가격도 다르다! 물론 직수입이 더 비싸다. 사실 둘다 산다.

이렇게 눈물나게 덕질하는 와중에 갖은 오해와 편견을 받는게 바로 락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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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공유하는 것이라고 배웠기에 입덕 초반에는 여기저기에 퍼뜨리고 다녔는데, 그로 인하여 정말 갖은 오해와 편견을 다 들어봤다. 질문자의 지적 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질문들도 여럿 받아봤다.

락을 좋아한다는 애가 이렇게 얌전할 수도 있구나(고등학생 때)

락을 좋아한다더니 술을 못 마셔? 담배는 안 피우니?

락을 좋아한다고? 넌 염색하고 피어싱을 했으니 헤비메탈을 좋아하겠구나?

락을 좋아한다고? 그럼 너도 막 꼰대들한테 개기고 그런 거 좋아하니?

 

네 전부 사실이에요

네 전부 실화에요

락을 좋아한다고 무조건 천방지축에 꼰대X까를 외치는 반골이어야하나?

염색하고 피어싱하면 무조건 메탈 계열인가?

락스타들중 애주가 많고 애연가 많은건 맞다. 술 먹다가 골로간 사람 여럿 있고(레드제플린의 존 본햄이나 AC/DC의 본 스캇 등등) 헤비스모커도 여럿이다.

그래서 나도 똑같이 따라하라고?

세계적으로는 어떤지 잘 모르지만 확실히 한국에서는 락의 이미지가 한정적이고 편협하다. 그리고 그것이 락덕들을 힘들게 한다.그나마 2006년부터 열리기 시작한 펜타포트 락 페스티발이나 2013년부터 시작한 안산 락페스티발 등등 여러 락페가 열리면서 대중들의 ‘락’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으니 조용히 숨어살던 락덕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락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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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힘들고 돈 많이 드는 덕질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부터 머글인 당신에게 본격적으로 입덕을 권유하려고 한다.좋은건 공유하는거에요 참말로좋아요호호호호호홍

일단, 한 밴드에 딱 꽂히기 전까지는 되도록 다양한 음악을 듣는 걸 추천한다. 한 밴드에 꽂히고, 그 밴드를 본진으로 여러 밴드를 차례차례 섭렵해가면, 락덕이 그렇게 완성이 되는 것이니까.

나에게 왜 락덕이 되었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밴드사운드가 좋아서’라고 답한다. 드럼이 기본 리듬을 깔고 베이스가 드럼과 기타를 연결하고 기타가 그 위에서 날뛰는 그 밴드사운드에 나는 희열을 느낀다. 듣는 것도 좋고 직접 연주하는 것도 좋다.

“음악은 인간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 Dave Grohl(Foo Fighters)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컴퓨터로 찍어내는 요새 K-pop이나 EDM보다 더 친근감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다 한번 좋아하는 뮤지션이 콘서트를 하면 신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좋다.

그래 이렇게

그래 이렇게

그날 하루만큼은 모든 걸 잊어버리고 놀 수 있다. 콘서트에 혼자 가서 입장 줄을 서다가 초면인 사람과 같은 뮤지션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몇 년씩 알고 지낸 친구만큼 오랫동안 수다를 떨 수도 있다. 스탠딩에서 미친듯이 뛰고 소리치다가 몸이 땀에 절어도 괜찮은 날이 바로 콘서트 날이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의 모든 덕후들에게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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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도 병신, 져도 병신이라면 이긴 병신이 되라’는 말이 있듯이,

숨어서 덕질해도 덕후, 대놓고 덕질해도 덕후라면, 어차피 덕질할꺼 당당한 덕후가 되도록 하자. 즈쉬 오덕!!!!!!

편집 및 교정/비글

글/ 백허그성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