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밤바람이 제법 쌀쌀해졌어. 세 달 전만 해도 광화문에 닥칠 뜨거운 햇빛이 걱정됐는데, 벌써 겨울 바람을 걱정해야 하네. 이번 ‘수요일에 만나요’에서는 하루 동안 세월호 가족들을 만나러 다닐 거야.

우리가 세월호 세대라고 불렸으면 해.

세월호세대란

있는 말이야  출처=네이버지식IN 오픈국어

세월호 세대는 고등학생만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며 가치관에 영향을 받은 청년들도 포함해야 해. 국가는 도대체 나에게 어떤 의미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거야? 이어지는 꼬리 질문들은 서울 마포구 한 구석에 한정되어 있던 생각과 시각에서 벗어나게 했으니까.

그럼 이제 나를 따라와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안산 합동분향소에 가서 희생자들의 영정사진 앞에 국화꽃을 놓고 오자.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뉴스에서 많이 봤던 곳이지? 여기가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있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야. 사당역에서 오이도 방향 4호선을 타고 1시간15분쯤 후에 초지역에서 내리면 돼. 분향소는 합동유원지에 위치해있는데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 거리이지만 난 헷갈려서 택시를 탔어. 기본 요금만 내면 도착해.

저 멀리 의경 두 명이 짝을 지어서 분향소 앞을 순찰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네.

현재 분향소 내부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 실종자 9명의 영정사진이 비어있기 때문이야. 근처에 계신 유가족들의 허락을 받아 촬영했어.

아래 사진을 봐. 희생자가 너무 많지? 항상 분향소에 올 때마다 놀라.

정말 너무 많아...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정말 너무 많아…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방명록을 쓰고 국화꽃 한 송이를 받아 희생자들의 앞에 서자. 참사가 발생한 지 17개월이 지났어. 희생자들의 사진 앞에는 ‘생일을 축하한다’는 편지들이 놓여 있네.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나는 읽는다>1)나는 읽는다, 시사인북, 문정우 기자. p.363, 364에서 문정우 기자는 이렇게 말했어.

‘바다 밑에는 인간이 배를 만들어 타고 다니면서 부터의 역사가 고스란히 가라앉아 있다. …바다에 수장된 이들은 애꿎게도 권력을 휘둘렀던 자들이 아니라 대부분 앳된 젊은이들이다”.

책은 <어둠 속의 다이버>라는 책의 다음 문구를 인용해.

‘그 누구도 대양의 깊은 해저에 익명으로 누워 있어서는 안 된다. 가족이라면, 친구라면,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에 잠들어 있는지 알아야 한다.’

맞아. 누구도 깊은 바다에 누워 있어서는 안 돼.

꽃 같은 아이들(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꽃 같은 아이들(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분향소 단상에 놓인 꽃과 풀 때문인지 귀뚜라미들이 있나 봐. 찌르찌르 우는 소리가 분향소에 울려 퍼지네. 오후에 다윤 아버지를 만나러 갈 거라서 다윤이 이름 앞에 국화꽃을 놓았어.

이제 하늘공원으로 갈 거야

밖으로 나오니 비가 쏟아지네. 분향소에서 20분 쯤 걸어나와 안산구청 앞에서 30-2버스를 타자. 50분 정도 지나서 행복주유소 앞에서 내리면 돼. 하늘공원은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납골당이야. 단원고 학생들 100명이 안치되어 있어.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표지판을 따라 걸으면 하늘공원이 보여.

30분 정도 머무는 동안 세 가족을 만났어. 가장 먼저 만난 가족은 딸을 잃은 중년 부부야. 어머니는 훌쩍이며 쪼그려 앉아 아이에게 남기는 편지를 쓰고 있었고 아버지는 세 발짝 떨어져서 그 모습을 지켜봤어.

또 커플티를 입고 나타난 우리 또래도 있었는데 아마 여자친구가 동생을 잃었나봐. 남자친구는 “벌써 1년하고도 5개월이 지났네..”라며 여자친구의 어깨를 토닥였어.

곧 어떤 부녀도 왔는데 이 가족은 아들이 사고를 당했어. 카라멜 마끼아또를 좋아했나봐. 아까 합동분향소에서 봤던 하늘을 날듯 양팔을 벌린 남자아이 사진을 기억하는데 그 아이의 아버지와 여동생이었어. 아버지는 가져온 커피를 아이 사진 아래에 두고 딸과 함께 한참을 바라봤어. 가기 전에 단호하게 “간다!”라고 말하고 떠났어.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많은 편지들 중에 하나를 읽어줄게.

“00야!! 네가 내 아들로 와줘서 내겐 행운보다 더 큰 감격이었다. 크고 작은 행복을 내게 주고 간 내 아들 00야. 편히 쉬거라. 우리 다시 만날 그 날에 못 다한 어미의 마음 일러줄게. 너랑 찾던 클로버, 지난 세월 널 그리며 찾았다. 흔한 클로버처럼 항상 곁에 있을 테니까.”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이제 홍대입구 8번 출구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는 가족들을 만나러 가자. 하늘공원에서 나와 주유소 앞 버스정류장으로 가면 돼. 서울로 바로 가는 버스가 많아.

하늘이 개었어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여기는 홍대입구역 8번 출구야. 다윤 아버지가 피켓팅을 하고 계시네. 다윤이는 실종자 9명 중에 한 명이야. 많은 시민들이 아버지가 나눠주는 나눠주는 노란리본을 받아 갔어. 다윤 아버지 말씀으로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뭐 하는 거냐”고 자주 물었대. 그런데 꾸준한 피켓팅 덕에 요즘에는 많이 알아봐주고 응원도 해주신대.

발 벗고 나서는 학생들도 많아.(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발 벗고 나서는 학생들도 많아.(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그럼 이제 다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하나씩 답해주셨어.

-얼마나 계셨어요?

“2월 24일부터 시작했어요. 요즘에는 학생들도 많이 알아봐 줘요. 우리가 이렇게 안 하면 언론에 안 나가니까 계속 해야 해요.”

-청년들의 관심이 필요해요.

“맞아요. 사실 학생들이 10명, 5명 이렇게 모이면 우리가 어디든 찾아갈 수 있어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동거차도에서는 인양 작업을 감시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인양이 아니라 인양 사전 작업이에요. 아직 인양은 시작 안 했어요. 인양이 먼저 되어야 진실을 밝힐 수 있어요. 지금 가장 먼저 되어야 할 것은 온전한 인양이에요.”

-조심히 여쭤볼게요. 다윤이는 어떤 아이였나요?

“…(웃음) 아무리 자식이 속 썩인다고 해도 순간 미울 수는 있지만 부모 마음은 그게 아니잖아요. 아무리 부모가 잘해줬다고 생각해도… 모르지만 못 해줬어요.”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광화문으로 가보자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광화문에 계신 영석 아버지와 세 달 전에 인터뷰를 했는데 이 날은 안 보였어. 아마 진도 동거차도에 초소를 지으러 가신듯 해. 동거차도2)잘 지내니? 아빤 괜찮다 http://misfits.kr/10574의 가족들을 만나고 온 지난 기사도 읽어봐.

인터뷰 했던 영석 아버지의 이야기도 들어볼까?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사진/아니아니 for Misfits)

“세월호도 과거 참사처럼 묻힐까 봐 겁이 나요. 우리 학생들한테 말한 게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으면 안 돼요. 청년들의 역할이 중요해요. 잊지 않아야 돼요.”

“우리 아들은 하나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엄마한테는 보디가드 역할을 하고, 저랑은 레슬링도 하고. 활발했어요. …수학여행 다녀온다고 말해 놓고. 영원히 가버린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종로구 청운동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는 가족들을 만나러 가자.

(사진/이열 for Misfits)

(사진/이열 for Misfits)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건가요?

청운동 주민자치센터 삼거리에는 어머니와 아버지 네 분이 피켓팅을 하고 있어. 청운동은 청와대와 가까운 곳이야. 창현 아버지와 인터뷰를 마치고 횡단보도를 건너 제훈 어머니와 인터뷰를 진행 했어.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다가왔어. 선글라스를 끼고 명찰을 단 경비단 직원이었어.

“뭐 하는 중이에요?”

-언론 취재 중인데요.

“(수첩을 꺼내며)무슨 언론사예요? 뭘 취재하는 중이죠?”

     -그걸 왜 밝혀야 하죠? 세월호 가족 인터뷰 중인데요.

“어디 언론사인데요? 이 곳은 우리 관할 구역이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 보고해야 해요.”

취재 장소는 청와대가 아니라 카페 앞이었다. (사진/이열 for Misfits)

202경비단 소속 이모씨라고 밝힌 그의 논리는 참 빈약하지 않아? 자신의 관리 구역이기 때문에 무슨 언론사가 어떤 내용으로 취재하는지 알아야 한다니. 이 정도면 언론 통제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갑자기 청운동의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어. 가족들은 이런 상황을 얼마나 많이 겪어온 걸까.

세월호의 진실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해

만약 내 막내 동생이 세월호 안에 있었다면, 부모님이 있었다면, 아니면 내가 있었다면? 장담하건대 나도, 우리 가족도 세월호 가족들처럼 행동했을 거야. 그냥 막 공감이 되는 거야.

왜 한 명도 못 구했는지 아직 아무도 답을 내놓지 않았잖아. 세월호만 침몰한 게 아냐. 진도 바다에는 ‘나의 무엇’도 함께 잠겼어. 맷돌처럼 생긴 ‘나의 무엇’은 재난, 참사, 사건, 사고마다 ‘대통령의 무능, 국가의 안일함’이라는 이미지를 쉬지 않고 빚어내. 오랜 기간 잠겨 있던 ‘나의 무엇’도 함께 해소되어야 해. 이제 조사는 단지 피해자만을 위한 게 아냐.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해.

 몇 개의 노란 불빛을 찾아냈어?

(사진/이열 for Misfits)

(사진/이열 for Misfits)

요즘 노란 리본을 가방과 교복에 달고 있는 고등학생들을 자주 마주쳐. 그 아이들을 볼 때면 자꾸 ‘내 친구들을 잊지 말아 달라’고 외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

또 아주 가끔 노란 리본을 회사 가방이나 정장에 달고 있는 중년들을 마주치곤 하는데, 그들도 ‘미안하다’고 말을 건네는 것 같아서 슬퍼.

하루 동안 버스 기사 아저씨가 유리창에 붙여 놓은 리본, 전철 안 마주앉은 자리에 또래로 보이는 친구의 핸드폰에 걸린 노란리본,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달랑이는 노란 불빛들을 봤어. 그들에게 마음 속으로 미소를 보내.

이 리본들을 꼭지점으로 연결해 봐. 방사형으로 펼쳐진 이 멋진 네트워크를 찾는 일은 요즘 나의 조그만 낙이야. 같이 손을 잡아줄래?

너랑 나는 세월호 세대니까.

 

편집 및 교정/요정

사진/ 이열, 아니아니

취재, 글/ 아니아니

   [ + ]

1. 나는 읽는다, 시사인북, 문정우 기자. p.363, 364
2. 잘 지내니? 아빤 괜찮다 http://misfits.kr/10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