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차도에는 겨우 20시간 있었을 뿐이다. 섬 모기에 사정없이 물려 사흘째 괴롭다. 바위산을 오르내리며 긴장한 근육 때문에 여전히 온몸이 얼얼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동거차도의 한가운데에는 천막을 치고 기약 없이 머무는 세월호 가족들이 있다. 그들은 바다 멀리 보이는 인양 사전 작업을 망원경으로 감시하는 중이다.

지난 7일 자정, 용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새벽 5시쯤 목포역에 도착했다. 택시로 1시간 30분을 달려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다.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렸고 일찍 출근한 선원 몇 명은 담배를 태웠다.  곧 하늘이 붉어지더니 금세 동이 텄다. 식당에서 파는 컵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텔레비전에서는 돌고래호 사고 뉴스가 반복됐다.

버스를 포기하고 택시로 이동한 덕에 동거차도에 가는 팽목항 발 배를 탈 수 있었다. 동거차도는 세월호 참사 지점에서 1.5km 떨어진 가장 가까운 섬이다. 오전 9시 50분, 하루에 딱 한 번 운항하는 배를 타고 2시간 30분 동안 가야 도착할 수 있다.

항구에서 배를 기다리며 관매도가 고향이라 추석 맞이 벌초를 하러 왔다는 50대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우리 아들도 죽었어요”

카고 바지를 입은 덩치 큰 중년 남성이 다가왔다. 요한 아버지였다. 동거차도에 있는 유가족들에게 모기장을 가져다주기 위해 왔다고 했다. 요한 아버지는 아이가 사고를 당한 후에 웃음 치료사 자격증을 땄다. 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그는 창밖의 바다만을 바라봤다.

동거차도에 도착할 즈음, 인양 사전 작업 중인 중국 업체 상하이 샐비지 바지선이 보였다. (바지선은 일종의 작업대 역할을 한다.) 상하이 샐비지를 촬영하기 위해 배 위로 올라왔다가 선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세월호의 항로를 가리키는 한림페리3호 선장

세월호의 항로를 가리키는 한림페리3호 선장

“우리는 그때 운항 중이었는데 바다에 컵라면이고 뭐고 다 둥둥 떠다니고 있었어. 그래도 전원 구조했다고 뉴스에 나오길래 괜찮은 줄 알았지…”

선장은 언론이 참사를 만들었다고 욕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경로와 선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맹골수도는 큰 배를 타고 건너봤는데 정말 위험해. 그 날 안개 때문에 배가 다들 늦게 출발했는데 그 중에서도 세월호가 뭐 때문인지 가장 늦게 출발했대. 도착 시간 맞추려고 원래 경로로 안 가고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어.”

“이준석 선장도 분명 알았을 거야. 배는 한번 무게 중심을 잃으면 절대 다시 못 돌아와. 반대쪽에 그만큼 짐을 싣지 않는 이상.”

3 동거차도도착

동거차도에 도착했다

모기, 독풀, 진흙, 뱀. 이것들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반바지를 입고 왔다. 몸빼 바지를 구해 입고서야 가족들이 머무는 산에 오를 수 있었다. 요한 아버지를 마중 나온 형준 아버지의 안내로 노란 리본을 따라 길이 없는 산을 20분 동안 올라갔다.

산등성이에 도착하자 천막을 덧댄 허름한 초소가 보였다. 수평선이 흐릿한 바다를 배경으로 상하이 샐비지가 보였다. 초소에서 며칠을 보낸 승묵 아버지는 망원경으로 바지선을 관측하고 있었다.

경사가 심하다.

경사가 심하다.

5 감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고 싶어서

올라왔던 길이 아닌 반대편 길로 바다를 향해 내려왔다. 날카로운 바위에 발을 헛디딜까 기어가듯 하산했다. 바다에 반사된 강한 햇빛에 눈이 부셨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지나가는 뱀도 봤다. 바위틈에는 야생 염소 똥이 한가득 있었다. 바위산이 쪼개져 생긴 낭떠러지 밑으로는 시커먼 바다가 보였다. 그 절리를 아슬아슬하게 건너자 비로소 상하이 샐비지가 선명하게 보였다. 이곳에 또 다른 임시 초소가 있다. 가족들은 산등성이 초소 외에 최대한 바다와 가까운 이곳에 임시 초소를 마련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서 상하이 샐비지의 작업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가족들은 하루에 몇 번씩이나 이 길을 오르내린다.

주변은 고요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잠자리 날갯소리와 파도가 바위에 찰싹이는 소리뿐이었다.

승묵 아버지 발 아래에는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가 있다.

승묵 아버지 발 아래에는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가 있다.

“네? ‘정보원’이 이장님께 전화했다고요?”

적막을 깬 건 승묵 아버지의 전화벨 소리였다. 승묵 아버지는 “마을 이장님이 ‘지금 동거차도에 들어온 가족감시단의 숫자와 그들이 현수막을 설치하려 하는지 알아봐달라’는 어떤 ‘정보원’의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이장님이 말한 ‘정보원’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육지에서 뱃길로 3시간이나 떨어진 섬 마을의 작은 움직임조차 바로 ‘어딘가’에 보고된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그동안 세월호 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해 온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정치 철새 석동현 의원의 기름 끼얹기

육지에서 먼 동거차도지만 인터넷이 가능한 덕에 가족들은 세월호 관련 뉴스를 매일 챙겨본다. 이 날 아침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여당 추천의원인 석동현 의원이 사퇴했다는 기사를 본 승묵 아버지는 “애초부터 조사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며 “특조위에 들어와서 인지도를 높인 다음 공천받아 부산에서 출마하려는 거다”고 했다. 실제로 석 의원은 다음 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활동 근거지를 부산으로 옮겨야 하고, 앞으로 하려는 일의 취지가 세월호 특조위와 맞지 않아 사퇴한다”고 했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명찰을 단 위원들 가운데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사람들은 몇이나 있을까. 석 의원의 ‘나몰라라식’ 사퇴는 앞으로 그가 나아갈 정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여당 추천위원에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석 의원을 선택한 새누리당의 진정성 또한 의문이다.

곧 상하이 샐비지는 물을 뿜는 작업을 멈췄고 중국 예인선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요한 아버지가 아들의 이름을 연거푸 외친 후였다.

“요한아, 네 이름 한 번 크게 불러보자!”

“요한아, 네 이름 한 번 크게 불러보자!”

최경환 “예산을 못 주는 건 막무가내인 너희들 때문”

잠깐 동거차도를 떠나, 국회로 가보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전반적인 예산을 책정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을 둘러봐야 하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지난 예결특위의 335,336회 회의에서 오간 세월호특조위 예산에 대한 정부의 유체이탈 화법은 가관이었다.

최경환 부총리가 장관으로 있는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에 예산을 나눠준다. 돈줄을 손에 쥐고 나눠주는 기재부는 갑 중의 갑이다. 해양수산부와 같은 정부 기관은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줘야 활동이 가능하다. 해수부가 토로하는 문제는 세월호 인양과 특조위 관련 예산을 기재부로부터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경환 기재부 장관이 세월호 예산을 주지 않는 이유를 들어보자.

최경환 장관 “저희가 세월호 특조위에 계속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마는 막무가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점이 선행이 되면 저희들이 예산 안 주겠다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최경환 장관이 흥분한 이유를 살펴보자.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에 따라야 하는 특조위가 ‘행정지원실장, 기획행정담당관, 조사1과장’이라는 공무원 3명을 파견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막무가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특조위가 완벽하게 구성된 조직이 아니므로 활동을 할 수 없고, 예산을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특조위는 왜 공무원 파견 신청을 하지 않는 것일까. 간단하게 말하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대통령시행령에 있다. 여야와 가족들이 합의해 만든 세월호특별법은 지난해 11월 19일에 600만 명의 시민들의 서명 덕에 어렵고 힘들게 통과됐다. 그런데 올해 5월 11일 등장한 시행령은 ‘위원회에는 사무처장은 새누리당에서, 기획조정실장은 정부 파견공무원으로, 기획총괄담당관도 정부 파견공무원으로, 조사1과장 또한 정부 파견공무원으로 반드시 구성해야 한다’고 정했다. 여기서 조사1과장은 진상규명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정부가 파견한 공무원으로 조사1과장을 지정한 것은 정부는 특조위의 독립성을 전혀 보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당연히 특조위 입장에서는 파견 공무원을 신청할 수 없다.

최경환 기재부 장관 ”특조위는 개시되지 않았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 “특조위는 1월1일부터 개시됐다”

예결특위에서 발언하는 최경환 기재부 장관 사진제공=포커스 뉴스

예결특위에서 발언하는 최경환 기재부 장관 사진제공=포커스 뉴스

예산뿐만이 아니다. 특조위 활동 기간에 대해서는 기재부와 해수부의 해석이 엇갈린다. 기재부는 특조위가 발족되지 않았기에 예산을 지원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반면, 해수부는 지난 1월 1일 부터 이미 특조위는 발족되었다고 한다. 이는 특조위 활동 기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예민한 부분이다. 아래는 예결특위 회의 중 오간 기재부, 해수부 장관과 정의당 서기호 의원의 문답이다.


유기준 “뭐 그렇게 볼 여지도 있겠다고 하겠습니다마는 또 한편으로 해석을…”

서기호 “지금 위원회가 구성을 마친 날이라고 하는 것의 해석을 해수부는 1월 1일부터 하고 있는데, 기재부장관님! 지금 해수부장관님 답변을 들으셨지요?”

최경환 “예”

서기호 “기재부장관님도 1월 1일부터로 보고 계시는 건가요?”

최경환 “저는 그 활동 기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가 고민을 안 해 봐서 답변드리기가 좀 곤란합니다마는 그러나 그 위원회 구성 지연의 귀책사유가 어디 있느냐 이 부분도 저는 좀 따져 봐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서기호 “제가 말씀드린 것은 해수부와 기재부 사이에도 지금 논리적인 모순이 있는 거예요.”

최경환 “저는 그 개시되는지 마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고요,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지만 깊이 생각을 안 해 봤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에서 답변을 올리기는 좀 어렵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정부가 지지부진하게 시간 끄는 이유를 조심스레 추측해보자. 내년 4월에는 총선이 있다. 세월호는 지난 보궐 선거에서 보았듯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던 정치인들도 외치는 구호다. 선거 시기에 맞춰 세월호를 이용하려는 목적인지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더욱 확실한 것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지난 6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퇴의 교훈이 정치권에 교육된 효과다. 당시 대통령령 시행령이 국회의 삼권분립을 무너뜨린다고 생각한 여야는 국회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선봉에 선 유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눈 밖에 났고 허리 숙여 사과했지만 김무성 대표의 배신과 압박에 떠밀려 사퇴하게 되었다. 이 사태를 통해 대통령이 세월호를 무척 싫어한다는 것을 인식한 정치권은 대통령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조명탄 줄에 감겨 떠오른 아이를 외면한 특공대와 해경

초소의 벽은 덧댄 비닐이다.

초소의 벽은 덧댄 비닐이다.

동거차도 산등성이의 초소에서는 맨눈으로 제주도가 관측된다. 상하이 샐비지는 제주도가 팽이의 몸체라면 그것을 받치고 있는 중심축처럼 보였다. 축을 중심으로 왼편에 수심 40m 아래에 세로로 길게 누운 세월호가 있다. 그 안에는 아직 9명이 있다.

제주도의 왼쪽에는 추자도가 보였다. 지난 5일 새벽 낚시꾼 21명이 탄 돌고래호가 풍랑에 휩쓸려 현재까지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형준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8일 새벽 8명의 실종자 수색을 위해 추자도 근처 해역에서 쏘아 올린 조명탄이 보였다고 했다. 비슷한 사건이 멀지 않은 한 바다 위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해경은 11시간 뒤에야 나타났고 그 시간 동안 배에 매달려 구조를 외치던 생존자들은 어민이 구조했다. 변한 것이라곤 큰 배가 작은 배가 된 것뿐이다.

마을 주민 이씨가 지게로 물을 지고 초소에 올라왔다. 이씨는 작년 4월 30일경 조명탄 낙하산 줄에 얽혀 발견된 한 여학생을 끌어올렸다. 그는 바다에 떠 있는 바지선을 바라보며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 날 미역 양식장의 오일 펜스를 바로잡으려고 바다로 나갔지. 아는 형님이랑 배 양쪽에서 줄을 잡고 있는데, 갑자기 배 앞머리가 한쪽으로 쏠리는 거야. 그럴 때는 줄 하나를 끊어야 되는데 형님이 자르지 말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잡고 있는데 오른쪽 줄 밑으로 희미하게 뭔가가 보이는 거야. 천천히 줄을 끌어올리는데 그때 알았지. 여학생은 조명탄 줄에 감겨 있었어”

이야기를 듣던 형준 아버지는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켰다. 담배 연기는 공중으로 희미하게 흩어졌다.

 “그런데 특공대 애들은 못 본척 하고, 해경은 다 올린 후에야 찾아와서는”

“우리가 아이를 끌어올리는 동안 근처에 있던 특공대는 가만히 있었어. 그래서 ‘개새끼들아 왜 가만히 있냐’고 화내니까 그제야 오는 시늉을 하는 거야. 저 멀리 있던 해경도 눈치를 챘는지 재빠르게 와서 한다는 말이, 자기네 배로 넘기라고”

자세한 상황을 처음 듣는 가족들은 연거푸 한숨을 쉬었다.

10 리본

바다 위 엄지 손톱 만한 상하이 샐비지는 크레인 고리를 물 속에 담근 채 가만히 떠 있었다. 망원경으로 들여다보자 샐비지 오른쪽 하단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 물줄기가 무엇 때문에 나오는 현상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가족들은 모든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고 기록할 뿐이었다. 초소는 산 꼭대기에 있어 부는 바람과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는다. 오후가 되자 풀에 묶여 있던 노란 끈이 바람에 세게 흔들렸다.

세월호 참사 후 514일(9월 11일 기준)이 지난 지금까지 유가족들은 정부로부터 단 하나의 정확한 사실도 듣지 못했다. 지난 17개월 동안 마주한 현실은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게 하라’던 대통령의 무책임한 발언과 수많은 가족들의 물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해수부,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해경과 정부의 모습이다.

“이것 좀 봐, 또 왔어”

승묵 아버지는 정부로부터 배,보상을 지원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현재 정부에게 가장 급한 것은 배보상을 통해 모든 의혹을 없애는 것처럼 보였다.

가족들에게 배`보상 신청하라는 문자는 끊임 없다.

가족들에게 배`보상 신청하라는 문자는 끊임 없다.

기자님, 샐비지 주변은 접근도 못하는데 작업 속도가 UP된 걸 어떻게 확인했나요?

동거차도에서 망원경으로 바라본 인양 사전 작업은 한 언론의 ‘조사 속도 UP’이라는 헤드라인과는 다르게 고요했다. 이 날 보도된 대부분의 기사들은 ‘선내 진입 성공과 그에 따른 속도 증가’를 말했다. 현재까지 바지선 근처에 간 사람은 유기준 해수부 장관과 특조위 뿐이다. 가족들은 물론 기자들의 접근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인양과 관련된 기사들은 어떻게 작성되는 것일까. 세월호 인양 관련 기사들은 대부분 실제 취재가 아닌 해수부의 보도 자료를 바탕으로 쓰여진다. 국민들이 기사를 통해 접하는 세월호 사건과 실제 가족들이 느끼는 사건에 온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요한 아버지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안과 관련된 기사들 중 대다수가 가족들의 목소리는 담겨 있지 않은 정부 보도자료에만 의거하여 쓰여졌다”고 거듭 강조했다. 온전한 가족들의 목소리를 담은 단체는 오직 ‘4.16연대’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족들에게는 언론도 결코 언론이 아니었다.

야간에는 불을 켜고 작업한다.

야간에는 불을 켜고 작업한다.

온전한 세월호 인양을 부탁드립니다. (拜托请把岁月号船完整得打捞回来。)

마을 할머니가 단칸방을 내어 준 덕에 나는 방에서 편하게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가족들을 찾아갔다. 요한 아버지가 가져온 모기장을 초소에 설치한 덕에 모기떼의 공격은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바위산에 올린 스티로폼을 침대 삼아 잠을 청하는 일은 고단할 것이다.

가족들은 씻지도, 제대로 몸을 누이지도 못한 채 하염없이 망원경으로 상하이 샐비지를 지켜본다. 끝없는 정부의 비밀주의 때문에 가족들이 언제까지 생업도 놓은 채 동거차도의 새까만 모기떼 속에서 잠들어야 할까.

바다에서 어떤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우리가 물 속에 들어가지 않은 한 알 수 없다. 믿을 수 없기에 알고 싶다. 중국 잠수부들이 매일 같이 보고, 만지며 작업하는 세월호가 바로 희생자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마지막 증거다. 이미 바다 속에서 오랜 시간 멈춰 있을 수 밖에 없었기에 가족들의 마음은 더욱 애가 탄다. 세월호는 그저 침몰한 배가 아니다. 인양의 순간까지 사고 당시 모습 그대로여야 한다.

임시 초소 근처에 걸려 있던 가족들의 플래카드에는 중국 잠수부들에게 멀리서라도 보길 바라며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부탁한다’고 쓰여 있다.

플래카드의 정면은 상하이 샐비지에서 촬영하지 않는 한 찍을 수 없다.

플래카드의 정면은 상하이 샐비지에서 촬영하지 않는 한 찍을 수 없다.

미스핏츠도 혹시라도 이 기사를 접할 중국 잠수부를 향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세월호는 유가족들에게 자식과의 약속이자 진상규명을 위한 마지막 희망이다. 온전한 세월호 인양을 부탁한다.”

“岁月号给家属和孩子们的承若是查明真相的最后希望。完好无损的打捞救命 拜托了。”

Pray for SEWOL

Pray for SEWOL

편집 및 교정 / 랫사팬더, 저년이

취재, 사진, 글 / 보리, 아니아니

중국어 감수 / 장치, 주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