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 눈을 비비면서 일어났다. 아홉시 반 까지 오라고 했기 때문인지 여덟 시 쯤 절로 눈이 떠 졌다. 평소에 감상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거울을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들여다 봤다. 지금 이렇게 생긴 내 눈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변할까? 도저히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마치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무 생각 없이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은 생각보다 빨랐다. 금세 성형외과에 도착했다. 다른 곳을 가보진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곳은 상담용 방문객과 수술용 환자의 입구가 분리돼 있다. 수술용 환자의 입구로 들어서면서 왠지 모를 긴장감은 배가됐다. 어, 나 이제 수술 하는 건가. 이런 생각이 진지하게 들면서 우울해지려던 찰나에……
“어머~ OO씨 오셨어요! 일찍도 왔네! 오는 길은 안어려웠구? 자, 요기로 들어가서 환복하고 나오쎄요~”하는 실장님과 마주치는 바람에 다시 멍청해졌다.
하라는 대로 환복을 하고 다시 실장님을 마주했다. 그러더니 사진을 찍잔다. 나름 포토룸이랍시고 따로 만들어진 방에는 컴퓨터 한 대와 의자 두 개, DSLR 카메라 – 고급 촬영용 플래시도 터지는 아주 비싼 그것 – 이 있었다. 나는 정면, 좌-우 45도, 좌-우 90도, 위, 아래 등 일곱 장의 사진을 가감없이 찍혀야 했다. 평소에 화장을 하고 좋은 날에 좋은 자리에 가도 사진 찍는 것을 기피하는 나에게 이러한 사진촬영은 꽤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거부의사를 표현할 기회는 없었다. 그냥 찍으라는 대로, 그냥 하라는 대로. 역시 사진을 찍히고 왔다.

 

이렇게 수많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게… 수술도 아니라고요?

평생 드라마에서나 볼 줄 알았던 수술 동의서를 읽고 싸인하는 절차가 있었다. 실장님이 잠깐 다른 일을 하는 5분여 동안 책상에 놓여 있던 보도자료를 팔랑팔랑 넘겼다. 여지없이 드러나는 한국 언론의 보도자료 받아쓰는 수준 – 진보언론이고 보수언론이고, 인터넷기반이고 뭐고 정말 종류별로 다 나와 있었다 – 은 물론이고, 상담할 때도 알려주지 않고 나중에도 알려주지 않던 그 위대한 ‘원장님’의 이름을 보도자료를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실장님이 평소보다는 약간 진지해 보이는 얼굴로 들어왔다. 실장님은 설명을 시작하며 ‘혹시 모를 불상사’를 위해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 드릴테니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 했다. 그리고… 실제로 마주한 부작용의 위험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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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인줄 알았더니 양면이었다. 각막 출혈부터 시작해서 시각을 잃을 경우, 백내장, 녹내장까지 눈에 관한 거의 모든 병이 아주 잘 안내돼 있었다.

…이게 끝인줄 알았더니 양면이었다. 각막 출혈부터 시작해서 시각을 잃을 경우, 백내장, 녹내장까지 눈에 관한 거의 모든 병이 아주 잘 안내돼 있었다.

수술대 : 돈을 내고서도 가장 약자가 되어야 하는 권력적 공간

생각보다 한참을 기다려(의사 쌤이 늦잠이라도 자신 것 같다) 드디어 수술 시간이 다가왔다. 수술 직전, 원장님의 방에서 대략적인 라인을 찍어 그렸다. 그 과정에서 원장님은 안부도, 컨디션도, 인사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이 라인은 어때요?’, ‘저 라인은 어때요?’ 하며 딱 세 번을 물어보셨다. 그러다 만족할 만한 결론이 나오셨는지 흐음 – 고개를 끄덕이시고는 “예쁘게 해드릴게요.”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다시 사라지셨다.
나는 수술복을 입고 있는 의사 언니들의 손에 이끌려 수술실에 발을 디뎠다. 세 명의 보조 의료진 – 뭐라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 분들께서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 막 발을 디뎠을 때도 “내가 이거 기계 켜서 진동으로 하라 그랬어, 안 하라 그랬어?”하며 핀잔을 주고받고 있었다.
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인 수술대로 올라갔다. 눕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눈을 들어서 볼 수 있는 거라고는 수술대 바로 위에 달린 거대한 수술조명뿐이었다. 왼쪽에서는 한 언니가 “주먹 꽉 쥐세요- 꽉! 꽉!”하며 나를 재촉했고 오른쪽에서는 다른 언니분이 “자 편하게 누우시구요, 머리는 조금 더 위로, 위로, 응 그렇지.”하고 계셨다. 안그래도 긴장되고 정신머리가 가출하기 직전인데 양쪽에서 다른 행동양식을 요구해서 둘 다 못하고 멍하니 앉아있으려니 양쪽의 언니분들이 모두 화를 내며 빨리빨리 햇! 모드를 시전하셨다. 이분들에게는 내가 오늘 밀린 수많은 눈 수술 환자 중 하나니 그러려니. 역시 나는 약자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한쪽 팔뚝엔 힘을 준 체 뻣뻣한 닭마냥 수술대에 누웠다. 따끔하더니 링거가 왼쪽 팔꿈치 안쪽으로 꽂혔다. 움찔- 하자 오른쪽의 언니분은 “이제 아픈거 다 끝났어요~ 잠오는 약 드릴게요!”하고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잠 오는 약이 들어온다길래 마치 영화처럼 한 스물 세려다가 열도 못세고 잠에 푸욱 빠져들 줄 알았다. 하지만 원장님이 들어오고, 내 얼굴 위로 수술용 덮개 비슷한 것이 씌워지고 원장님이 “내 눈 봐봐요”라고 말걸 때까지도 나는 잠들지 못했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수술은 시작됐다.

 

수술 땐….. 안 아프다면서요

그리고 ‘이제 아픈거 다 끝났다’는 200퍼센트 거짓말로 드러났다. 여기서 내가 평소에 아픈 거 잘 못참는 성격이라서 그런거 아니냐고 반문해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무통선생’에 가까운 인간형이다.

네… 저 거의 이수준이에요. 사진 = <무한도전> 중 캡쳐

길 가다가 크게 자빠지고 멍들어도 곧바로 ‘어이쿠 멍이 들었네’하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지만 수술은 정말로 아팠다. 아니… 수면마취라면서요. 나는 잠들지 못했다. 단지 ‘그렇게 해야 더 라인이 예쁘게 나올 것’이라는 원장님의 생각(이라고 내가 감히 추론해 볼 뿐이다)이유로. 순식간에 마취 방식은 최소한의 마취 + 국소 마취 방식으로 바뀌었다. 영문도 모른 채 나는 눈 위의 지방이 빨려나가는 느낌, 살이 잘려나가는 느낌, 눈 위에 실밥을 박는 느낌, 내 눈자위를 꿋꿋히 압박하는 수술도구들의 느낌, 흘러내리는 피와 이를 곧바로 닦는 거즈의 느낌까지 모두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국소마취는 했으니까 그 고통들의 실제 크기만큼 내가 느낀 것은 전혀 아니었겠지만 정말로 인생에 다신 없을 그로테스크한 경험이었다.

내 몸에 누군가가 칼을 대고, 살을 자르고 빨아들이는데 볼 수는 없고. 보고 싶으면서도 보고 싶지 않고. 이 부분의 살을 자르는 행위는 무슨 의미인지, 지금 느껴지는 이 생경한 고통은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고 수술의 진척이 어느 과정에 다다랐는지도 계속 궁금했지만 내가 낼 수 있었던 소리라고는 단말마의 ‘어으…’ ‘아…!’정도가 다였고 그 이상의 문장을 만들 생각은 고통에 파묻혀 버렸다. 집도하고 있는 의사선생님은 계속 나에게 왼쪽으로 고개를 틀라, 오른쪽으로 틀라, 눈 감아봐라, 눈 떠 봐라 등의 명령을 서슴없이 내리셨고 나는 내가 느끼는 고통과는 무관하게 틀라면 틀고 감으라면 감고 뜨라면 뜨는 환자가 되어야만 했다.

 

네... 딱 이느낌이었어요. 뭐하는지, 누가 왔다갔다 하는지 보인다 보여. 사진 = CC by Jacqui

네… 딱 이느낌이었어요. 뭐하는지, 누가 왔다갔다 하는지 보인다 보여. 사진 = CC by Jacqui

너무 아파서 소리없이 찔끔 흘러내리는 눈물은 ‘수술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바로 보조 의사가 석션으로 빨아들이고 말이다. 그리고 한 여덟 번 쯤 수술대에서 반쯤 일으켜져 나의 라인을 정면으로 의사 선생님이 보고 나서 수정 작업을 거쳤다. 아마 양쪽 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였던 것 같다. (그러나 역시 설명 한 마디 듣지 못했다) 수술 막바지에 눈의 앞쪽 라인을 내면서 정말 끔찍한 고통이 닥쳐왔다. 간신히 입으로 “아파요…”세 글자를 모기만한 목소리로 뱉었다. 그제서야 의느님은 나의 몸에 조금 더 마취제를 허용하셨고 나는 자다가 강한 자극이 느껴질 때 움찔하고 깨는 불편한 잠의 세계로 30분 정도 인도당할 수 있었다.

수술대 안에서는 의사가 말 그대로 전지전능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냥 의사를 믿으면 되는 문제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내 몸에 느껴지는 변화를 이렇게 생경하게 체험하면서 이게 정확히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의문 하나 해결하지 못하도록 육체적, 정신적 통로가 완전히 닫힌 그 기분은 정말 우울했다. 그래서 앉아서 본인을 보라는 의사선생님의 주문이 있을 때마다 나는 나의 억울함을 나름 담아서 의사 선생님을 노려보는 나름의 복수를 감행했지만 아마 그 선생님은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내가 그랬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요 의느님, 당신을 믿지 못했던 건 아니에요

그 의사선생님을 신뢰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25년만 그 수술만 해왔다는 사람을 신뢰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그 신뢰가 내가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나의 관찰로 생긴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명성’에 기반해 있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그 의사는 나에게 최소한 왜 중간에 마취 방식을 바꾸었는지,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쯤은 설명해 주었어야 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새끼의사들에게 이런 식의 눈두덩이는 이렇게~하며 설명하시고, 나의 몸을 의료 기술 공부의 재료로 쓰는 행위에 대한 일말의 양해라도 있어야 했다.
한 시간 쯤 걸릴거라던 수술은 1시간 20분 정도로 길어졌고 걱정된 엄마는 중간에 전화를 하셨더랬다. 하지만 우리의 실땅님은 환~하게 웃으며 “원장님이 더욱 신경을 쓰시느라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마지막, 여덟 번 째로 일으켜지고 원장 선생님이 “음…”이라며 고개를 끄덕끄덕하자 수술은 그렇게 그냥 마무리가 됐다. 재빨리 보조 의사들은 나를 다시 눕히고, 링거를 빼주고, 눈 위를 한 번 드레싱 한 뒤 “자 다 되셨어요~ 일어나요!”라며 나를 일으켜 세웠다. 정신머리가 들어서 형식적으로라도 원장 선생님께 수고하셨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때에는 이미 원장 선생님은 원장실로 사라진 뒤였다.

눈수술후… 냉찜질요.

보조 의사 언니들의 부축을 받아서 회복실로 걸어들어왔다. 마취 기운에 약간 좌우가 어지러웠다. 안마 의자 비슷하게 생긴 기다란 소파에 누웠다. 실장님은 냉찜질 팩을 들고 왔다. 그리고 찜질 충분히 하고, 추스르고, 옷 갈아입고 준비가 되면 밖으로 다시 나오라고 했다. 찜질을 하며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는 생각보다 수술 시간이 오래 걸려서 조금 걱정이 됐다고 했다. 큰 문제는 없냐고 했다.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잘 돌아오라는 말을 끝으로 짧은 통화를 마쳤다. 수술 직후까지 연락하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이 수술 과정은 정말 화장실 갔다 나오는 거랑 느낌이 비슷하다고 토로했다. 야. 들어가기 전까지, 수술비 내기 전까지만 해도 브아피 브아피 하더니 수술 끝나고 그냥 가래ㅋ.
찜질을 20여분 하고 정신을 약간 차렸다고 생각했을 때 들고 온 선글라스를 재빨리 뒤집어쓰고 데스크로 나갔다. 데스크에서 여러 자잘한 물품들과 처방전을 받았다. 진통 소염제와 연고다. 지하 1층에 약국이 있다고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지하 1층 버튼 옆에 아주 크고 빨간 글씨로 ‘약국’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눈이 뿌옇게 보이는 수술 환자를 위한 배려이지 싶어서 웃기고 서글프고 감사했다.

 

그리고 다시 지하철

약 봉지와 성형외과에서 준 자잘한 것들(‘이거 진짜 유용하더라구요! 혹시 상처 덧나거나 하면 써요!’ 하면서 해맑게 건내준 미니구급상자 포함)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아침에 온 길을 그대로 되돌아갔다. 앞이 좀 뿌옇긴 했지만 뭐, 다닐 만 했다. 하지만 그냥 감정적으로는 그로기 상태나 다름없었다. 몸 이곳저곳이 너무 아프고, 이 수술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험난하고 서러웠고, 들어갈땐 고갱님 나올땐 호갱님 같이 대하는 성형외과도 짜증났고. 하지만 데리러 온다는 사람도 뭣도 없었기에 조용히 집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과외를 준비해서 저녁 과외를 하러 갔다. (선글라스를 끼고 간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수술은 잘 됐냐고요?

결론부터 말하면 성공한 것 같긴 하다. 아직 나는 붓기가 빠지지 않아서 스스로 얼굴을 볼 때마다 진심으로 깜짝깜짝 놀라면서 거울에서 시선을 떼고는 하지만 그 성형외과 선생님도, ‘실땅님’도, 데스크의 ‘언니’들도 모두 잘 됐다는 감탄사를 연발하기 바빴다. 그리고 눈 자체의 모양은 아직 모르겠지만 눈 바로 위의 살과 지방이 모조리 강제이별당하면서 눈썹의 모양 자체가 바뀌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건 진심 지각변동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게 눈썹이 뭐 아무것도 안했는데 그냥 갈매기에서 그냥 일자로 쉭- 바뀌는 모습을 하루 아침에 봐버렸기 때문이다.

이건… 지각변동이야!

하지만 동시에 수술이 잘 된 만큼 남들이 바라보는 나의 몸에 대한 시선을 내가 더욱 더 용인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도 잘 자라나고 있는 중이다. 엄마는 내가 수술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나를 보고 “이제 고생할 거 했으니 다이어트만 좀 더 해서 예뻐지면 되겠네”라고 말했다. 물론 나는 어이가 없었을 뿐이다. 성형을 하나 하기 시작하면 나의 다른 몸 부위들에 대한 타자들의 점령을 당연시 해야 하는 것일까. 성형외과의 포토룸을 담당하는 언니는 수술 직후 사진을 찍으면서 “어머~ 눈은 잘 된 것 같은데 자기 코가 너무 높아서 매부리코 같긴 하다. 조~기 미간쯤에 필러만 좀 넣어주면 완전 좋을 것 같아 그죠.”라며 자기 나름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난 나의 코를 미워하지도 싫어하지도 고쳐야 한다고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데 말이다.
진심으로 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했다. 한번 칼을 대기 시작하면 성형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조금 이해하기 시작했다. 성형이 ‘완벽’에 가까워 지는 길이라고 그 의미를 착각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은 것 같다. 보통 성형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의 계기는 ‘컴플렉스’를 띠어 내고 ‘평범’해지는 것 정도가 소원인 사람들인데 말이다. (이번에 겪어보니 정말 이건 ‘단순히 더 예뻐지고 싶어서’라는 이유로는 쉽게 할 수 없는 수술임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렇게 바뀐 나의 얼굴을 나의 일부로 다시 인정할 수 있을까. 그럼 그것이 내가 아니라면 이것들은 무엇이 되는 걸까.

네…. 이 강남미인도처럼 저도 어느날 변하는 걸까요… (오들오들)

그래서 한 시간 후에 다시 볼 수술을 하러 가는 나는 두렵다. 이렇게 한 개, 두 개 용인하기 시작하는 나의 모습이 2~3년 후에는 그 강남미인도처럼 바뀌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그런 두려움 말이다. 나 스스로에게 상처를 그만 주고 싶어서 수술을 결정했지만 이것이 결국에 나를 잃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아주 짙게 들고 있다. 아직 거울을 보면 요다같고 외계인 같은 데다가, 몇 시간 후면 볼 수술의 여파로 얼굴에 멍까지 남겨질 얼룩이덜룩이가 될 예정이다. 참, 이 수술들 때문에 세수 하나 못 한다. 당연히 머리도 못 감는다. 물 튀길까봐 무서워서 샤워도 못했다. 지금 나의 꼴은 피난민보다 더할 것이다.

 

성형’수술’은 ‘수술’이다

 

여튼 그 모든 과정에서 시작, 그리고 끝만 보여주는 성형외과의 광고와 스토리텔링은 모두 심각하게 사람들의 인식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사실만 재확인했다. 그 사람들이 성형 광고에 “아무리 쌍수라 하더라도 심각한 경우엔 눈의 내부 출혈로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라던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사실 3일 정도는 세수도 못하고, 일주일 정도는 샤워도 조심해가면서 해야 되며 흔적은 최소 3주가 지나야 좀 없어지기 시작합니다” 따위의 과정에 대한 말을 넣었다면 지금 우리들이 보통 생각하는 쌍수에 대한 인식이 생겼을까.

그 지점을 매우 축소시키고 ‘가격은 싸게, 결과는 아름답게!’ 따위를 말하는 성형외과 광고들은 앞으로 모두 금지시켜야 마땅하다고 강력하게 생각하게 됐다.
성형외과의 수술은 마법이 아니다. 손가락 하나 딱 튕기면 당신의 얼굴이 오목조목한 바비인형처럼 바뀌는 게 아니란 말이다. 곧 죽을 것 같은 부작용의 두려움을 물리치고,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회복 기간을 두고 그 후로도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위험한 신체 변형술인 거다. 내가 지금 흐릿한 눈으로 자판을 두들긴, 이 찌질한 글이 당신의 성형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꾸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