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세 줄(보다는 많은) 기사 요약

☆☆☆☆빛나라 알바의 별★★★★

동료의 미모(눈호강) ★★★★★

사스가 항공과..!

눈치 ★★★★★

눈치게임 1! 파견직은 눈치가 생명

소개팅 요청도 ★★★★★

어휴.. 예도알바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난리지만… 그 언니들이 니네를 만나겠니…?

(본인의) 미모 중요성 ★★★★

55사이즈는 입으셔야 합니다(…) 힐을 신고 오래 설 수 있는 능력 필수.

친화력 ★★★★★

‘진상’은 없지만 ‘비위’는 잘 맞춰줘야 해요

재미★★★

많이 보긴 해도, 결혼식은 역시 잼밌어요. 준비가 거지 같을 뿐(…)

고됨 ★★★☆

다른 서빙 알바 이런 데 비하면 괜찮지만 식장 바이 식장…

시간 활용도 ★★★★

주말 오전에 일찍 일어나는 분이라면 좋겠지만…현실은…..

결혼에 대한 환상 –★★

결혼 = ctrl C + ctrl V

추천/비추천 여부

제가 일했던 곳만큼 빡세지 않은 예식장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예식에 참여하는 그 자체의 보람이 있어서 저는 추천해요!

다른 하고 싶은 말?

예식할 때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예도한테 말을 하세요. 말을 하세요 제발…. 나중에 뭐라고 하지 말고 미리 말을 하세요….(아련)

결..결..혼?

<메종 드 히미코>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1)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36147. 극중 여주인공이 아버지2)아버지가 결혼 후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자각하고 떠난 굉장히 안 좋은 케이스(…)다. 이러지 맙시다가 들어가 살고 있는 ‘게이 실버타운’에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나와 이반 친구들3)‘이반’ :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다.이 심심찮게 입에 올리는 소재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형,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동성혼 합법화하는 것보다 미국 영주권 얻는 게 더 쉬울걸?”

“몰래야, 너는 할 수 있겠지?4)이 글의 글쓴이는 ‘양성애자’입니다

“할 수 없는 놈이 못 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놈이 못 하는 게 더 슬프지 않을까?”

“그러니까, ‘메종 드 히미코’처럼 게이 실버타운 만들어서 살자! 무지개 깃발 걸고!”

“종로 땅값이 평당 얼마더라….”

결론은_돈이야.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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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가 아니라 ‘법적으로 결혼이 허용되는’ 이성애자 커플들에게도 결혼은 꽤 어려운 얘기가 되었다. 신혼부부 한 쌍 당 실제 총 결혼 자금은 주택비용 1억 6835만 원을 포함해 평균 2억 3798만 원으로 조사된 바가 있고5)http://news.donga.com/List/3/all/20150216/69674371/2, 결혼식 비용은 평균 5137만원에 달한다6)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280517.

‘혼인은 인륜지대사’. 결혼이 두 사람만의 “happily ever after!” 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혼 비용 말고도, 통계가 말해주지 못하는 문제들은 산적해 있다. 법적으로 결혼이 허락되지 않는 경우, 사랑하는 상대가 없는 경우7)그래도 나는 아직 결혼은 사랑해서 하는 거라고 믿고 있다. 그러고 싶고, 결혼 상대 혹은 그 가족과 안 맞는 경우,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갖고 있는 경우 등등. 내가 너무 판과 사랑과 전x을 많이 본 건가

하지만 톱스타 원빈-이나영의 결혼식이 화제가 되고, ‘세계의 이색 웨딩’이 글로벌 가십거리가 되고, 최근 슬슬 시동을 거는 ‘스몰 웨딩’ 트렌드를 보고 있자면 사람들이 ‘낭만적인 결혼식’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건 여전해 보인다. 아직까지는 그런 결혼식엔 초대되어 가본 적이 없지만 그 정도로 친한 사람들이 없어서인가 “XX예식장”이 붙은 결혼식의 청첩장만 받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번 알바는 하루에 몇 번의 ‘인륜지대사’를 강제 시청하는 “예식도우미” 이다. 역사적인(!) 첫 제보 독자 인터뷰이다. 분명히 제보 이메일에서는 ‘안 예뻐도 예도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릴게요!’ 라고 적으셨는데 수지 닮으신 분이 들어오셔서 참 놀랐다.

말해봐요_나한테_왜_그랬어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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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이하 ‘몰’) : 안녕하세요, 예식 도우미 편 인터뷰이, 22살 법학과, Y양입니다. 일하신 건 작년이시니까, 21살?

Y양(이하 ‘Y’) : 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아홉 달 동안 일했어요!

: 그 정도면 꽤 길게 일한 편이네요. 원래 예식도우미(편의상 ‘예도’라고 할게요) 쪽이 일하는 기간이 긴가요?

Y : 그렇지는 않아요. 예식장 바이 예식장이긴 한데, 2~3주 일하고 나가는 사람이 되게 많았어요. 보통 예도는 이쁘고 날씬하고 옆에서 빵긋빵긋 웃으며 분위기 만들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정신 노동 말고도 상당한 육체파 노동을 요구하거든요. 더군다나 예식장에 직접 소속된 게 아니라 한 회사에서 각자 다른 예식장들로 파견 나가는 일이기 때문에 –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 저희 예식장은 차별 대우가 엄청 심한 편에 속했더라고요.

: 오늘도 어김없이 ‘파견’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네요….대체 대한민국에 아웃소싱 안 시키는 직종이 있긴 한 건가?

Y : 알바사이트의 반은 채용업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는 알바사이트가 아니라 저희 학교 게시판에 모르는 사람이 급하게 구인 공고를 올려서 구하게 된 케이스에요. 업체 사장님하고 면접 한 번 보고 그 다음 주부터 바로 근무하기 시작했어요. ( :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없이?) 네.

: 어라, 정말 ‘얼굴’만 보는 건가요?

Y : 안 본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유니폼이 55사이즈와, 66사이즈가 있는데 55사이즈가 44고, 66이 55인 그런… ( : 프리라고 써놓고 프리하지 않은?) 그런 거죠. 게다가 보통 키 165 이상이 기준이라 160cm인 저는 힐로 커버를 해야 했어요. 어쩔 땐 일곱 시간 이상 서 있어야 했는데 그런 날은 정말 헬게이트 열리는 거죠.

: 그래도, 음, 처음 보는 분께 이런 얘기는 실례 같지만 진짜 호감상이고 이쁘신데요.

Y : 으, 아니예요. 저랑 같이 일하던 언니들은 열 명 중 일곱 여덟 명이 항공과거나 항공사 준비하는 언니들이었어요. 실제로 승무원 되어서 나간 언니들도 있고요. 그리고 화려하게? 이쁜 것보다는 스튜어디스처럼 단정한 외모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저는 면접 볼 때 워낙 잘 웃고 열심히 할 수 있다고, 꼭 해 보고 싶은 일이었다고 엄청 피력을 했어요. 사실 사장님이 저랑 같은 법학과 출신이라서.. 그 덕을 좀 많이 본 것 같아요.

: 다른 외모 규정 같은 건 있었어요? 염색이라던가, 문신이라던가.

Y : 제가 일하면서 빨간 머리 언니를 만났으니, 염색 규정은 딱히 없는 것 같은데요? 문신은.. 보이는 곳에 했던 분을 못 만났는지는 몰라도 못 본 것 같아요. 그리고 머리는 보통 망으로 묶죠. 옷은 유니폼 입고.

: 음식은 역시, 예식장 뷔페로? 질은 어땠어요?

Y : 어..유감이지만 그때 돌잔치 편에 적었던 그런 음식과 비슷한 음식이에요. ( : 헐?) 원래 단체 뷔페라는 거에서 질을 기대할 수는 없긴 하잖아요. 사실 제가 그만둔 이유도 음식 가지고 쪼잔하게 군 게 결정적이었어요.

: ???????????

Y : 가면 갈수록 주는 돈은 오르지도 않는데, 사장님하고 예식장 직원들이 점점 저희를 쪼는 거예요. 잠깐 앉아서 쉬는 것도 못하게 하고, 손님들 식장 안에 들어가 계신데도 계속 서서 지키고 있으라고 하고, 조금만 자리 비워도 사장한테 바로 말해버릴 거라고 대놓고 뭐라하고. 거기다가 제가 9개월 동안 일하니까 사장님이 새로 오는 사람들 교육을 다 제가 일하는 예식장으로 보내서 맡기는 거예요. 그러다가 한 번 사건이 터졌는데, 신입으로 들어온 언니들이 잠시 담배 피우는 동안 저는 식장 안에서 주단 정리하고, 샴페인 따르고, 케잌 정리하고, 테이블 정리하고 미친 듯이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전화를 걸어서 식장 밖에서 안내 안 서고 뭐하는 거냐고 마구 화를 내는 거예요.

그 예식장의 암묵적인 책임자가 제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저만 예식장 사장님을 찾아가서 사과하고,  예식장 차장님을 찾아가서 사과하고. 그 언니들은 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고. ( : 그 언니들이 제일 잘못한 거 같은데.) 그렇기는 하지만, 더 심했던 건 그 예식장 사장이 예식도우미들 일 안한다고, 이럴거면 자기 예식장네 밥 먹지 말라고 저희한테 식권을 주지 않았어요.

: ?? 밥을 아예 못 먹은 거예요?

Y : 네. 정확히는 못 먹게 한 거죠. 굶긴 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고. 솔직히 그 예식장 뷔페 질도 별로 안 좋아서 애초에 별로 안 먹었는데,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내가 안 먹는 것과 그쪽에서 못 먹게 하는 건 다르잖아요. 저는 제가 하는 일에 재미도 있었고 자부심도 있었는데 그런 취급 당하니까 자존심도 팍 상하고, 내가 내 일에 비해서 막중한 책임감도 지면서 왜 눈치까지 받아먹어야하지? 란 생각이 드니까 그 순간부터 일하기 싫어지더라고요. 결국 2주일 후에 그만두게 되었어요.

: …무슨 그런 사람이 예식장 사장을 하고 있어요?

Y : 예식장 사장을 인성보고 하는 건 아니잖아요. (웃음) 나중에야 들은 거지만, 제가 일했던 데만큼 눈치 많이 주고 일 빡세게 하는 데가 없더라고요.

: 어렵네요. 그래도 예도 알바가 시급이 세다는 소문 아닌 소문을 들었는데.

Y :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요. 매주 수요일 정도에 그 주말의 스케쥴이 나와요. 결혼식은 주말에 하는 게 일반적이니까요. 가끔 금요일에 하는 경우도 봤지만. 아무튼 토요일, 일요일 언제부터 언제까지 몇 건 있고 제가 그걸 보고 사장님께 알겠다고 답장 보내면 스케쥴이 확정되는 구조에요.

아, 시급이 세다고 하셨는데 제가 일했던 곳은 시급으로 계산하지 않고 ‘건당’으로 책정했어요. 예식 하나 진행하면 2만 1천원. 두 건이면 거기서 플러스 5000원, 세 건이면 플러스 10000원, 네 건이면 플러스 5000원, 다섯 건이면 플러스 10000원. ( : ??좀 특이하네요?) 네, 홀수 개를 진행해야 돈을 많이 가져가는… 좀 이상했어요. 한 건 하는 것보다 두 건 하는 게 시급으로 치면 더 낮았어요.

: 한 식 당 몇 명의 예도가 있었어요?

Y : 보통 세 명이예요. 한 명은 밖에 나가 있고, 두 명은 진행하면서 계속 교대하는 형식이에요. 그리고 안내하는 것과 식 진행하는 알바는 따로 있어요. 축가나 영상 틀어주고 프로그램을 돌리는 사람들이죠. 저희는 주로 하객 안내를 맡아요. 질문이 정해져 있긴 한데, 보통 신부 어딨어요, 밥 어디서 먹어요, 주차 도장 어디서 받아요, 축의금 어디다 내요, 같은 다소 뻔한(?) 질문들이에요. 사실 손님들 상대하는 것보다는 7센티 힐을 신고 계속 서 있다가 왔다 갔다 하는 게 제일 힘든 일일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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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예도는 ‘버진 로드8)결혼식장 중앙에 나 있는 길.’ 옆에서 폭죽 터뜨리고 박수 치고, 가끔 안내하는 정도의 역할이에요. 말 그대로 ‘예식’만 관장하면 돼요. 인사 해드리고 혼주 분들 에스코트 하고 안내하는 건 쉬워요.

근데 저희는 예식장 직원이 해야 할 세팅하는 일까지 한 거죠. 세팅에는 샴페인, 드라이아이스, 그리고 웨딩 케이크가 있어요. 그 드라이아이스를 전부 우리가 옮겼어요. 드라이아이스를 내뿜는 기계에 생 드라이아이스를 넣어야 하는데 방한장갑이 지급되지 않았어요. ( : 헐?) 목장갑 두세 장 위에 면장갑 끼고, 여자 두 세 명이 낑낑거리면서 옮긴거죠.

정말 갈수록 노답이군

정말 갈수록 노답이군

주단 까는 것도 장난 아니에요. 잠깐 사용하고 마는 거니까 예식장에서 주단을 잘 안 빨았거든요. 그런데 소재도 소재고, 엄청 두껍고 길어서 먼지가 엄청 쌓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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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깔면서 지나가는데 먼지가 뭉게뭉게……주단 한 번 깔 때 정말 각오하고 해야 했어요.

: 그러니까 식전, 식중, 식후를 전부 서포트해야 했던 거네요.

Y : 그렇죠. 식전 준비 30분, 식 30분, 식후 30분 해서 식 하나 당 총 한 시간 반씩 들어요. 우선 식 전에는 결혼식에 관련된 사항을 적은 ‘예약지’를 받아서 미리 확인해놔야 해요. 신랑신부 누구, 혼주9)신랑신부의 부모님.누구, 비고, 그러니까 특이사항들. 이 특이사항들이 되게 중요해요. ( : 특이사항이라면?) 예를 들면, 혼주 분이 예식장 사장님 지인이다, 군인 예도 행사가 있다, 축가는 누가 부른다, 혹시 연예인이 온다면 누가 온다, 주례를 하거나 안 한다, 화촉 점화10)혼주가 웨딩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는 일.가 있거나 없다, 어느 쪽이 편부모 가정이다 등등. 다소 민감한 부분까지 적혀있긴 하죠. 그래서 예약지는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고요.

다음으로 리허설을 진행해요. 보통 신부는 대기실에 있고 신랑이 들어가는데, 신랑은 밖에서 인사 받느라 되게 정신없잖아요? 그 와중에 저희가 눈치 보고 혼주 분들이 다른 분들과 얘기하고 그럴 때 살짝 빼와야 해요. 데려와서 기본적인 순서 같은 걸 미리 알려주죠. 여기로 걸어오시면 되고, 여기 올라와서 하객들에게 인사하고, 주례보는 분께 인사 한 번, 손님들에게 인사 한 번 등등을 가르쳐줘요.

: 그런데도 실수할 수 있잖아요.

Y : 그래서 저희가 버진로드 양 옆에 서 있는 거죠. 혹시 결혼식 하다가 헷갈리면 무조건 저 보시라고 미리 언질을 줘요. 식중에 몰라서 저 보시면 이제 손짓 같은 걸로 가르쳐주는 거죠. 인사하고 내려오시면 된다, 이런 식으로. 솔직히 실수해도 하객들이 다 귀엽게 봐주시기는 해요(웃음) 제일 중요한 리허설은 화촉 점화죠.

퐈이아!!!

퐈이아!!!

: 화촉 점화가 왜요?

Y : 화촉 점화야말로 진정한 결혼식의 시작이죠. 다른 거는 사진을 찍기 위해 행사 중간에 잠시 멈추는 ‘일시정지’ 같은 건 없는데, 화촉 점화는 처음부터 사진사님이 ‘예쁘게 사진 찍을 수 있도록 불 빨리 안 켜도 되니까 3초만 멈춰주세요’라고 말을 해요. 한 번은 화촉 점화할 때 실수한 적이 있었는데, 아버님들은 자리에 앉아계시고 어머님들이 불 붙이고 내려오는데 신랑과 신부 아버님 두 분 자리가 바뀐 거예요. ( : 읭?) 다행히 신랑 하객 자리에 신부 부모님 가고, 신부 하객 자리에 신랑 부모님으로 슬쩍 자리를 바꿔서 하객들은 많이 눈치를 못 채고 지나가더라고요. 아무튼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할 정도로 세세해야 해요. 일생일대의 돈 잔치고, 그 돈을 낸 만큼 최상의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니깐.

: 우와, 돈 잔치라니. 좀 적나라한 표현 아닌가요?

Y : 하지만 사실인걸요? 아까 신랑신부 부모님들을 ‘혼주’라고 부른다고 했는데, 그게 결혼식의 주인공이라는 의미잖아요. 결혼식의 진짜 주인공은 신랑신부가 아니라 혼주예요. 과장 안 보태고 부모님들이 ‘내 자식 이렇게 잘 키워서 결혼시킨다’라고 선언하고, 주변 지인에게 수금하는 자리에요.

한 커플 당 한 시간 반의 예식을, 3~40분 예식, 3~40분 포토 타임, 다시 3~40분 다음 결혼식 준비. 준비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 커플이 저 커플 같고 저 커플이 이 커플 같아요. 말 그대로 ctrl C+V 에요. 똑같은 결혼식장, 다른 하객 수와 화환 수, 혼주들이 하객들을 대하는 태도 등등을 보고 있으면 이건 신랑신부를 위한 예식이 아닌, 철저히 혼주들을 위한 자리죠.

순서 복잡해 보이는데, 별 거 없어요. 결혼식 5분 전에 어머님들 버진 로드 양 옆에 세워두고, 신랑 데려와서 중앙에 세워두고, 아버님들 앉히고 로비에 있는 하객들 불러오고, 신부 데려오고 시작하죠. 화촉 점화, 신랑 입장, 신부 입장, 신부 아버님이 신부 손 신랑한테 쥐어주고 성혼 서약, 주례하고, 케이크 커팅하고 샴페인 샤워하고. 퇴장할 때 이상한 이벤트 하고, 피날레로 축포 터뜨리고.

: 이상한 이벤트…제가 생각하는 그런 거 맞죠?

Y : 네…그거 맞아요. 체력테스트 하겠다고 팔굽혀펴기 한다거나, 오늘 밤 죽여줄게 라거나(…)

: 으, 개인 취향이긴 하겠지만… 난 나중에 내 신랑이 그런 거 하면 때릴 거야…

Y : 근데 솔직히 신랑보다는 신랑 친구들 더 믿으면 안 될 걸요? 보통 그런 거 시키는 것도 친구들이고, 축가 기껏 부른다고 해놓고 망쳐놓는 것도 신랑 친구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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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게 말해도 되는 부분이에요?

Y : 성급한 일반화일 수는 있겠지만, 제가 여지껏 신랑 친구가 축가 불러서 잘 되는 걸 못 봤는 걸요? ( : 어떡햌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안 돼요. 절대 맡기지 마요. 신랑은 못 불러도 자기가 직접 부르는 정성이 기특해서 넘어가는데 신랑 친구들은 특히 솔로도 부르면 완전 분위기 착 가라앉고 잘 불러봤자 본전이고…신부 얼굴은 점점 굳어 가고…

: 이를 어쨐ㅋㅋㅋ 어떤 축가가 가장 잘 불렀고 기억에 남았어요?

Y : 잘 불렀던 건 역시 모 가수가 와서 불렀던 거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한 커플이 직접 영상 촬영한 거 하객들한테 틀어주고, 둘이서 노래 틀고 살사 댄스 추던 거요. 개인적으로는 둘이서 무언가를 하는 게 커플에게도, 하객들에게도 제일 재미있고 의미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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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 중에 기억에 남는 건 없어요?

Y : 아까도 얘기했지만, 너무 복붙이라서 그 결혼식 자체가 기억에 남는다, 라고 생각나는 건 없어요. 한부모 가정이었는데 어머님이 계속 우시던 모습이나, 좋아보이는 커플이 있는 반면 서로 사랑 없이 하는 결혼 같다는 커플도 있었고.. 그런 단편적인 것만 기억에 남아요. 저는 그 사람들의 연애, 결혼 준비 과정, 그런 스토리들을 모르고 딱 결혼식장에 들어오는 것들만 보니까 더 그런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 그렇다면, 자신은 그런 ‘전형적인’ 결혼식은 안할 건가요? 워낙 많이 봐왔으니깐.

Y : 아뇨, 저는 그냥 그런 결혼식을 할 것 같아요. ( : 그래요?) 예식 쪽에 있다보니까 하우스 웨딩, 스몰 웨딩 같은 얘기를 많이 듣는데, 그거 하면 할수록 돈 더 들고 다 자기가 직접 알아봐야 하고, 시간 두 세배 투자하다보면 결국 현실적으로 ‘그런 결혼식’으로 돌아온다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음, 그리고 아까 제가 혼주가 수금하는 자리라고 말했는데, 저는 그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보거든요. 사실 부모님이 뿌려놓았던 돈을 어느 정도 ‘환급받는’ 다는 게 그렇게 나쁘다고 제 자신은 생각하지 않아요. 그날만은 엄마가 나를 지인들한테 자랑할 수 있는 자리이고, 적당히 단정하게 컸고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간다. 어쨌든 나를 키워준 건 엄마인 게 사실이고, 저는 개인적으로 결혼식에 의미 부여를 많이 하지 않게 되어서요. 사람마다 물론 차이는 있겠지만, 저는 동문회관이나 교회 같은 데서 결혼해서 돈은 좀 줄이고, 스드메 적당히 패키지로 해서 적당히 결혼하는 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편집 및 교정 / 커밋

글 / 몰래

 

   [ + ]

1.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36147
2. 아버지가 결혼 후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자각하고 떠난 굉장히 안 좋은 케이스(…)다. 이러지 맙시다
3. ‘이반’ :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다.
4. 이 글의 글쓴이는 ‘양성애자’입니다
5. http://news.donga.com/List/3/all/20150216/69674371/2
6.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280517
7. 그래도 나는 아직 결혼은 사랑해서 하는 거라고 믿고 있다. 그러고 싶고
8. 결혼식장 중앙에 나 있는 길.
9. 신랑신부의 부모님.
10. 혼주가 웨딩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