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리 마을전철에 이어 미금역 병크까지 지역이기주의가 철도를 망친 사례를 살펴보았다. 뭐, 망쳤다고 할 것 까지야 있나 싶지만. 미금역 건설 확정 4년이 지난 지금도 광교 입주자 커뮤니티 까페에는 미금역 주민들을 까는 글과 그에 동조하는 댓글이 우수수 올라온다. 신분당선 미금역의 혜택을 받는 금곡/구미, 동북부 용인 주민들은 ‘내 알 바 아님! 힝!’ 하고 공사가 얼른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수지지역 커뮤니티는 찬반 의견이 분분한 듯 하다.

어찌되었건 미금역 떡밥은 철덕들에겐 관심 밖, 오래 전에 한물 간 떡밥이다. 2015년 지금 당장 신분당선은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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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래 위 위 아래

1. 아래: 경기대? 광교?

계속 신분당선 이야기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나. 지금 당장 건설 중인 노선이 몇 없고, 그 중 지역이기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 신분당선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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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이미 한 번 접한 신분당선 노선도다. 노선도를 보면 이상한 부분이 하나 있다. SB 001부터 시작했으면 마지막 역이 SB 006이 되어야 하는데 노선도의 끝에는 SB 005-1이라는 괴랄한 역명칭이 등장한다.

뭐지… 하며 중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감수분열을 떠올리는 분들, 과학공상영화의 복제로봇이나 첩보영화 요원의 넘버를 떠올리는 분들, 그리고 씨익 웃고 있는 철덕 등 다양할 것이다.

SB 005-1역은 신분당선 본선이 아닌 차량기지 인입선1)본선에서 따로 갈라져 차량기지로 들어가는 노선 위에 있는 역이다. 본선을 따라 추후 SB 006역과 그 이남 노선이 개통하면 SB 005-1역은 현재 1호선의 서동탄역, 7호선 장암역이나 광주1호선 녹동역처럼 일부 열차만 정차하는 한적한 역이 된다.

전철 차량기지는 거대한 규모와 소음 등으로 화장장 등과 같이 혐오시설에 속한다. 시끄럽고, 보기 안 좋고, 근처 개발이나 이동도 어려워지고… 2)그래서 툭하면 차량기지 이전 민원이 생긴다. 이전엔 외곽이었다가 이젠 시가지 한복판에 위치하게 된 창동차량기지가 대표적 케이스

따라서 전철 차량기지를 지을 때 선 하나를 따로 빼 역을 만들어 지역주민의 민원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종종 쓰인다. 7호선 장암역, 9호선 개화역, (구) 분당선 보정임시역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철도차량기지와 전철역, 즉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SB 005-1역도 그렇게 만들어진 역이다. 2000년대 중후반 신분당선 노선을 계획할 때, 차량기지를 만들려는 부지 중 일부가 경기대 부지를 침범하게 되었다.3)따라서 남측 연장구간이 아직 개통하지 않은 지금, 신분당선은 자체 차량기지가 없다. 종점인 정자를 지난 후 미금역과 오리역 사이에서 분당선 선로로 들어와 죽전역 인근 분당선 차량기지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당시 건교부4)현 국토부는 차량기지 건설 및 토지에 대한 보상으로 지상 역사를 만들고, 그 이름을 경기대역으로 짓는 조건으로 약 500여 평의 경기대 토지를 무상 제공받았다. 건교부 쪽에서는 차량기지 문제 해결, 대학 측에서는 전철역+학교 이름 홍보효과를 얻는 윈윈 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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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지난 번 언급한 ㅊㅆㄷ입구와 같은 경우가 아닌가, 아리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에도 3호선 동대입구, 2호선 한양대, 6호선 고려대역처럼 노선이 학교 부지를 지나가는 경우 이에 대한 보상 목적으로 전철역의 이름을 학교명으로 짓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게다가 이번은 단순 노선이 아닌 차량기지가 학교 부지 바로 옆에 들어서기 때문에 더더욱 경기대 역명은 정당하다5)이 ‘제안(항의가 아니다)’은 학교가 아닌 건교부가 한 것이다. 게임 끝 논란 끝.

이 역의 이름이 경기대역이 될 것이라는 건 관련자와 철덕 정도만 알고 있었을 것이다. 숨긴 것도 아니고 숨길 것도 아니지만 수 년 후에 개통할 전철역의 ‘이름’에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이름 자체가 집값 땅값이랑 관련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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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엉엉 왜 전철역=집값상승 으로만 보시나요…

그런데 올해 초, 개통이 슬슬 가까워지며 역 이름이 경기대역이라는 것이 광교 주민들 사이에 소문나기 시작했다. 미금역 건에서 ‘져 버린’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광교신도시를 거쳐가는 역은 총 3개. 용인시에 있는 SB 004역, 수원시에 있는 SB 005역과 SB 005-1역이다. 이 역들의 가칭은 각각 신대역, 경기도청역, 경기대역이었다. 광교지역을 지나가지만 광교라는 역명이 들어가지 않은 점은 광교 시민들이 서운할 만 하다.

사실 SB 005-1역은 역명을 욕심낼만한 역은 아니다. 추후 신분당선이 호매실까지 연장될 경우 지선으로 떨어져 나와 배차간격이 안습인 역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6)7호선 장암역 참고. 9호선 개화역도 이 역보단 열차가 자주 올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위치도 차량기지 특성상 구석 한적한 곳에 있어 접근성도 좋지 않다.

하지만 단 한 가지. SB 005-1역은 호매실 연장구간이 개통하기 전까지 약 5년동안 신분당선의 종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특징이 있다. 잘 떠올려 보자. 종점역은 노선도에서 큰 글씨로 도드라지게 나오고, 신분당선 역 내 하행선 표지판에도 전부 ‘광교 방면’이라는 단어가 적힐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승강장에 열차가 들어올 때 나오는 안내방송은? ‘지금 광교. 광교 가는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정자역이 신분당선의 시종점이 된 이후 인지도가 확 올라간 것처럼, SB 005-1역의 이름도 인지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광교 주민들은 광교 구석에 있는 이 역을 광교역으로 이름짓길 원한 것이다7)사실 그냥… 지역 이름이 역에 들어가면 홍보 되고 좋으니까… 그거 말고는 굳이 다른 이유를 떠올리기 어렵다. 다른 이유를 아는 상급 철덕을 모십니다…!. 그럼 광교 중심부에 있는 역(SB 005)의 역명이 애매해진다. 이를 광교 주민은 광교중앙역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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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시 바로 창조경제…! (feat. 최씨 아저씨)

가만히 있던 경기대는 벙 쪘다. 10년 동안 경기대역이 생길 거라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광교역이라니. 하지만 미금역 건에서 밀리며 쌓인 광교 주민의 분노게이지에 SB 005-1역의 역명은 광교로 굳어졌다. 역명 제정 관련 주민 투표에서 수원시가 경기대 기숙사 거주 학생들의 표를 전부 무효화하는 등 광교 주민 편을 적극적으로 들어 주는 등 분위기는 광교측의 승리로 돌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애초에 근처에 차량기지를 짓는 조건, 그리고 경기대 소유의 땅 500평을 기증받는 조건으로 경기대역을 짓기로 약속을 한 것이기 때문에 경기대측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

곤란해진 것은 역명 최종결정권자인 국토부8)신분당선은 코레일 소속이기에, 수원시는 역명 ‘추천 권한’만 가지고 있다. 결국 국토부는 솔로몬의 판결(나름?)을 내렸다. 바로 역명 병기!!9)신창(순천향대)역처럼 두 개의 이름을 나란히 붙이는 것. 돈을 주고 붙이는 부역명과는 다르다. SB005역은 광교중앙(아주대)로, SB005-1역은 광교(경기대)역으로 확정되었다(집에서 가만히 잠자다 땡잡은 아주대)

뭐, 나름 양 쪽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지만 동시에 양 쪽 다 분노할 수 있는 방법이다. 광교 주민과 경기대 둘 다 분노하고 있다.

2. 위: 신붕탁선

아래가 나왔으니 이제 위가 나올 차례이다. 신분당선은 아래쪽 말고도 위로도 강북까지 연장할 계획이 있다. 문제는 정말 계획’만’ 있다는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였으면 개통을 앞두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 첫 삽은커녕 노선도 결정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북으로 이동하는 경기 동남부 수요를 싹 빼앗아올 수 있는 황금노선인데, 무엇이 문제여서 아직도 계획 단계에 멈춰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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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이전 정권 때 열띠게 추진되던 용산 국제업무지구다. 20조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업이었다. 이에 신분당선을 용산역까지 연장하고, 경의선과 직결해 경기도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즉 파주-일산-도심-강남-분당-용인-수원을 연결하는 초대형 노선을 만들 계획이 동시에 진행됐다.

그런데 미군 용산기지 때문에 신분당선 노선 건설에 차질이 생기고, 기술적 문제로 신분당선과 경의선 직결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며 원대한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용산 대신 도심 연장안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경기 동남부에서 도심으로 출퇴근하거나, 도심을 거쳐 근처 지역으로 동하는 인구가 많은 만큼 신분당선 도심 연장안이 날개를 달고 추진되기 시작했다.10)분당에서 도심으로 가는 광역버스 노선만 6개. 용인, 수원까지 합치면 도심을 왕복하는 노선만 10개가 훌쩍 넘는다 거기에 용산 국제업무지구 계획이 취소되며 신분당선 도심 연장안이 더욱 더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신분당선 용산 연장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경기 동남부와 서울시는 반대했다. 용산역을 이용하는 인원 자체가 적고, 어차피 용산역에서 1호선을 갈아타고 도심으로 다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왜 굳이 노선을 용산으로 돌려야 하냐는 주장이다. 특히 용산 연장의 이유였던 경의선 직결과 용산 국제업무지구가 다 없던 일이 되었기에 더욱 용산 연장의 타당성은 떨어져만 갔다.

하지만 국토부는 단호하게 용산 연장안만을 주장했다. 타당한 이유는 없지만 국토부가 계속 용산 연장안을 밀어붙이니 경기 동남부 주민과 철도 동호인은 그냥 답답할 노릇이다.

이에 서울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용산 노선을 포기할 수 없다면 자체적으로 도심 연장 노선을 구상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남동 부근에서 노선을 반으로 갈라 절반은 용산, 절반은 도심(그리고 서울 서북부까지)으로 연장하자는 것이다. 물론 국토부는 이것도 반대했다. 만들지도 말고, 굳이 만들 거면 서울시 예산으로 대부분을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에 도심 연장안, 용산 연장안, 아니면 그냥 분기하기 전인 신사역까지 우선 추진 등 대안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신분당선을 붕당 정치에 빗대 ‘신붕탁선‘이라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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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공부해 본 사람이면 이 기발함에 무릎을 탁! 치고 갈 것이다. (출처: 디씨인사이드 철도갤러리)

이 짤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이처럼 너무 많은 대안이 쏟아지니 신분당선 북부 연장은 갈피를 못 잡고 부평초마냥 떠다니게 되었다.

결국 모두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신분당선 강남-신사 구간을 우선 착공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나마 계획이 아예 파기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미봉책인 상황에서 뚜껑만 살짝 덮어 놓은 상황이라 철덕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기만 하다.
수도권 전철 최초의 무인 고속전철인 만큼, 신분당선이 위 아래 모두 이용자의 요구를 반영한 최선의 방안으로 마무리가 잘 되었으면 한다.

   [ + ]

1. 본선에서 따로 갈라져 차량기지로 들어가는 노선
2. 그래서 툭하면 차량기지 이전 민원이 생긴다. 이전엔 외곽이었다가 이젠 시가지 한복판에 위치하게 된 창동차량기지가 대표적 케이스
3. 따라서 남측 연장구간이 아직 개통하지 않은 지금, 신분당선은 자체 차량기지가 없다. 종점인 정자를 지난 후 미금역과 오리역 사이에서 분당선 선로로 들어와 죽전역 인근 분당선 차량기지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
4. 현 국토부
5. 이 ‘제안(항의가 아니다)’은 학교가 아닌 건교부가 한 것이다. 게임 끝 논란 끝
6. 7호선 장암역 참고. 9호선 개화역도 이 역보단 열차가 자주 올 가능성이 높다
7. 사실 그냥… 지역 이름이 역에 들어가면 홍보 되고 좋으니까… 그거 말고는 굳이 다른 이유를 떠올리기 어렵다. 다른 이유를 아는 상급 철덕을 모십니다…!
8. 신분당선은 코레일 소속이기에, 수원시는 역명 ‘추천 권한’만 가지고 있다
9. 신창(순천향대)역처럼 두 개의 이름을 나란히 붙이는 것. 돈을 주고 붙이는 부역명과는 다르다.
10. 분당에서 도심으로 가는 광역버스 노선만 6개. 용인, 수원까지 합치면 도심을 왕복하는 노선만 10개가 훌쩍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