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세 줄(보다는 많은) 기사 요약

☆☆☆☆빛나라 알바의 별★★★★

임금 ★★★★

페이 자체는 최상급이지만, 돈이 빨리 들어오지는 않았어요.

근무 환경 ★★☆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거랑 아무 것도 안 해야 하는 것은 달라요.

직원들의 친절함 ★★★★

친절하게 피를 뽑아가죠(….)

부모님의 반대 ★★★★★

제 아들딸이 한다고 해도 반대할 것 같아요.

친구들의 비웃음 ★★★

….(절레절레)

자기 개발 ★★

전공이 컴공과이시면… 하루 종일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시면….

인간의 존엄성 ★

표면적으로 비인간적인 처우는 아니지만, 내 건강을 담보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라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죠.

추천/비추천 여부

비추천. 시급을 보면 매력적인 것 같지만 여건, 시의성 등을 고려했을 때 차라리 그 시간 동안 다른 알바를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한 줄 평

어… 모든 것은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그렇다고요.

생체실험.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가하는 행위. 인류 최악의 범죄, 금기, 악행. 온갖 안 좋은 수식어는 다 붙일 수 있는 생체실험은 역설적으로 영화나 만화에서 ‘핫한 소재’가 된다. (영화, 만화에 등장하는) 생체실험은 두 가지 결과를 낳는다. 빌런이나 좀비, 바이러스 같은 ‘절대악’을 만들거나, 히어로와 초능력자 같은 ‘절대선’이 태어나거나. 뭐가 되었든 둘 다 세상에 태어나지도, 있지도 않았으면 한다. 절대악과 절대선1)절대선이 필요한 세상? 글쎄. 둘 다 말이다.

물론 윤리적 잣대가 인간 실험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지만... (출처 : 네이버웹툰 '선천적 얼간이들')

물론 윤리적 잣대가 인간 실험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지만… (출처 : 네이버웹툰 ‘선천적 얼간이들’)

서두를 무겁게 시작하긴 했지만, 흔히들 ‘생동성 알바’‘생체실험’과 연관짓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보다는 덜하더라도 <허삼관 매혈기>와 같은 절박한 상황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여하간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피’와 ‘인체’를 제공하는 행위니까. 별점 파트에서도 언급했듯 주변 사람에게 말하기 좀 그런(?) 알바 중 하나에도 속한다. 오늘의 인터뷰이 J군도 친구들이 “야, 마루타!” 라고 불렀다고(…)


몰래(이하 ‘’) : 안녕하세요, J군을 소개합니다. 24살, 전기공학과, 미필이 되실…? 예정이랍니다. 본격 공돌이의 길로?

J군(이하 ‘J’) : 그런 말 카페에서 큰 소리로 하면 안 돼요. 아무튼 생동성 알바 때문에 미필 된 건 아닙니다. 마루타 부작용 아닙니다.

: ….방금 그 얘기 하려고 했는데…. 생동성 알바가 도대체 뭔가요?

J : 음, 생동성 알바에 대해서 먼저 설명할게요. 생물학적 동일성 알바, 용어가 좀 어려워서 임상실험 비스무리한 걸로 많이들 생각하더라고요. 절대 아니고요, 임상실험은 약을 판매하기 전에 사람이나 동물한테 실험하는 거라면 생동성은 시중에 이미 판매되고 있는 약들을 복제해 사람들에게 실험하는 거예요. 그 약들의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다른 제약회사에서도 그 성분들을 이용해 약을 만들 수 있거든요. 왜, 무좀약이나 박카스 같은 거.

생동성 실험은 그 다른 제약회사들이 자기들이 만든 약을 판매하기 전에 기존의 약과 똑같은 약효가 있는지 사람들에게 ‘확인’하는 실험이에요. 그러니까 목숨을 담보로 하는 정도는 아니에요. 어쨌든 ‘지금은 부작용 없이’ 멀쩡히 팔리고 있는 약 성분들이니까요.

이런 이유로 생동성 알바는 무조건 두 번 세트로 진행돼요. 기존에 팔리고 있던 약들을 투여하고 경과를 지켜보는 1차 실험, 자기들이 만든 약들을 투여하는 2차 실험.

: 그 ‘약효’라는 건 어떻게 알아봐요? 없는 질병을 만들어낼 수도 없고.

J : 채혈하죠.

: 매혈기 맞네!

J : 하지만 몰래 씨 말대로 없는 질병을 만들 수는 없잖아요? 영화표 때문에 헌혈해 본 적 없어요?

: (뜨끔) 근데 채혈을 2주 내내 하면 멀쩡한 사람도 쓰러질 것 같은데요?

J : 채혈해도 괜찮을 사람을 뽑죠. 약효를 책정하려면 피에 흐르는 약 성분과, 그에 따르는 호르몬… 뭐 저도 잘 몰라서 설명하기 어렵긴 하지만 피로 약효과를 측정하는 게 제일 효율적이라는 ‘감’은 오잖아요.

몰 : 아니 당신 이과...! J : 도찐개찐이에요.

몰 : 아니 당신 이과…!
J : 도찐개찐이에요.

: 으, 그럼 하루에 피를 몇 번 뽑는다는 거예요?

J : 계속 혈관 찾고 주삿바늘 찌르기 힘드니까, 아예 입원하는 동안 손등에 주삿바늘을 꽂아 놔요. 채혈 시간에 그때그때 뽑아갈 수 있도록.

: 으아아아앙아앙아아아…….

J : 아니, 누가 보면 몰래 씨가 한 줄…..시도 때도 없이 뽑아가는 건 아니고, 하루에 세 번, 입원하면서 식사하고 식후 30분 후 약 먹고, 다시 한 시간 정도 흘러서 채혈을 해요. 하루에 총 3번 하는 거죠.

: 식사는 잘 줘요?

J : 평범한 일반 병원식이예요. 그냥 병원에 입원하는 거랑 비슷해요. 침대에 누워 있으면 밥 시간에 밥 주고, 밥 먹고 혈압 재고, TV 보거나 컴퓨터 하다가 피 뽑아가고 그런 거예요. 아, 피를 뽑아간다는 게 다른 거구나.

: …..사육하는 거 같은데요? 입원실은 혼자 쓰나요?

J : 6인실을 써요. 병원이 어디였는지는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6인 병동 여러 개를 쓰거나 아예 병동 한 층을 통째로 빌려요. 그 안에 실험하는 사람들이 입원하는 것 같아요. ( : 남자 여자 같이 써요?) 아뇨. 전 알바하는 분들 중에 여성분들이 계신지도 몰랐어요. 화장실 갈 때 같은 주삿바늘 꽂은 분들을 보고 아, 저 분도 피실험자구나 한 거죠.

: 알바하는 사람들 말고 다른 환자들은 본 적 없고요?

J : 음, 거기서 보는 사람들은 밥, 채혈, 혈압 재는 걸 담당하는 간호사들이 두세 명 정도, 그 간호사들보다는 높아 보이는(?) 돌아다니면서 증상 물어보는 의사 선생님이 한 명, 그리고 같은 병실 쓰는 환자들. 제약 회사 직원들은 본 적 없어요. 병원 여러 군데서 동시에 진행하니까 그거 다니기 바쁜 건가.

: ??다른 병원에서 진행하는 줄은 어떻게 알았어요?

J : 이건 오프 더 레코드…는 아니고? 뭐지? ( : 여담?) 네, 여담. 제가 알바 사이트에서 생동성 알바들을 여러 군데 지원했었는데, 나중에 연락이 온 두 회사에서 똑같은 약으로 실험하고 있는 거에요.

( : ??) 하나의 제약회사에서  여러 회사에 생동성 실험을 아웃소싱 한 거죠. 그래서 알바천X에도 제약회사가 아니라 채용전용 회사 정보가 올라와요. 모집할 때 주는 실험에 대한 기본 정보를 1차 정보라고 하고, 모집 후에 주는 상세한 정보를 2차 정보라고 할게요. 1차 정보만 봤을 땐 몇 박 몇 일, 어디서 한다만 쓰여 있으니까 내가 실험당할 ‘약’에 대한 정보는 몰랐죠. 그런데 2차 정보를 보니까 두 회사에서 똑같은 약으로 진행하는 거예요. 보니까 여덟 개, 열 개 정도 되는 병원에서 동시에 실험이 진행되더라고요.

: 회사가 달라지면 차이가 있어요?

J : 돈이 다르던데요?

: 헐?

J : 똑같은 실험인데 돈이 달라요. 사견이지만, 회사마다 ‘남겨먹는 마진’이 다르니까? 잘 보셔야 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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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천X은 그냥 올려주기만 하는 데니까.

J : 그렇죠. 본인이 비교 안하면 똑같이 착취당하고 돈은 덜 받아갈 수도 있어요.

: 그래도 지하철에 붙어있는 것보단 알바천X이 더 신뢰는 가지 않아요?

J : 일단은? 솔직히 지하철에 붙어있는 공고는 좀… 장기 매매 같은 느낌이잖아요? 일단 알바천X은 ‘급여’가 확 눈에 들어오잖아요. 표시된 돈에 따라 비교도 쉽게 할 수 있고.

: 서류 내기도 쉽고?

J : 서류는….낼 게 없잖아요 솔직히? (웃음) 무조건 ‘문자 후 연락’이죠. 어디 메일 주소로 나이, 성별, 혈액형 보내주면 연락을 해주겠다, 식. 그쪽 조건에 맞으면 8월 첫째 주 토/일, 둘째 주 토/일. 가능하세요? 식으로 연락이 오고 제가 ㅇㅋ하면 건강검진 받으러 가는 거죠.

: 건강검진은 뭐 보는 거예요?

J : 자세히 기억은 안 나는데, 키/몸무게, DMI, 혈압 재고, 피검사도 해요. 평소에 담배를 피는지, 술은 얼마 마시는지 물어보긴 했는데 뭘 하지 말라는 건 없었어요. 당시 동아리 회장을 하고 있었는데 술 먹지 말라고 했으면… ( : 안 한다?) 안 했겠죠. 들어보니까, 비흡연자만 뽑는 건 아니지만 담배를 피면 혈압과 체온이 달라진다고 들은 것 같아요. 검사할 때 지장이 생기니까, 웬만하면 비흡연자를 뽑는 것 같고. 그리고 3개월 내에 헌혈한 사람은 생동성 알바 지원 자체가 안 돼요. 국가에서 채혈 기간 기준을 그렇게 걸어놨다고 들은 것 같아요.

: 건강 검진 말고 다른 건 안 봐요? 진단서라던가, 보건증이라던가.

J : 그런 건 받지 않지만, 서약서를 써요. ( : 서약?) 이거는 어떤 성분의 약이고, 어떤 증상의 치료에 쓰이는 복제약이다. 이 약의 부작용은 이러이러한 것들이 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서약서 자체가 제약 회사에 유리했던 것 같아요. ( : 왜요?) 이러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나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 동의해야만 하고 회사에 책임을 묻거나 소송을 걸 수 없다, 식의 조항이 있었어요.( : 음.) 아무튼 선행검진까지 다 하고 나서, 피험자로 선정되면 그런 것들을 설명해주고 이를 인지하고 있으라는 서약을 받아요. 그리고 이제 선정되셨으니까 언제부터 나오라, 라고 하면 지정된 병원에서 실험이 시작되죠.

: 병원에서는 어떻게 지내요? 사람들하고 밤에 치킨 뜯거나 탈출하는 그런 수학여행 같은 분위기…

J : 없습니다.(단호)

: ㅠㅠ??????????

J : …언제는 마루타라며?

: 탈주 환자들 사이에 오고가는 추억과 정감! 오고가는 치킨 속에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

J군의 표정.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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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 …… 글쎄요, 피실험자들의 침대도 멀리 떨어져 있고, 거의 노트북 가져와서 서로 자기 할 일만 하는 분위기예요. 대화를 한 시간이 안 한 시간의 1/20 정도? 솔직히 말하면 다들 애초에 환자들이랑 친해지려는 것보다 그냥 피 뽑고 돈 받아가려는 사람들인데, 여기서 인간관계나 인간미를 기대하고 올까요? 그냥, ‘병동’이예요. 건조하고 삭막한.

: 외출은 가능한가요?

J : 못 나가요. ( : 아예?) 네, 저 같은 경우에는 그랬어요. 원래 실험하려면 변인을 확실히 통제하는 게 기본이긴 하지만, 피실험자 입장에서는 엄청 답답하죠. 외부인 면회는 안 했는지 못 했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주변에 실험 참가 사실을 아는 사람이 아예 없었으니 생각조차 안 했죠.

: 1박 2일인데 부모님도 모르셨어요? 그래도 세면도구 같은 짐들은 챙겨갔다면서요.

J : 저희 집이 자유로운 편이라 원래 주말에 집에 안 들어가도 터치는 안 하셨어요. 집과 학교가 좀 거리가 있어서 집에 매일 들어가지도 않았었고. 그래서 얘기를 안 하고 있었는데 들킨 다음에 엄청 혼났죠.

: 어떻게 또 들켰어요…

J : 주삿바늘을 손등에 계속 꽂고 있었으니까 손등에 멍이 크게 들어있었거든요. ( : 아.) 굉장히 화내시면서 앞으로는 절대 그런 거 하지 말라고. 그래도 실험 끝날 때까지 나가긴 나갔죠.

: 그럼 부모님께 들키지 않았으면 다른 생동성 알바도 해봤을 것 같아요?

J : 글쎄요, 저는 비록 한 번 해봐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미지수에요. 추천하는 편은 아니에요.

: 왜요?

J :  ‘꿀알바’는 아니에요. 편하게 누워 있다가 피 좀 뽑고 돈 받아간다고 생각해서 ‘쉽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하루 종일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힘들어요. 시급으로 환산하면 굉장히 센 편에 속하지만,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계속 피 뽑아가고 매 주말마다 입원하니까 스케쥴 맞추기도 힘들고.

: 원래 생동성 알바는 단기 알바인 경우가 많잖아요? 스케쥴 제약받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않을까요.

J :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4주 주말 동안 여덟 번 내내 한 다음에 한 달 후에야 돈이 들어 왔어요.

: 한 달 후라는 게, 알바가 끝나고 나서 받은 거예요?

J : 한 달 뒤에 받아야 하는 후속 검진 과정이 있거든요. 별 건 안 하지만 이런이런 증상은 없었는지, 부작용은 없었는지 등을 구두로 물어봐요. 그것까지 다 해야 마무리가 되고 그때서야 계좌번호를 적어냈죠. 그리고 나서도 2~3주 후에 돈이 나왔어요.

: 허, 그거 나 같으면 엄청 독촉했을텐데.

J : 솔직히 단기 알바의 목적은 단시간에 빨리, 많은 돈을 벌려는 거잖아요? 근데 들인 시간 대비 받은 돈을 생각해보면, 그 시간에 차라리 시급이 낮더라도 바로바로 받을 수 있는 거나 이것보다는 위험 부담이 덜한 알바를 했겠죠.

: 위험 부담? 하긴, 아주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J : 네. 어쨌든 병 없는 사람한테 쌩으로 약을 먹이는 게 진짜 ‘아무 일도 없을’ 일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생각해서….제가 의사가 아니라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피부나 비염 같은 국소적인 증상에 적용되는 것보다는 큰 기관들, 그러니까 뇌나 간에 적용되는 약일수록 페이가 더 커지거든요? 그렇다면 어쨌든 위험 부담이 커진다는 거잖아요. 제가 했던 약도 페이가 센 편이었는데, 신경계 계통 약이었고요.

: 신경계? 뇌 쪽 말씀하시는 거죠? 그거 잘못 건드리면 되게 위험한 거 아닌가.

J : 그렇죠. 아까 서약서 얘기하면서 말씀드렸지만, 그쪽의 대우가 썩…기분 좋진 않아요. 아무리 경미하더라도, 신체의 자유를 담보로 하는 건데 문제 없으면 없는 대로 괜찮다, 그냥 넘어가도 된다, 우리가 책임지지 않겠다니. 그래도 같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걱정은 좀 해줬으면 하는데 말이죠.

   [ + ]

1. 절대선이 필요한 세상?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