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를 다시는 무시하지 말자 3

이력서를 돌린 지 이주쯤 되는 날이었다. 총 다섯 곳에서 연락이 왔다. 이력서를 넣은 곳은 오십 개도 넘는 것 같은데. 한 곳은 쇼핑센터에 있는 샌드위치, 샐러드, 주스를 파는 가게였다. 이곳에서는 3시간정도 이틀에 걸쳐 트라이얼을 했다. 쇼핑센터가 9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그 전에 가게 오픈 준비를 다 해야했다. 그게 내가 맡은 역할이기도 했고.

다행히도 내가 인수인계 받게 될 파트의 전 근무자가 한국인이라, 트라이얼을 하는 동안 좀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저를 제이라 소개한 한국인 언니는 이 가게에서만 2년 가까이 일을 했다고 했다. 처음 워홀로 왔을 때, 세컨을 거쳐 현재는 학생비자로.

내가 트라이얼 후 하게 될 일은  7시 반에 출근을 해서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모두 만든 뒤 1시까지 손님을 응대하는 일이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손에 안 익는 건 둘째 치고, 만들어야 할 음식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레시피를 도저히 못 외울 것만 같았다.

맛있겠다..

맛있겠다..

더군다나 hot meal 이라고 냉동된 음식도 파는 가게여서 음식의 가격을 외우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며칠 동안은 가게 위에 달린 메뉴판을 몇 번이나 보면서 일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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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많긴 많다..

그렇게 두 번의 트라이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보스로부터 다음 주 근무 스케쥴이라던가, 시급, 혹은 우리 가게와는 맞지 않는다던가 하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 hired 된 건지 뭔지. 한 3일을 기다리다 내가 먼저 보스에게 문자를 보냈다.

Hi, Nora! I’m Selina~ 블라블라. 내가 지난주에 트라이얼을 했잖아~ 근데 정식으로 hired 됐는지 모르겠어서! 혹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고용됐으면 고용된 거다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어?

뭐 대충 이런 내용. 곧 답이 왔다. 너 고용됐어. 근데 일단 TFN(Tax file number)이 필요해. TFN 나한테 알려주고 다음 주 근무는 수목일 가능해?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다. 시급은 18불 정도였고1)TFN은 호주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증번호 같은 거다. 고용주가 이 친구가 우리 가게에서 이번 주에 몇 시간 일했고, 세금은 이만큼 냈다고 국세청에 신고를 하기 위한. 그리고 이 TFN이 있어야 택스잡-시급에서 13%정도 세금을 뗀다. 택스잡을 할 경우 고용주가 연금(super annuation)신청까지 해주어야 한다. 연금은 주급의 최소 9.5%. 택스와 연금은 모두 나중에 다 환급받을 수 있다. TFN을 미리 발급해둔 나는 바로 보스에게 TFN을 넘겨주었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됐지만, 시프트(shift : 주에 근무하는 스케쥴, 시간등을 일컬음)가 많지 않아 주에 버는 돈은 크게 많지 않았다. 3일 일을 하면 250불정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쇼핑센터까지 가려면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했고, 배차시간이 what the f**k 같은 집에서 가게까지 무려 한 시간이나 걸렸다. 7시 반 오픈을 하려면 집에서 6시쯤에는 출발을 해야 충분했다. 그마저도 그 다음 주는 이틀밖에 시프트를 받지 못해서 일을 하나 더 구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카페를 위주로. 집 근처를 위주로 레주메를 돌리다가 친구가 서버로 일하는 카페에도 레주메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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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hello, how are you? I’m looking for a job~ Do you have any job vacancy? 했더니 레주메가 있으면 달랜다.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한참 레주메를 읽더니 ‘너 커피빈에서 일한 적 있네? 커피도 만들 줄 알고. 혹시 바리스타 자리 관심 있어?’ ‘ㅇㅇㅇ!!! 당연!!’ ‘그럼 지금 바로 커피 한 번 내려 볼래?’ 라고 묻기에 바로 가방을 내려놓고 커피머신 앞으로 갔다2)다음에 호주에서 느낀 것들 편에서 쓰려고 했는데, 호주에서는 차가운 커피는 잘 마시지 않는다. chill 종류로 스무디나 주스를 많이 마시고. 혹은 아이스크림과 섞은 아이스커피. 그래서 카페 트라이얼에서는 주로 카푸치노플랫화이트를 만들어 보라고 한다. 플랫화이트는 라떼, 카푸치노와 비슷하다. 카푸치노>라떼>플랫화이트 순으로 우유 폼이 많고 스팀밀크가 적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상 설명충. 이때 충은 벌레 충이 아닌 충실하다의 충. 정말 다행이었던 건 카페 안에 손님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첫 카페 트라이얼이라 손을 벌벌 떨면서 우유를 스팀하기 시작했다. 플랫화이트와 카푸치노를 만들려면 우유 스팀을 따로 해야 하기에 스팀도 두 번 하고. 근데…… 너무 떨었던 모양인지 플랫화이트도 카푸치노도 아닌 라떼를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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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한테 미안하다고, 나 이거 첫 트라이얼이라 너무 nervous 해서 스팀 잘못했다고, 한 번 더 시도해도 되냐고 사정사정 끝에 다시 만들었다. 뭐, 나름 성공적. 매니저도 나쁘지 않다며 보스와 상의 후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니가 만든 커피는 마시고 가도 된다기에 가난한 워홀러는 그곳에서 커피도 한잔 때리고… 3)아, 덧붙이자면 호주 카페에서 바리스타 일을 하려면 라떼아트를 할 줄 아는 게 이득! 이 카페는 체인점인데다 손님이 많기 때문에 따로 라떼아트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가게에서 라떼아트를 할 줄 알면 가산점…?을 준다.

그 다음 트라이얼을 간 곳은 백팩커였다. 시티에 위치해있어서 집과의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았다. 내가 하게 될 일은 소위 말하는 하우스키핑(house keeping)잡. 즉, 체크아웃된 방을 청소하고 방의 체크인 준비를 하는 일이었다. 이 역시 해본 일이 아니라 조금 난관이 예상됐지만 백팩커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여행객들이 왔다 갔다하니 일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고. 첫날 인터뷰에서 들은 내용은, 일본인 전 근무자에게 인수인계를 받게 된다, 하루 3시간씩 월화수 3일 근무를 하게 된다, 일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는 점이었다.

백팩커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었고 사장님도 좋아보였고 샌드위치 가게와 투잡을 뛰기에 시간도 완벽했지만, 이 일을 할까 말까 고민했던 건! 첫째, 사장 부부가 중국인이라는 점. 사실 이건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영어 잘하는 중국인들 많으니까. 그러나 이분들은 영어를 잘 못하셨다. 손님들도 대부분 중국, 대만, 홍콩 쪽이었고. 영어를 배우러 호주에 온 건 아니었지만, 영어‘도’ 안 쓰면 여기가 한국인지 호주인지… 하게 될 것만 같았다. 더불어 하우스키핑잡 자체가 혼자 하는 일이다보니 영어 쓸 기회가 너무 적을 것 같았고. 둘째, 시급이 캐시로 14불. 퍼스 파트타이머의 최저시급은 택스잡 16.87(현재 17.29) 호주달러이고, 택스를 뗄 경우 매주 들어오는 돈으로 따지면 15불 정도가 된다. 물론 택스는 나중에 환이 되고.

님두라.. 최저는 줘야지..

님두라.. 최저는 줘야지..

이런 택스잡과 비교했을 때 일의 강도에 비해 캐시 14불은 너무 적은 것 같았다. 사장님은 내가 마음에 드셨는지, 하우스키핑 일 뿐만 아니라 카운터에서 일을 해볼 생각은 없냐고 하셨지만, 죄송하다고 했다.4)숙식제공에 주 5일, 저녁에만 백팩커 카운터를 보는 일이었다. 숙식제공을 해주었기에 주급이 적은 게 단점이었음. 어차피 이제는 방값 낼 정도의 돈은 생겼으니. 때가 되면 좋은 일자리가 구해지겠지. 그렇게 워홀 7주차가 지나갔다.

 

편집 및 교정 / 커밋

글 / 가오나시

   [ + ]

1. TFN은 호주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증번호 같은 거다. 고용주가 이 친구가 우리 가게에서 이번 주에 몇 시간 일했고, 세금은 이만큼 냈다고 국세청에 신고를 하기 위한. 그리고 이 TFN이 있어야 택스잡-시급에서 13%정도 세금을 뗀다. 택스잡을 할 경우 고용주가 연금(super annuation)신청까지 해주어야 한다. 연금은 주급의 최소 9.5%. 택스와 연금은 모두 나중에 다 환급받을 수 있다
2. 다음에 호주에서 느낀 것들 편에서 쓰려고 했는데, 호주에서는 차가운 커피는 잘 마시지 않는다. chill 종류로 스무디나 주스를 많이 마시고. 혹은 아이스크림과 섞은 아이스커피. 그래서 카페 트라이얼에서는 주로 카푸치노플랫화이트를 만들어 보라고 한다. 플랫화이트는 라떼, 카푸치노와 비슷하다. 카푸치노>라떼>플랫화이트 순으로 우유 폼이 많고 스팀밀크가 적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상 설명충. 이때 충은 벌레 충이 아닌 충실하다의 충
3. 아, 덧붙이자면 호주 카페에서 바리스타 일을 하려면 라떼아트를 할 줄 아는 게 이득! 이 카페는 체인점인데다 손님이 많기 때문에 따로 라떼아트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가게에서 라떼아트를 할 줄 알면 가산점…?을 준다.
4. 숙식제공에 주 5일, 저녁에만 백팩커 카운터를 보는 일이었다. 숙식제공을 해주었기에 주급이 적은 게 단점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