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미스핏츠에서 글 한번 안 써보실래요?’

‘미스핏츠가 뭐야?’

금요일 늦은 밤, 도로변 편의점 앞에서 맥주 캔을 따 막 한 모금을 마시는 순간이었다. 불쑥 ㅇ이 입을 열었다.

‘형이 군대 가기 전에 겪었던 일들 있잖아요. 형이 살아온 이야기, 그게 우리 쪽 취지랑 맞거든요.’

‘취지?’

‘네. 그 왜, 흔히 말하는 핏(Fit)이라는 거 있잖아요. 좋은 대학 나와서, 대기업 입사하고, 20대 후반에 중형차 끌고 다니고, 집 살 돈 있고, 키는 170후반에 적당한 근육질, 얼굴은 호남형 뭐 이런거요.’

‘20대 후반에 집? 아 쫌 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아무튼 그런 Fit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스스로 대변하는 것. 그게 Mis(Not)fits에요. 근데 제가 보기엔 형이 딱 Misfits거든요 ㅋㅋㅋ’

‘야 씨, 그거 칭찬이야 욕이야?ㅋㅋㅋ’

‘ㅋㅋㅋㅋ 좋은 뜻이에요. 난 형이 그런 환경에서 스스로 의지로 직접 부딪혀가며 살아가는 게 보기 좋아요.’

‘…………..근데 이게 정말 재미있고 들려줄만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어. 사실 내가 무언가 이뤄낸 것도 아니고, 어찌 보면 뻘짓으로 점철된 이야기라 부끄러워.’

‘아니에요. 일단 저하고 여기 같이 술 마시는 사람들은 형 이야기 다 재밌다고 느꼈어요. 오히려 형이 무언가 이뤄내고 이야기했으면 흔한 꼰대의 성공담 정도였을 거예요. 조회 수 안 나오면 잘라버리면 되니까ㅋㅋ 일단 한번 써봐요 ㅋㅋㅋ’

‘야ㅋㅋ 벌써부터 자른다고 하면 어떡하냐 ㅋㅋㅋ 그럼… 뭐냐 거시기, 내가 조기잡이 배 탔던 거부터 이야기 하면되냐?ㅋㅋㅋㅋ’

결국, 처음 딴 맥주가 바닥을 드러낼 때 즈음에는 글을 쓰겠다고 하는 내가 있었다.

지화자♬

지화자♬

뭐, 그렇다고 나의 이야기가 마냥 특별한 것은 아니다. 흔한 성공담과도 거리가 멀다.

평범한 환경에서 한의대 입학을 꿈꾸며 나름 열공하던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생이, 수능 실패 후 방황하다 낯선 곳에서 부딪혀 깨지고, 모르던 걸 배우기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알아나간 이야기다.

나는 고3 수능을 망치는 것을 계기로

고기잡이배, 삼성 공장, 용접 학교, 폴리텍대학교, 과일가게 등을 거쳤다. 그 속에서 여러 일을 해왔다. 처음엔 내 삶의 의미 자체를 모를 만큼 혼란스러웠지만, 돌이켜 보면 그 일들 모두가 나를 다듬어가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것은 두 가지였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실제와 많이 다르다는 것. 그것을 직접 확인하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 후 자신의 의지로 삶을 살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

이런 말을 하면 혹자(라 쓰고 꼰대라고 읽는다)는 ‘찍어 먹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냐?’라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르면서 모른다고 하기 무서워서, 혹은 자기 스스로 생각해보지 않아서, 모른다고 하면 바보 취급 당할까봐, 그냥 다수가 옳다고 말 하는 것에 순응하며 ‘똑똑한 척’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보며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스스로의 뜻에 따라 살아보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더 좋겠고ㅋㅋ 아니면 뭐, 이 글을 보고 ‘이렇게 이상하게 살아가는 놈도 있다니 ㅋㅋㅋ’하고 한번 웃어 주셔도 감사할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이 이야기는, 성공담이 아니다. 그저 20대 젊은이 하나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환경에서, 열심히 부딪히고 깨져 가며 배워가는 현재 진행형 성장기다. 부디 재미있게 보아주시기를.왠지두근

AM 9:00, 수평선

그날도 하늘은 높고, 바다는 생기가 넘쳤다. 아침 식사를 마친 다른 선원들은  숙소에서 쉬고 있었고, 막내인 나는 뒷정리와 설거지를 막 마친 참이었다. 오전 9시, 한창 선원들이 잠을 잘 시간이다.

차갑다 못해 날카로운 1월의 바닷바람이 귀를 자를 듯 쓸어내렸다. 살을 애는 추위에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다. 멍하니 수평선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다가, 브리지(배 중앙의 조종실) 근처로 살금살금 기어갔다. 오전 9시는 새벽에 뿌려둔 그물에 물고기가 걸리기를 기다리는 시간. 다른 선원들은 모두  잠든 것을 확인했다. 브리지의 선장님이 주무실까? 창문으로 몰래 브리지 안을 살펴보았다. 선장님은 바닥에 엎드려 계셨다. 가만히 지켜보자 갈비뼈가 일정한 리듬으로 오르내리는 게 보였다. 좋아. 주무시는군. 옆의 사다리를 잡고 한 발짝 한 발짝. 브리지 위, 안테나가 있는 곳. 배의 가장 꼭대기로 올라갔다.

갑작스럽게 불어온 해풍에 발을 헛디뎌 가며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아래쪽엔 날카로운 장비들이 널려 있었다. 거기 떨어졌다간 무사하지 못할 테였다. 목덜미에 오소소 털이 곤두서는 걸 느끼며 다리를 넓게 벌려 섰다. 막아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그럴까. 바람이 더욱 강해졌다. 다리를 넓게 벌려 서고,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나의 시야를 가로막는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시야. 그 너머에는 한계가 짐작 가지 않는 세상의 끝이 있었고 그 끝에서는 세상을 감싸는 하늘과 바다가 하나의 선, 수평선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안경의 굴절 때문인지 수평선은 작지만 분명하게 휘어져 있었다. 뒤를 돌자 아까 본 것과 비슷하지만 똑같지 않은 풍경이 펼쳐졌다.

바람은 계속 세차게 불었다. 그러나 추위에 익숙해 진 걸까. 더 이상 춥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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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 10m도 되지 않는 좁은 배 안이었지만 그 순간 나는 자유로웠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여기 오게 되기까지의 일들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재수 대신 바다…?

무척이나 춥고 우울했던 11월이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한의대학교를 가고 싶다고 생각한 나는, 수능을 말아먹고  인생을 실패했다고 느꼈다. 수능은 다시 칠 수 있는 시험이라는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실패했다는 수치심과 수능이 끝났다는 허망함에 몇 주간 폐인처럼 지내던 나는 최후의 수단으로 재수를 결심했다.

‘형.. 나 재수하고 싶어.’

‘안돼.’

‘..왜?’

‘넌 지금 해봐야 똑같은 결과만 나올 거다,’

‘왜? 왜 ?!’

신뢰하는 친 형의 말에 나는 망연자실해졌다. 멍한 머릿속으로 형의 말이 울려퍼졌다. ‘넌 힘든 일을 해봐야 해. 고생을 해봐야 한단 말이다!’ 그 말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며칠 후 PC방으로 향했다. 힘든 일을 찾아 보았다. 내가 생각하던 힘든 일은 찾기 쉽지 않았다. 대신 클릭하게 된 것이 ‘원양어선 선원 모집. 월300~500 보장’이라는 문구였다. 그 뒤론 일사천리였다. 간판도 없이 쓰러져 가는 수상쩍은 사무실에서 계약서에 서명하고, 외딴 찜질방에서 신원도 모르는 덩치 아저씨들과 몇 일간 대기하다가 제주도 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 과정이 일주일 좀 넘게 걸렸었나. 하여간 모든 일은 눈 깜빡할 새에 진행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주도로 떠나기 전날 밤, 나는 수학여행가기 전날 밤 초등학생처럼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 일을 완수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것 같아서. 뭐랄까, 어쩌면 나는 ‘변신’을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소년 만화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며칠 전 서명한 계약서가 생각났다.

계약서의 무서운 진실

일을 시작하게 되면 나를 지켜 줄 수 있는 것은 이 계약서의 조항 뿐 이라는 생각에 나름 꼼꼼하게 읽는다고 읽고 서명했지만, 아무래도 마음 한 켠의 불안은 지울 수 없었다.

3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의 불안은 제법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나는 멋대로 상상한 장밋빛 미래에 취해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럴 사회적 지식 역시 부족했고 말이다.

그 때 계약서의 조항들을 살펴 보자. 기억에 남는 세 가지 조항은 아래와 같다.

  1. 선원의 임금은 최저생활비 117만원(월) + 어획 보험량 + 어획….(기억이안남)이며, 중도 하선시 최저생활비만 수령한다.
  1. 선원은 4대 보험에 가입된다.
  1. 선원은 중도 하선시, 근무지 까지 가는 교통비(항공료 등), 기타 장비값(정 15만원 정) 및 일체의 중계비 등을 배상해야 한다.

처음엔 정말 별 다른 생각을 못했다. 나중에 이 짧은 세 줄의 계약 사항이 가지는 의미를 알았을 땐 얼마나 황망했는지 모른다. 이 계약 사항의 실질적인 의미는 아래와 같다.

  1. 선원의 임금은 최저생활비 117만원(월) + 어획 보험량 + 어획….(기억이안남)이며, 중도 하선시 최저생활비만 수령한다.

=당시 나는 ‘어획’(혹은 그 비슷한 말)이란 단어를 고기를 잡으면 1원이라도 더 주겠다는 말로 이해했었고, 광고에 월 300~500만이 적힌 것으로 보아 월 250정도 벌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때 이야기 하는 ‘중도 하선’이란 어획 기간(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도중에 하선(퇴사)하는 것을 말 한다. 즉, 일 한 돈 제대로 받으려면 무조건 5월까지는 기다리란 이야기다. 시간와 수당이란 개념은 전무하고, 오직 고기를 잡은 만큼 돈을 더 주겠다는 뜻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선원들이 자신이 얼마를 벌었는지 5월이 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활을 위해 가불한 돈이 자신이 번  돈 보다 많아지는 경우 선원은 빚을 지게 된다. 목숨을 걸고, 밤낮 없이 죽어라 일을 했는데도 말이다. 결국 그 빚 때문에 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한다.

  1. 선원은 4대 보험에 가입된다.

=당시 나는 이 글을 보고, ‘아, 배를 타다가 사고가 나도 나는 보험 처리를 받는구나^^’하고 이해했다. 그러나 나중에 같은 배에 탄 형님한테 듣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놀랍게도 이 4대보험이 적용되는 상황은 ‘선원이 육지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선원이 육지에서 사고를 당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도 어떤 조치를 취하지 못 하는 선원들을 생각해보면, 사회라는 게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1. 선원은 중도 하선시, 근무지 까지 가는 교통비(항공료 등), 기타 장비값(정 15만원 정) 및 일체의 중계비 등을 배상해야 한다.

=교통비는 대충 예상 할 수 있었다. 기타 비용은 15만원이라는 말이 적힌 것으로 보아, 대충 다해서 50만원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패턴 상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이것도 아니었다. 당시의 나는 참 순진했었나 보다ㅋㅋ 나중에 들은 말로는 그랬다. 선원 모집하는 사물실에 중계비로 주는 돈이 대략 130만원. 여기에 장비 값, 비행기 값, 대기하는 기간 동안 숙소비와 식사비 등을 다 합하면 200만원이 된다. 나의 예상인 50만원과는 턱없이 다른 금액인 셈이다.

다들 처음에 봤던 조항 1을 기억할 것이다. 중도 하선 시 월급은 최저생활비만 준다는 것. 보통 중도 하선 하는 사람들이 1달 안에 그만 둔다는 것을 고려 해 볼 때,

117만원 – 200만원 = -83만원.

즉, 적자다. 빚을 지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 오는 사람들은 보통 신용불량자, 전과자, 왕년의 조폭. 대부분 돈이 없고, 일반적인 일로 버는 돈은 모자란,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빚이라니. 그래서 이들 대부분은 야반도주를 하고 만다.

당시 나는 이런 조항이 적힌 계약서에 보는 사람이 불안할 만큼 시원하게 사인을 하고, 시원하게 제주도로 날아갔다. 제주도로 떠나기 전 날, 형은 딱 한마디를 했다.

‘도망치지 말고, 한 사람의 몫을 온전히 수행하고 와라. 그리고 눈앞의 일에 온전히 너를 바쳐라. 너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돈을 받고 일을 하러 가는 거다.’

제주도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 말이 자꾸 생각났다. 만일 내가 계약서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다면, 혹은 배를 타고 겪을 일을 미리 알았다면, 나는 배를 타지 않았을까? 아니. 별 의미 없었을 거다. 어차피 나는 그 때 내 안에서 꿈틀대던 열등감과 의욕, 그런 많은 것들에 쫓기고 있었으니까. 나를 몰아붙이고, 변화시키려 했으니까.

배에서 쓴 일기장은 그 때의 나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배에서 쓴 일기장은 그 때의 나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제주도에서 펼쳐진 쥐똥의 길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집을 떠나 제주도로 왔다. 그 전까지는 고민 할 수 있고, 물러설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기계의 톱니바퀴가 된 것 같았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건은 척척 진행되었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인사를 하고, 짐을 든 채 배를 향해 가고 있었다. 배에 타는 사람은 신입인 나를 포함해서 전부 12명이었다.

‘…………….이상하다…. 배 한 척에 12명 말고는 안타나….?’

그 순간 내가 떠올리고 있던 것은 사진에서 본 것 같은 큰 배였다. 12명이라니 뭔가 이상했지만, 나는 장비 대부분이 자동화라 그럴 거라고 멋대로 결론을 내리고 부둣가로 갔다. 그러나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내가 생각한 230톤의 배는 보이지 않았다. 그 때였다. 설마 하는 순간, 다른 선원들이 어느 허름한 배에 올라탔다. 정말 통통배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의 배였다. 배 꼭대기에는 명찰처럼 배의 이름과 톤수가 적혀있다. 거기 적힌 것은 ‘23톤’

이 배를 닮았다

이 배를 닮았다

충격으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였다. 선원 형님들이 휴대용 청소기를 들고 따라오라 말했다. 가보니 배 뒤편 바닥에 구멍이 나있었다. 악취가 진동했다. 구멍에서 똥 냄새와 고기 썩은 냄새가 뒤섞인 것 같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풍겨 올라오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곁에 놓인 이불이었다. 그걸 보고 설마설마하는데, 같이 들어간 형이 말했다.

‘막내야 여기가 우리 숙소다. 이불 들추고 밑에 쓰레기랑 이물질 빨아내라.’

그는 작은 키와 동글동글한 체형을 지닌 30대 남성이자 주먹이 큰 왕년의 조폭이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온몸에 문신이 가득했지만, 항상 웃고 다녔고 (조폭 생활로 얻은 습관인지) 감정 컨트롤에 능했다. 그건 화를 잘 안 낸다는 뜻이 아니라 화를 참다가 낼 때 모아서 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얼른 이불을 들출 수 밖에 없었다.

이불 밑에는 새까만 알갱이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악취가 후신경에 도달하기까지는 약 2초가 걸렸다. 냄새를 맡는 순간 깨달았다. 그건 “쥐똥”이었다. 머리가 핑 도는 걸 억지로 참자 빠른 속도로 후신경이 마비되었다. 속이 메슥거리고, 뇌가 얼얼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기증과 구역질을 억지로 참고 필사적으로 “쥐똥”을 빨아냈다. 그 때 위에서 들려오는 기관장님의 목소리.

‘막내야. 적당히 하고 올라와라. 어차피 그거 너무 많아서 다 못 빨아낸다.’

오 하느님. 방금 나는 천상의 목소리를 들은건가요.

그리고 이어지는 뱃멀미(feat. 선혈)

다시 위로 올라와서 신성한 공기를 맡을 수 있다는 것에 감동하며 심호흡으로 폐포를 씻어내고 있을 때였다. 기관장님이 말을 건네 오셨다.

‘막내 뱃멀미 안 한다고 했었지?’

어. 그건 이 배가 여객선만 한 배인 줄 알고…..한 말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닻이 올라가고 배가 파도를 따라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내 몸이 배에 놓인 구슬처럼 흔들렸다. 들려오는 것은 기관장님의 웃음 소리.

‘뱃멀미 할 수도 있을거여 ~ 허허허허허’

그 말을 끝으로 우렁찬 엔진 소리가 들렸고, 배는 남해(혹은 황해) 쪽으로 출항했다.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고, 저녁 시간이 찾아왔다.

‘허읍…….으으……못먹겠습니다……..’

‘야 봐라. 뱃멀미 안한다드만 얼굴 새파래져서 아주 죽겄네. 아직 우리 한참 더 가야하니까 숙소 내리가서 쉬고 있어라.’

기관장님의 말에 나는 반은 기고 반은 굴러서 선체 바닥에 있는 좁디좁은 선원 숙소로 내려갔다. 분명 출항하기 전에는 살 만 했는데….. 이전엔 느껴 본 적 도 없는 맹렬한 멀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배는 계속 흔들렸다. 일어서도, 앉아도, 누워도 계속 괴롭기만 할 뿐이었다.

너무 좁아 다리조차 다 뻗을 수 없는 숙소. 바닥은 엔진 진동으로 덜덜 떨렸다. 내장이 울렸다. 괴로움에 발광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이불 밑에 쌓인 “쥐똥”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식은땀을 흘리며 누워있는 나를 비웃듯 쥐가 “찍!” 울었다. 내 발을 타고 넘어갔다.

그대로 얼마나 지났을까. 주위엔 어느새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 있었다. 다들 잠든 채였다. 나는 불현듯 갑판으로 올라갔다. 배는 쉬지 않고 남해 어딘가를 달리고 있었다. 파도가 갑판을 적셨다. 그걸 보자 갑자기 다리가 풀렸다. 비틀거리며 갑판 가장자리에 기대어 서는 순간이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위장이 경련했다.

ah yeah~

ah yeah~

‘허욱! 후우웨에에에에에에에…..’

내장까지 다 토해낼 기세로 맹렬하게 토했다. 더는 나올 게 없어졌어도 토는 멈추지 않았다. 내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제발 끝나기만을 바라는 순간,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온몸에 경련이 일어났다. 드디어 토를 마친 나는 부들부들 떨며 배의 진동을 따라 그곳을 뒹굴었다. 그러고는? 잠이었다. 입가의 피를 닦은 나는 다시 “쥐똥” 의 악취가 가득한 숙소로 내려갔다. 그리고 잠을 청했다. 배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편집 및 교정 / 비글

글 / 켄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