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를 다시는 무시하지 말자 2

새벽청소는 밤 11시부터 시작했다. 우리의 주된 업무는 공연이 끝난 공연장을 청소하는 일이었다. 우리가 청소하던 날에는 Ed Sheeran의 공연이 있었는데, 까만색 티에 초록 글자로 ‘Ed Sheeran’ 단체티를 입고 공연장을 나오는 관객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우리도 한국에 있었으면 공연도 다니고, 월디페도 가고 그랬겠지? 울적한 대화가 오갔다. 180불짜리 공연을 보려면 시급 18불짜리 청소를 10시간이나 해야 했다. 우리는 공연장 입구로 들어갔다. 공연이 막 끝난지라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청소 에이전시 담당자는 한국인이었고, 일을 하러 온 사람들도 다 한국인이었다.

친구네 플랫메이트도 그날 청소를 하러 왔다. 그분은 원래 하고 있는 일이 있지만, 이스터 홀리데이라 뜻하지 않게 몸을 놀리게 되었고 4일 내내 놀 수만은 없어서 일을 하러 온 거라고.

시급 없이 보내는 시간은 사치야

시급 없이 보내는 시간은 사치야

담당자에게 이름을 말한 뒤, 우리는 조를 배정받았다. 그리고는 이상한 조끼와1)사실 농장에서도 비슷한 걸 입고 일했다 쓰레기 봉투 스무개쯤을 허리에 매달고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할 일은 큰 쓰레기들을 봉투에 담는 일이었다. 2인이 1조가 되어 하는 일이었는데, 친구끼리는 절대 같은 조에 붙여주지 않았다. 일은 안 하고 떠들고 논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덕에 나는 웬 남자분과 함께 정말 쓰레기만 열심히 주웠다. 그 다음은 빗자루질, 밀대질이었다.

이렇게 말로 적어놓으니 쉬워 보이지, 20단이 넘는 공연장을 위아래, 좌우로 오가며 쓰레기를 줍고 빗자루질을 하고 밀대질을 했다. 우리집 플랫메이트도 제일 처음 퍼스에 왔을 때 여기서 청소 했댔다. 정 돈이 급하면 하지만 자긴 두 번 다시는 못할 것 같다고. 하루 일하고 그 다음날 온종일 침대 신세를 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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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힘내라고 직접 만든 삼겹살 김밥을 손에 쥐어주었다. 너 일하다 보면 내 김밥 먹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 들 걸.

웃으며 말하기에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정말 그만한 노동 강도였다.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한 터라2)어디서든 운동을 하려고 캐리어에 줄넘기를 챙겨온 데다가, 현재도 짐에 다니고 있다 만만하게 봤는데 새벽 2시를 넘어가니 딱 죽을 것 같았다. 원래 땀을 잘 안 흘리는데 모자 안으로 땀이 뚝뚝 떨어지더라. 게다가 물도 없었다. 혹시나 해서 집에서 챙겨왔는데 관객들이 먹다 버린 맥주를 보며 해선 안 될 생각을 했다. 와, 진짜 저거 딱 한모금만 마시고 싶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그 생각을 했다고 한다. 만약 다음에 이 일을 또 하게 된다면 몰래 맥주를 들고 와서 마시면서 일을 해야겠다, 친구와 다짐했다.

같이 일을 하던 사람들은 그나마 오늘은 낫다고 했다. 아이들이 많은 공연이나 공연 마지막에 꽃가루(…) 따위를 뿌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헬게이트 입성이라며 진절머리를 쳤다.

나?

나 불렀어?

온 데 만 데 흩뿌려진 감자튀김과 과자를 하나하나 줍는 것과 여기저기 들러붙은 꽃가루를 안 떼는 것만 해도 어디냐며. 참으로 긍정적인 사람들이었다. 내 기준엔 고작 18불을 받고는 절대 못 할 일이었는데. 캐주얼 최저 시급이 22불이고, 주말이니 1.5배, 야간이니 또 몇 배 붙고 하면 적어도 30불은 받았어야 할 일이었다. 한인잡이 다 이렇지, 뭐. 돈이 급하니 한다, 다들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급을 적게 주는데도 불구하고 퍼참에 올라오는 선착순 청소 공고는 늘 조기마감 되었으니까.

청소를 하면서도 온갖 잡생각이 들었다. 일 못구하면 어떡하지. 이렇게 청소만 주구장창 하게 되는 건가…! 이게 내 미래인가…! 마침 내 앞에서 청소를 하던 두 분은 세컨잡3)워홀러의 경우 풀타임, 파트타임잡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수가 2개 이상의 일을 한다. 스케쥴을 잘 맞추면 3개, 4개의 일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으로 이 일을 한다고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트라이얼은커녕 인터뷰도 하나 못 딴 상태였다. 기껏 본 잡 인터뷰라고는 한인잡이 전부였다. 것도 내가 이리 재고, 저리 잰다고 붙고서도 일을 못하겠다며 통보한 상태였다. 게다가 친구는 청소를 오기 전에 카페에서 트라이얼을 하고 왔다. 매니저와 얘기가 잘 되었는지 일을 하기로 했단다. 주말 저녁 8시부터 12시까지라 시간이 애매하긴 하지만 다른 일을 하나 더 구하면 딱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더 초조해졌다. 이러다가 농장에서 번 돈마저 까먹고 두 달도 안돼서 한국 돌아가는 거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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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을 가리는 게 눈물은 아니겠지. 땀이라고 믿고 싶었다.

어째 저째 청소를 끝내고 나니 새벽 3시였다. 일을 끝낸 것까지는 좋았으나 집에 돌아가는 게 문제였다. 막차는 끊긴지 오래였고, 다른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차를 타고 돌아갔다. 택시를 타자니 택시비가 너무 비쌌다. 기본요금이 20불이였던가. 길을 다니는 택시를 무작정 잡아세워 우리집(빅토리아 파크)까지 얼마정도냐고 묻자 30불 정도랬다. 친구는 우리집에서 차로 5분정도 더 가야하는 이스트 빅토리아 파크에 살았다. 택시를 타면 한 시간치 시급이 날아가는 셈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와중에, 친구의 쉐어메이트 오빠가 함께 가자고 제안해왔다. 셋이 택시비를 나눠 내면 그나마 부담이 적었다. 공연장에서도 20분쯤을 걸어 대로변으로 나와 택시를 잡았다. 내가 중간에 내리겠다는 말을 어떻게 영어로 해야 할지 몰라 그냥 가다가 빅팍에서 내가 내리고 돈은 나머지 사람들이 내린다고 했더니 뭐 어떻게 알아 듣더라. 후에 내린 친구 말로는 택시비가 35불이 나왔다고. 15분밖에 안탔는데.

그 다음날에는 12시가 넘어 눈을 떴다. 온몸의 근육통은 덤이었다. 그렇게 하루 일하고 번 돈은 90불. 일주일 방값도 못 되는 돈이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어야하나, 아마 이때부터 슬슬 현타가 왔던 것 같다.

 

편집 및 교정 / 커밋

글 / 가오나시

   [ + ]

1. 사실 농장에서도 비슷한 걸 입고 일했다
2. 어디서든 운동을 하려고 캐리어에 줄넘기를 챙겨온 데다가, 현재도 짐에 다니고 있다
3. 워홀러의 경우 풀타임, 파트타임잡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수가 2개 이상의 일을 한다. 스케쥴을 잘 맞추면 3개, 4개의 일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